교사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수업일수를 축소한다는 발상에 미국이 과연 선진국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미 국에 출장을 가 보면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걸맞지 않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파산 위기에 봉착하다 보니 공립학교 선생님들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학기 중간에 수업일수를 줄이고 교사들이 강제 휴가를 갖도록 한다.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의 학부모들은 학교에 기부해 원래 수업일수를 채우지만 가난한 지역의 학교는 휴교를 할 수밖에 없다. 교사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수업일수를 축소한다는 발상에 미국이 과연 선진국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또 다른 사례로 필자가 자주 방문하는 지역의 시정부는 기찻길 밑으로 차량용 입체교차로 공사가 2년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공사 현장을 지날 때마다 공사가 진척되는 것 같지 않고 운전자들은 불편한 우회도로를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 어려운 공사가 아니기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공사라면 아무리 늦어도 2개월 내에 종결될 것이다.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목격된다. 운전면허를 관리하는 교통국의 악명은 자자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한 번 방문으로 업무가 완결되지 않고 최소 3~4번은 방문해야 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공공 서비스의 수준은 괄목할만하게 향상됐다.

필자는 최근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 구청을 찾았다. 6시 퇴근 시간에 임박해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청 직원은 필자를 위해 미진한 서류와 사진을 보완해 여권을 발급해 줬다. 한 시간 정도 퇴근이 늦어졌지만 민원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구청 직원의 모습이 미국에서의 경험과 극명하게 대조됐다.

단편적인 몇몇 사례를 들어 너무 일반화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미국은 과거 우리가 우러러보던 선진국이 더 이상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서서히 퇴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여러 분야에서 미국보다 더 발전해 있다. 그러나 우리 또한 미국처럼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뒤로 퇴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 문제의 출발은 과도한 소비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구조에 있다. 연방 및 지방정부 모두가 수익을 초과하는 지출로 운영하다 보니 적자가 장기간 누적되고 이제는 그 한계에 도달했다.
‘쇠퇴하는 선진국’ 미국의 교훈
민주주의는 보통선거를 통해 정치인을 선출한다. 선거에서 선출되는 정치인들의 고객은 현재의 유권자이지 미래의 유권자가 아니다. 정치적 이해득실 판단에서 미래의 이익보다 현재의 이익을 우선시 할 수밖에 없다.

복지 제도의 과도한 확장, 연금의 고갈, 자원의 낭비, 공기업 및 정부 기관의 채권 발행 등 엄밀히 따져보면 이는 후손으로부터 부를 빼앗아 현재의 우리가 써버리는 행위다.

우리나라도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예를 들어 물가 안정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과도하게 억제하다 보니 우리 후손이 부담해야 할 한국전력의 부채가 쌓여만 가고 있다. 그리고 무상 급식, 반값 등록금과 같은 복지 관련 주제는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 중 하나다.

그러나 우리 세대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 미래 후손에게 그 부담을 떠넘기는 공약은 없어야 한다. 우리 민족은 정서적으로 후손에게 빚을 떠넘기는 것을 기피한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현시대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보다 후대의 문제도 균형감 있게 다루는 정책을 가려내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최병인 이지스엔터프라이즈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