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귀농·귀촌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귀농·귀촌 가구를 위해 창업 자금과 주택 융자를 강화하고 농지 취득세 감면 등 혜택도 확대한다. 전담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 외에 고용노동부 등 다양한 부처가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선 것이 눈에 띈다. 귀농·귀촌이 베이비부머들의 일자리 문제와 농촌 고령화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다.

정부는 11월 9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종합 대책을 확정했다. 귀농 가구가 매년 늘고 있지만 실제 정착에 성공하기까지는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에서다. 농림수산식품부가 현황 점검을 통해 기존 귀농 대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업무를 맡았고 고용노동부·행정안전부·교육과학기술부 등도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이처럼 부처를 아우르는 귀농 지원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대책은 귀농의 최대 관건인 소득 보장에 역점을 뒀다. 기존엔 농지나 농축산 시설을 살 때 창업 융자를 받으려면 신청 시점에 반드시 농업에 종사해야 했다. 이에 따라 퇴직 이전에 미리 귀농을 준비하려면 어려움이 따랐다. 정부는 융자 기준을 개선해 퇴직 예정자들도 지원하는 한편 2~3년 안에 귀농하지 않으면 환수하는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농어촌 주택 신·개축에 지원하는 주택 융자 사업도 대상자를 늘린다. 지금은 농사를 짓는 ‘귀농’ 가구에만 지원하지만 내년부터는 농업 외 목적으로 농촌으로 이주한 ‘귀촌’ 가구에도 융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귀농·귀촌 목적이 다양해진 점을 감안해서다.

지난해 농업인재개발원이 교육생들의 귀농·귀촌 동기를 조사한 결과 ‘농업’을 꼽은 비중은 14.0%에 그쳤다. ‘농촌 생활이 좋아서(38.0%)’, ‘은퇴 후 여가(13.6%)’, ‘건강(9.1%)’ 등 동기가 다양했다.
귀농·귀촌페스티발이 6일 서울 SETEC전시장에서 열려 농업정예인력 육성 강화와 700만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제2의 삶을 설계하는 종합적인 정보와 체험을 제공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20506
귀농·귀촌페스티발이 6일 서울 SETEC전시장에서 열려 농업정예인력 육성 강화와 700만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도시민들의 귀농·귀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제2의 삶을 설계하는 종합적인 정보와 체험을 제공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20506
국립대 평생교육원에 귀농 과정 개설

정부는 도시가 아닌 ‘도농복합지역’에서 이주한 귀농인에게도 농지 취득세를 감면(50%)할 방침이다. 화성시 봉담읍, 남양주시 진접읍 등 도농 복합 지역은 도시와 비슷하지만 행정구역상 농어촌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귀농 지원 혜택을 받기 어려웠다.

이 밖에 농촌 뉴타운의 주거 연령 제한(55세 이하)을 풀어 고령자 차별 요인을 없앤다. 빈집과 유휴 농지 정보를 알선하는 사업도 포함됐다. 일본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방 공사가 농촌의 빈집 정보를 모아 매매를 알선한다. 귀농인이 주택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세부 실행 계획을 수립해 내년 상반기에 전담 조직을 구성하기로 했다. 지원 체계를 총괄할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한 법률’은 내년 하반기쯤 제정된다. 김 국무총리는 “국가 차원에서 볼 때 귀농·귀촌은 농촌 사회의 활력을 되찾고 국토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관계 기관과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귀농·귀촌 가구 수는 2000년대 초반에 한 해 1000명 안팎이었지만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1만 가구를 넘어섰다. 은퇴가 본격화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귀농 행진을 이끌 전망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경영인력과장은 “713만 명의 베이비부머 가운데 10~ 20%는 농촌 생활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귀농 정책은 이들의 소득과 고용 보장 차원에서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