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
인터넷에 기반을 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실제 모든 서비스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마이리얼트립이라는 회사는 이름처럼 여행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이란 몸을 움직여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다. 태생적으로 온라인에만 머물러서는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다.진부한 듯 보이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오프라인 세계의 변화와 발전은 사실 모든 서비스와 상품의 근본이다.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삶이 실제로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진짜 여행을 보여주겠다는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을 무지무지 좋아하는 두 사람이 만들었다.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대표는 위대한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날 때부터 이런 꿈이 그에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이런 꿈을 갖게 된 것은 2009년 가을 한 학회에 가입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고려대 경영학과 05학번인 이 대표는 공군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2009년 고려대 내 학회인 미래 기업가들의 모임(FES)에 들어갔다. 경영학과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학회에 자연스럽게 가입했다고 할 수 있지만 들어가서 기업가들에 대한 케이스스터디를 하면서 꿈이 자라났다.
위대한 기업들이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고 어떤 어려움을 거쳐 성공할 수 있었는지 계속 들여다보면서 자신도 그들과 같은 기업을 일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6개월 동안 가게 된 것도 그에겐 행운이었다. 독일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이야기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할지 이야기하던 중 전략 컨설팅 펌(회사)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하며 경험을 쌓은 후 창업하겠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것이다. 자신의 꿈은 위대한 기업가가 되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독일 학생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좋지만 기업가가 꿈이라면 창업을 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 이 대표는 귀국해 바로 창업 준비에 착수했다. 처음에 그가 한 사업은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일종의 사회적 기업이다. 지인·친구들과 함께 창업했다. 처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사업은 꽤나 순조로웠다. 미국·유럽 등지에서 이미 가능성을 보여줬던 사업 아이템이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방식의 펀딩에 대해 예상보다 사람들의 거부감이 적었다. 하지만 문제는 돈을 어떻게 버느냐는 것이었다. 여행 상품 중개 서비스
원래 크라우드 펀딩 사업은 확실한 수익 모델이 있다. 돈을 제대로 끌어 모으고 적기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 사람과 돈이 모인다면 거기서 회사 생존을 위한 돈은 충분히 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게 안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어처구니없는데, 그 당시에도 크라우드 펀딩 쪽에 경쟁이 제법 있었어요. 경쟁자들을 의식하면서 우리가 무엇으로 차별화할까 생각하다가 ‘남들은 수수료를 받는데 우리는 수수료를 받지 말자’는 제안을 회사에서 한 거예요. 제가 회사를 이끌어 가는 입장이었는데 그런 말을 한 거죠. 내부에서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추진했어요. 그 덕에 인기는 끌었는데, 돈은 벌지 못했죠.”
어찌 보면 학생다운 순수한 마음으로, 또는 너무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를 몰라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모른다. 그때 이 대표는 처음 알았다고 한다. 돈을 번다는 것이 그냥 회사를 굴러가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조금만 일이 풀리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다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내가 돈도 못 버는 이런 일에 왜 이렇게 고민하고 있지?’라고요.”
그러면서 사업의 추진 동력을 잃었고 초기 창업에 동참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거의 그 혼자 남았을 때 그는 사업을 정리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대학교 동창인 백민서 씨가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백민서 씨 역시 과 동기인 이동건의 사업 소식을 비슷한 시기 들었다.
백민서 부사장은 학교를 일찌감치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에 유학을 떠났다. 사회 정책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프랑스에 있는 기업에 입사가 결정된 상태에서 그는 비자 문제로 한국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 일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 일정이 뒤엉켜 버렸다. 크라우드 펀딩, 그것도 인디밴드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사업을 한다는 말을 듣고 사업을 좀 도와주겠다고 나섰는데 일이 커져버린 것이다.
2011년 11월 두 사람은 새로운 서비스로 새롭게 출발하기로 하고 권도균·이택경 프라이머 대표를 만나 자신들이 생각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오히려 두 분이 소셜 여행 상품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마침 우리도 여행을 너무 좋아하고 모델이 매력적이어서 좋다고 했죠. 함께 이야기하면서 모델을 발전시켜 나갔고 법인을 설립하기도 전에 2011년 12월 말 프라이머의 투자를 받게 됐습니다.” 백민서 부사장의 설명이다. 100여 명 가이드 등록
2011년 말부터 서비스 개발을 시작한 이들은 2012년 2월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서비스 출시를 준비했다. 그런데 중간에 이들의 표현대로 하면 서비스를 한 번 ‘엎었다.’
“서비스를 어떻게 구현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근사한 웹사이트를 하나 만드는 것 같은 기분으로 시작했죠. 겉모습에 많이 치중하다 보니 화려하지만 별 쓸모없는 기능만 있는 그런 사이트가 되는 것 같았죠. 그래서 기획을 다시 하고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어요.”
이들은 콘텐츠에 집중해 사이트를 만들었다. 누구나 여행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 ‘여행 상품 중개 플랫폼’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한국을 포함해 각지의 유학생, 주재원, 전문 가이드 등을 가이드로 현지의 역사와 문화, 유적지 등을 보여주고 이를 여행 상품화해 팔 수 있는 사람들과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사이트가 얼마나 쓰기 편한지, 여행 상품을 통해 사람들의 만남이 어떻게 이뤄지고 얼마나 잘 되는지 직접 알기 위해 이 대표가 자사 사이트를 이용해 직접 가이드로 변신, 여행객들을 모집해 보기도 했다.
사실 이 서비스에서 온라인은 안정적으로 구현되고 편리하면 그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에서 여행이 어떻게 돌아가느냐다. 가이드의 수준과 그들이 만들어 가는 상품이 핵심이다. 가이드는 현재 100여 명 정도가 등록돼 있다.
가이드가 등록하기 전에 스카이프를 이용해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직접 대면 인터뷰를 통해 가이드를 뽑는 여행사 상품에 비해 가이드 수준이 떨어지지 않을까. 이들은 이것을 활발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과 다른 여행사 상품에 비해 보다 쉽고 자유롭게 상품 구성이 가능하고 재야에 숨은 고수 가이드들이 마음껏 참여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 주는 방식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수수료를 받는 게 이들의 수익 모델이다. 수익 모델의 중요성을 첫 사업 실패로 깨달았기에 이들은 수익 모델이 확실한 사업을 선택했다. 다만 다른 여행사 등이 하고 있는 광고·제휴 등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여행이라는 분야에 있어서나, 사업이라는 분야에 있어서나 아직 모두 초보이고 아마추어처럼 보이는 이들이 힘겹게 사업을 이끌어 간다는 것을 약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에 초기 투자한 프라이머의 역할이 아마 이런 것을 보완해 주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모두 다 아마추어 아닌가. 다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기를, 이런 서비스로 기존 업계의 관행이나 문제점을 고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그렇게 해서 소비자들 또는 고객들이 누리는 효용이 높아지고 만족도가 커진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임원기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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