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 변하는 금융 환경은 많은 사람에게 위기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러한 위기는 보험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시련의 시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험 영업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서 그 기회를 찾아보자.
첫 번째 단계는 1990년대 초·중반까지의 단순 영업의 시대다. 이때는 암보험과 같은 단순 보장성 상품이 주력 상품으로, 설계사는 단지 보장 급부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고객 상담의 역할이었다. 회사의 경쟁력이나 상품 경쟁력보다 인간관계나 봉사 용품 같은 영업 외적인 요소가 더 크게 영업력을 좌우하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전후의 상품 영업 시대다. 고금리와 함께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커다란 이점인 보험 차익 비과세라는 무기로 수익률 중심의 저축성 보험을 주력으로 판매해 양적인 성장을 주도하던 시기다. 하지만 보험 상품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없는 시기여서 설계사들의 이동과 리베이트 등의 부정적인 요소가 존재하기도 한 시기였다.
세 번째 단계는 종신보험으로 대변되는 가치 영업의 시대다. IMF 관리체제 이후 일부 보험사의 부실화에 따른 도산·합병 등이 진행되면서 그동안의 양적 성장에서 수익성 위주의 질적 영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게 됐다. 이때부터가 보험 본연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가족 사랑이라는 화두와 함께 외국사를 필두로 한 프로세스 영업이 시작됐고 각 보험사가 설계사에 대한 교육 강화를 무엇보다 중요시 하던 시기다.
네 번째 단계는 변액보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전문화 영업의 시대다. 2000년대 이후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투자형 상품인 변액보험이 등장했다. 이전까지의 세 단계에서(단순-상품-가치 영업 시대)는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금액으로 가입하면 결과에 큰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고객으로선 연고 또는 개인적 이익에 부합하는 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게 유리했다. 하지만 전문화 영업의 시대에서는 결과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고객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다섯 번째 단계는 통합 보험으로 대변되는 컨설팅 영업의 시대다. 손보사를 중심으로 통합보험이 출시되면서 보험 영업은 이전과 다른 진일보한 영업을 하게 된다. 즉, 과거의 보험 상품은 주·종 피보험자를 대상으로 사망(장해) 또는 치료비 등 한두 가지를 보장하는 상품이었다면 통합보험은 가족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인생의 모든 리스크를 하나의 상품으로 설계하게 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보험 업계는 방카슈랑스·홈쇼핑·다이렉트 채널 등 가격 경쟁을 위한 단순 시장과 재무 설계로 대변되는 설계사에 의한 컨설팅 영업으로 양극화돼 가고 있다.
결국 변화하는 영업 환경에서 고객에게는 ‘어떤 보험사를 선택하느냐’ 또는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보다 ‘어떤 설계사를 선택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즉 상품이 복잡해지고 전문화될수록 누구에게 컨설팅을 받아 어떻게 가입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 업계 역시 기존 설계사의 전문화·명품화와 함께 ‘내 고객 지키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게 미래 생존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김태오 하나HSBC생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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