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결특위는 지난 10월 31일 종합 정책 질의를 통해 2013년 예산안 심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첫날부터 예산 증액 요구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은 내년 예산을 정부 안보다 1조6000억~1조8000억 원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선 양육 수당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기 위해 1779억 원, 만 0~2세 보육비를 전 계층으로 확대하기 위해 3500억~5000억 원 증액을 요구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양육 수당과 무상 보육이 소득 하위 70%에만 지원되는데 이를 100%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민주통합당 역시 같은 입장이어서 증액론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정부는 증액에 비판적이다. 여야의 요구에 일일이 대응했다가는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지출 확대로 경제가 활성화된다면 다행이지만 일본이 그렇게 했다가 재정만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경기 상황을 감안해 예산안을 짰기 때문에 추가적인 예산 증액은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4% 내외로 제시한 데 대해 ‘너무 낙관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세법 개정 논의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여야 모두 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걷자는 입장이지만 방식은 다르다. 민주통합당은 소득세 과표 구간(각종 공제 금액을 뺀 후 소득)을 조정해 최고 세율(38%)을 적용하는 구간을 현행 ‘소득 3억 원 초과’에서 ‘1억5000만 원 초과’로 낮추자는 게 당론이다. 새누리당도 최고 세율 구간을 ‘2억 원 초과’로 하향 조정해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기로 했다. 정부는 현행 유지를 주장하고 있어 입장차가 크다. 내년 중복 예산 38건
빠듯한 살림살이를 생각하면 필요 없는 예산은 깎아야 한다. 올해도 부처 간 내용이 비슷한 ‘중복 예산’들이 여럿 올라와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리가 필요한 내년 중복 예산은 38건에 달했다. 각 부처가 사업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따놓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비를 신청한 결과다.
환경부는 ‘전기자동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에 내년 예산 276억 원을 책정했다. 자치단체에서 전기자동차를 살 때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고 충전기도 100% 국고로 설치하는 사업이다. 지식경제부는 이와 별개로 ‘전기차 공동 이용 모델 개발과 시범 운영’ 사업에 정부 출연금 28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국회 등 수도권 12곳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환경부 사업과 비슷하다.
친환경 소비 문화를 위한 지경부의 ‘탄소 캐시백(녹색 생활 프로그램 활성화)’ 사업, 환경부의 ‘그린카드(녹색소비제도 운영)’ 사업은 내년에 각각 10억 원과 66억 원의 예산을 편성한 상태다. 둘 다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면 일정 금액을 포인트 형태로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무늬만 다른’ 사업으로 꼽힌다. 국토해양부의 공동 물류 지원 사업도 지경부의 산업 물류 인프라 구축 사업과 중복돼 업무 조정이 필요한 예산으로 꼽힌다.
김유미 한국경제 경제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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