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정병길
출연 정재영, 박시후, 김영애, 최원영, 장광, 배성우, 조은지 10명의 부녀자를 죽인 연쇄 살인 사건이 있었다. 공소시효가 만료된 시점인 15년 후 ‘내가 살인범이다’는 그 끝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연쇄 살인범이 자신의 자서전을 들고 공개 석상에 나타났다.
살인범 이두석(박시후 분)의 출연 후 사건 담당 형사 최형구(정재영 분)는 그를 단죄할 방법을 강구하느라 바쁘다. 대결 구도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그를 응징하기 위해 비밀리에 가세하면서 사건은 보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거짓말 같은 상황이다. 다소 무리수가 있지만 정병길 감독은 일본에서 살인하고 그 시체를 먹고 책을 쓴 사가와 잇세이란 살인범을 보고 살인범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는 이야기도 현실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끔찍한 범행을 했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려한 외모로 범인은 일약 스타가 됐고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범인은 죄를 뉘우친다는 명목 하에 수억 원에 달하는 출판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고 그를 지지하는 팬층까지 양산해 낸다. 시청률에 목마른 방송국은 범인과 형사를 출연시킬 계획에 위험 따위는 무시하는 세상이다.
‘내가 살인범이다’는 2008년 액션 배우들의 애환을 그린 독립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로 화제를 모은 정병길 감독의 극영화 데뷔작이다. 영화의 톤은 다소 무겁고 어둡지만 감독은 액션과 코믹의 배치를 통해 이 분위기를 한껏 덜어낸다.
막판 반전이 있기 전까지 영화는 지루할 틈 없이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는데, 여기엔 액션 장면의 공이 크다. 감독이 액션스쿨 출신이라는 사전 지식을 알고 있다면 수긍이 가는 도전이다.
초반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최형구와 살인범의 추격전이 5분여를 쉬지 않고 전개돼 긴장감을 자아내며 컴퓨터 그래픽(CG)의 도움 없이 달리는 자동차 보닛 위에서 펼쳐지는 몸싸움 역시 아날로그적인 액션 장면의 묘미를 살려주는 주목할 만한 장면이다.
형사 역은 의외로 처음이라는 정재영은 특유의 여유로운 연기로 악에 받친 모습과 냉소적인 코믹함을 잘 버무려 낸다. 정재영과 긴장 관계를 이루며 베일에 싸인 카리스마 있는 살인범을 소화해 낸 박시후의 깔끔한 연기도 인상적이다.
소재로 볼 때 ‘살인의 추억’이, 가족들의 사적 복수라는 점에서 ‘친절한 금자씨’의 구도가 엿보이는데다 액션 장면에서는 너무 많은 것들을 담으려고 욕심이 앞선 측면도 없지 않다. 비판의 지점이 절반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칠지만 자신 있게 내지르며 선사한 젊은 감독의 에너지는 평가해야 할 절반의 강점이다.
외사경찰
감독 호리키리조노 겐타로
출연 와타베 아쓰로, 김강우, 마키 요코, 오노 마치코 일본 방영 당시 ‘가장 위험한 드라마’라고 불렸던 드라마를 영화화한 작품. 한반도 핵물질 유출로 일본 ‘외사경찰’과 한국 ‘국가정보원’이 각각 다른 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며 벌어지는 위험한 사투. 김강우 등 한국 배우들의 출연으로 드라마의 스케일을 확장했다.
비지터
감독 톰 매카시
출연 리처드 젠킨스, 하즈 슬레이맨, 다네이 제케세이 거리라 20년째 단조로운 삶을 살던 월터 베일 교수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예상치 못한 불법 이민자 타렉 커플과 마주친다. 월터와 타렉의 뜻하지 않은 동거가 시작되고 타렉은 월터에게 젬베를 가르쳐 준다. 소외받고 상처받은 인물들의 가슴 따뜻한 희망 찾기.
업사이드 다운
감독 후안 디에고 솔라나스
출연 커스틴 던스트, 짐 스터게스, 제인 헤이트미어 위아래가 거꾸로 상반된 두 행성이 태양을 따라 공전하는 세상, 만남이 허용되지 않는 경직된 사회에서 아담과 에덴은 중력의 법칙을 거스른 채 남몰래 불꽃같은 사랑을 나눈다. 무중력 키스신, 거꾸로 마시는 칵테일 장면, 신비로운 안티에이징 크림 시연 등 SF적인 상상력이 가득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zzaal@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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