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2005년 제주항공이 설립된 지 7년을 넘어서는 올해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 이하 LCC)의 시장 상황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 또는 경쟁 체제 전환에 따른 운임 인하, 거대 자본력과 운항 노하우를 등에 업고 우리나라 항공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외국계 LCC 등이 그 내용이다.

또한 기존 항공사의 자회사 혹은 계열사로 시장에 진입한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공정 경쟁 여부와 함께 이스타항공의 경영난,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말미암은 티웨이항공의 매각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갈등과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올 상반기 일본 피치항공의 한국 항공 시장 진입에 이어 아시아 최대의 LCC인 에어아시아가 한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우리나라 항공 시장은 격동의 시절을 맞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연합뉴스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연합뉴스
‘공정 경쟁’ 논란 실마리 풀어야

‘공정 경쟁’과 관련한 논란은 1988년 12월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며 명목상 복수 민항 체제가 시작된 이후 반복되고 있는 해묵은 과제다. 아시아나항공의 설립과 함께 시작된 조종사와 정비사 영입 갈등에 이어 최근 파리 노선과 김포~베이징 노선의 배분 등 수익성 높은 노선 배분에 이르기까지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 항공 시장은 ‘공정 경쟁’을 둘러싼 갈등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전례를 감안할 때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독점 노선인 괌과 사이판 노선의 취항과 운항 중단이다.

1992년 3월 대한항공이 가장 먼저 취항한 괌 노선에 아시아나항공이 1995년 4월 취항했으나 2003년 10월 중단했으며 1992년 5월 아시아나항공이 먼저 취항한 사이판 노선에는 1995년 12월 취항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괌 노선 운항 중단 1개월 전에 운항을 중단한 것이다.

자사의 이익을 둘러싼 반목과 암묵적 합의에 따른 사실상의 시장 통제는 2012년의 항공 시장에서 돌이켜 보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으로 귀결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시아나 화물기추락 관련 28일 오전 강서구 오쇠동 본사  스케치./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0728....
아시아나 화물기추락 관련 28일 오전 강서구 오쇠동 본사 스케치./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110728....
이같이 반복되는 반목과 갈등의 결과는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정부의 운수권 배분 결과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대응했지만 대부분 패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소송 사태는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는 압박으로 작용했다.

2010년 4월 대한항공이 정부가 아시아나항공에 이원 제5자유 운수권을 주3회 배분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균형 성장을 통한 국민 편익 증진’이라는 취지에 부합한다며 대한항공의 청구를 기각했다.

‘균형 성장을 통한 국민 편익 증진’이라는 정부의 기본 원칙과 법원의 판단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시장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균형 정책’이 궁극적으로는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최근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초 뜨거운 이슈였던 김포~대만 쑹산 노선 배분이다. 국토해양부는 언론 매체를 통해 노선 배분 배경에 대해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저가 항공사의 자생력 강화 명분’ 또는 ‘약자에게 황금 노선을 줘서 스스로 생존하도록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이 각각 주 4회와 주 3회씩 배분 받은 이 노선의 탑승률은 9월 기준 50%를 밑돌며 80%에 육박한 대만 에바항공의 절반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당시 정부는 중화항공과 에바항공 등에 배분한 대만 정부의 결정을 그대로 따랐다.

이들 두 항공사의 경쟁 상대로 경영난을 겪고 있던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을 선발 투입했던 것.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다양한 네트워크 구성이 가능했던 대만 국적의 항공사와 달리 이스타항공과 티웨이항공은 김포~쑹산 노선만 보유함으로써 연계 가능한 네트워크가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들의 회생 지원을 목적으로 국제노선권이라는 국가 재산을 배분함으로써 결국 전체적인 노선 경쟁력만 상실했다는 업계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YONHAP PHOTO-0740> Boeing 747-8I & 777-300 (R) freighters for Korean Air Cargo are pictured in this image released to Reuters on February 6, 2012. Korean Air took delivery of the airline's first 747-8 and 777 Freighters, becoming the first airline in the world to operate both the 747-8 and 777 Freighters.  REUTERS/Boeing/Handout   (UNITED STATES - Tags: TRANSPORT BUSINESS) NO SALES. NO ARCHIVES.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IT IS DISTRIBUTED, EXACTLY AS RECEIVED BY REUTERS, AS A SERVICE TO CLIENTS/2012-02-07 08:39:42/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Boeing 747-8I & 777-300 (R) freighters for Korean Air Cargo are pictured in this image released to Reuters on February 6, 2012. Korean Air took delivery of the airline's first 747-8 and 777 Freighters, becoming the first airline in the world to operate both the 747-8 and 777 Freighters. REUTERS/Boeing/Handout (UNITED STATES - Tags: TRANSPORT BUSINESS) NO SALES. NO ARCHIVES. FOR EDITORIAL USE ONLY. NOT FOR SALE FOR MARKETING OR ADVERTISING CAMPAIGNS. THIS IMAGE HAS BEEN SUPPLIED BY A THIRD PARTY. IT IS DISTRIBUTED, EXACTLY AS RECEIVED BY REUTERS, AS A SERVICE TO CLIENTS/2012-02-07 08:39:42/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격동의 대한민국 항공 시장, 해외 LCC 공세적 대응 어디까지
중국과 일본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올해 우리나라에는 해외 항공사의 신규 취항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초대형 글로벌 LCC의 시장 진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5월 일본 ANA 계열의 피치항공이 오사카와 인천 노선에 취항한 데 이어 10월 28일과 11월 28일에는 역시 일본 ANA와 아시아 최대 LCC인 에어아시아가 합작 설립한 에어아시아재팬이 도쿄 나리타를 기점으로 인천과 부산에 취항할 예정이다.

또 일본항공(JAL)과 호주 콴타스항공이 합작 설립한 제트스타재팬이나 싱가포르항공의 자회사인 스쿠트 등 거대 자본을 내세운 자회사형 LCC의 한국 취항이 잇따를 전망이다. 국가 기간산업과 국가 재산인 운수권 보호라는 원칙 아래 이들 LCC와 경쟁할 수 있는 항공사에 대해 선별적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LCC의 신규 취항 등 경쟁의 최고 가치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 즉 과거는 물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노선 배분과 관련한 기본 원칙은 ‘국민의 편익 증대’다.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2003년부터 대한항공의 단독 노선이 된 괌 노선에 제주항공이 취항하면서 소비자 선택권 확대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기존 항공사와 자회사가 노선을 독식했던 괌 노선은 이처럼 취항 항공사가 늘어난다고 경쟁의 가치가 확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질적으로 운임 인하를 비롯한 서비스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차원에서 LCC에 대한 노선 배분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외 LCC들은 자국의 항공 자유화 확대 그리고 LCC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무기로 우리나라에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 LCC 출범 이전부터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나리타공항과 간사이공항에 LCC 전용 터미널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원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피치와 에어아시아재팬의 한국 시장 진출과 때를 맞춰 LCC 전용 터미널을 완공하는 신속성을 보여줬다. LCC 전용 터미널은 이미 도쿄 나리타공항에서는 지난 9월 12일,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는 10월 28일 오픈했다. 항공료 안에 공항 이용료가 포함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일본계 LCC의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6년 제주항공 취항 이후 국제선 취항 준비 시점부터 ‘국내선 2년 2만 회 무사고 운항’ 조건을 신설하는 등 지원보다 규제에 초점을 맞춰 왔다. 또한 2011년 인천~나리타 노선, 최근 김포~쑹산 노선 등 주요 노선에 대해 ‘LCC의 균형 성장’을 이유로 매각을 진행 중인 항공사에 주요 노선의 운수권을 배분하는 등 일본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정책을 운용해 왔다.

올해와 내년은 중국과 일본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을 무기로 초저가 운임 등의 경쟁력을 갖춘 두 국가의 신생 LCC들이 한국 항공 시장에 본격 진출했거나(피치항공·에어아시아재팬), 준비 중이다(제트스타재팬·춘추항공 등). 이처럼 격변하는 한중일 항공 시장 변화에 맞춰 우리도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도 대표 LCC를 전략적으로 키워 일본과 중국의 신흥 LCC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JAL과 ANA 등 거대 항공사의 노하우를 앞세운 일본 LCC의 공격적인 시장 진입이 우리나라 항공 시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여부에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 대표 LCC’ 육성을 위한 지원책 마련과 함께 옥석을 가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LCC에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할 시점이며 기존 항공 산업과 신규 LCC 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근거리 노선의 운수권 우선 배분, 공정한 경쟁을 위한 시장 왜곡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