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시골에 있는 노인들이 금융 상품에 무지해 역모기지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도시민들의 편견에 불과하다. 필자가 군 단위 행사 차 은퇴 교육 세미나를 열면 ‘역모기지론’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이 도시민들 못지않다.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고령층이 주택연금으로 자녀들의 부양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인식이 농촌 지역 저변에까지 스며들고 있어서다. 주택연금 가입 조건과 지급, 평가 기준에 대해 문의가 많아 정리해 본다.
경기도 하남
/허문찬기자  sweat@  20080902
경기도 하남 /허문찬기자 sweat@ 20080902
주택 담보대출 있어도 주택연금 가입할 수 있어

주택연금 수령 조건은 현재까지 1가구 1주택이고 부부 중 주택 소유자만 60세가 넘어도 가입할 수 있다. 해당 주택의 가격은 9억 원 이하로 저당권이나 전세권 등이 설정돼 있지 않아야 한다. 또 반드시 본인이 거주하고 있어야 하는데 전월세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단 보증금 없이 월세로 놓는 것은 가능하다. 집을 가진 자녀가 같은 가구원이라고 하더라도 1주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2주택자라면 한 채를 처분한 뒤 가입하면 된다. 형제자매의 공동소유라면 가입할 수 없다.

문화재로 지정된 주택이나 면 소재지에 있는 소규모 주택 등은 주택 수 산정 때 제외된다. 가입 대상 주택은 주택법상의 주택(아파트·단독주택 등)과 분양형 노인 복지주택(실버주택)이다. 오피스텔이나 상가, 재개발·재건축이 예정된 주택, 가압류 등의 권리 침해가 있는 주택은 현재까지는 신청할 수 없다.

받은 연금을 중도에 상환하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중도 상환 수수료도 없다. 2007년부터 주택연금공사(HF)가 운영한다. 정확히는 금융회사가 돈을 지급하는데 이를 주택연금공사가 보증하는 방식이다. 심사를 거쳐 보증서를 발급받고 KB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 거의 모든 시중은행에서 대출 약정을 맺으면 된다.

주택 담보대출이 남아 있다면 한꺼번에 목돈을 인출해 대출금을 갚고 나머지를 사망할 때까지 매월 나눠 받으면 된다. 연금액은 같은 값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나이가 많을수록 많아진다. 가입 시점의 집값이 기준이 되므로 시세가 높을 때가 유리하다.

재산세 25% 감면, 대출이자 소득공제(연 200만 원) 등의 세제 혜택도 있다. 하지만 주택연금은 기본적으로 집을 담보로 한 대출 상품이기 때문에 이자가 있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일률적으로 연 1.1%의 가산 금리가 붙는다.

종신형 상품이기 때문에 부부가 집값에 상관없이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만 60세에 3억 원인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100세에 사망한다면 40년간 월 80만 원씩 3억8400만 원을 받는 셈이다.

연금 지급 방식은 기본적으로 한도를 설정하지 않고 월 지급금을 받는 종신 지급 방식, 수시 인출 한도를 정하고 나머지 부분을 월 지급금으로 받는 종신 혼합 방식이 있다. 최근 주택금융공사는 가입 초기 10년간은 평균보다 더 많은 연금을 주고 이후에는 평균의 70%를 주는 주택연금을 출시했다.

공사는 이 상품을 처음에는 후하게 주고 나중에는 박하게 준다는 의미에서 ‘전후후박(前厚後薄)’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공사는 지금까지 평생 동안 같은 연금액을 받는 정약형과 해마다 연금액이 3%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정률형 상품만 취급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소비 패턴에 따라 정액으로도 연금액을 2단계에 걸쳐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3억 원짜리 집을 가진 70세의 주택연금 이용자가 ‘전후후박’형을 선택하면 초기 10년간 월 118만 원을 받게 된다. 이는 평생 같은 돈을 받는 정액형을 선택했을 때보다 월 15만 원 더 많은 것이다. 하지만 가입 후 11년째가 되면 전후후박형은 82만 원을 받게 된다.

주택연금을 받다가 중간에 해지할 수도 있다. 그간 받은 연금과 초기 보증료(집값의 2%), 연 보증료(0.5%)와 이자(현재 연 4.6%)를 내면 된다. 가입자가 사망해도 배우자가 본인 사망 시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 가입 시 부부가 함께 신청, 연대보증이 돼 가입자가 사망해도 배우자가 자격을 유지하게 된다.
[부동산 포커스] 알쏭달쏭한 주택연금 가입 조건 및 지급 방식, 주택뿐 아니라 농지도 연금화 가능
대출 있어도 연금 받을 수 있다

주택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한다. 한국감정원 시세와 KB국민은행 인터넷 시세를 근거로 하는데 딱히 근거가 없는 단독주택 등은 한국감정원에 시가를 평가해 달라고 의뢰한다. 매매 계약서상의 가격이나 신청인이 임의로 제시하는 가격은 인정하지 않는다. 투기지역 등 다른 부동산 거래 제한 정책과도 관계없이 한국감정원·KB국민은행 등이 산정한 주택 가격 100%를 인정한다.

시가가 9억 원이더라도 5억 원어치만 연금화할 수 있다. 나머지 부분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청산 후 상속인에게 지급하거나 수시 인출금 제도로 일부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다. 주택 연금은 주택 담보대출 비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근저당권은 한계 연령(100세)까지의 예상 연금 수령액의 120%를 설정한다.

설정 금액을 높게 잡는 것은 빠듯하게 잡았을 때 추가 설정에 또 다른 비용이 드는 것보다 넉넉히 잡는 게 서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집에 대출이 끼어 있거나 전월세 보증금이 있어도 연금화할 수 있다. 주택 담보대출 상환 등을 위해서는 수시 인출금 한도를 대상 주택 가격의 50%까지 높일 수 있다. 이 돈으로 대출·보증금을 상환한 뒤 연금화하면 된다.

주택뿐만 아니라 농지를 담보로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많지 않다. 농지연금은 담보 농지를 연금 가입 후에도 직접 경작하거나 임대할 수 있고 주택연금도 연금 가입 후 내 집에서 그대로 살면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출시된 농지연금의 누적 가입자 수는 9월 말 현재 2030명을 기록했다. 지급액은 163억7900만 원이다. 제도 시행 1년 만인 지난해 12월에 가입자 수가 1000명을 돌파한 데 이어 매달 100명꼴로 증가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이고 영농 경력 5년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종신형과 기간형(5, 10, 15년형) 두 가지가 있다. 예컨대 종신형은 2억 원짜리 농지를 담보로 설정하면 65세 이상은 매월 65만 원, 70세 이상은 77만 원, 75세 이상은 93만 원, 80세 이상은 115만 원을 받는다. 역모기지(주택연금)가 주택을 담보로 매달 노후 생활 자금을 연금으로 지급한다면, 농촌형 역모기지는 논밭을 담보로 한다는 점만 다르다.

노후 대책이 거의 없는 농민들 사이에서 농지연금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하지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는 주택연금과 달리 농지연금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해 담보 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는 점은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홍보 부족과 영세 농민들을 우대해야 하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연금을 받던 사람이 사망하면 배우자가 승계한다. 또 ▷연금을 받으면서 담보 농지를 직접 경작 혹은 임대할 수 있고 ▷정부에서 직접 시행하기 때문에 안정적이며 ▷담보 농지의 가치가 연금 채무보다 높으면 상속이 가능하다는 점 등도 장점으로 꼽힌다.

끝으로 주택연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주택금융공사 직원에게 직접 알아보거나 주택금융공사 ARS(1688-8114)를 통해 알아보면 된다.

역모기지론을 받고 난 후 임대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질문이 많다. 원칙적으로 주택의 전부나 일부에 보증금을 받고 임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령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게 취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보증금 없이 월세로 주택의 일부를 임대하는 것은 가능하다.

주택연금을 받는 상태에서 매매할 때에는 이사한 다른 집을 담보 주택으로 변경해 계속 이용할 수 있다. 연금을 받던 중 재건축·재개발되면 담보 주택이 사라지고 새 주택이 들어서는 것이므로 해지하는 게 원칙이다. 기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재개발·재건축이 완료된 후 새 주택을 대상으로 주택연금에 다시 가입할 수 있다.

연금액은 신청자의 나이와 집값에 따라 달라진다. 나이가 많을수록, 집값이 비쌀수록 많이 받는 구조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이 떨어질수록 연금 수령액도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조건이 된다면 집값의 내림세가 장기화될 때는 가급적 일찍 신청하는 것이 주택연금 재테크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ceo@youand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