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훙하이(鴻海) 그룹의 자회사인 폭스콘은 한국인들에게 애플의 아이폰 생산 업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아이폰 뒷면에 중국산(made in china)라는 표기가 있는 것도 애플의 주문에 따라 폭스콘이 아이폰을 조립, 생산하기 때문이다. 선전·청두·정저우 등 중국 전역에서 고용하고 있는 직원은 120만 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좋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주요 고객인 애플과의 원활한 관계와 중국 노동자들에 대한 안정적인 노무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두 요인 모두 최근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잘 들여다보면 중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외국 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들도 겪고 있는 문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고 있다는 중국 산업의 현실을 보여준다.

폭스콘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노동력 수급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폭스콘은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의 젊은 여성을 고용해 왔는데, 이 같은 조건에 맞는 인력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폭스콘 인력 담당자는 “일부 지역에서는 다른 공장에서 수백 명씩 노동자를 빌려와야 겨우 필요한 인력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4세 소녀를 채용한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첫 번째 원인은 젊은 인구의 절대량 자체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생산 가능 연령 인구는 2015년까지 늘어날 전망이지만 15세에서 29세까지 인구는 이미 줄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에 따르면 해당 연령의 인구는 앞으로 10년간 2300만 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고달픈 공장 노동을 기피하는 현상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청년층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국 내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젊은 여성의 선호도가 높은 상위 10개 직업 중 9개 직업이 서비스업 관련이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월 14일 보도했다.
이는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폭스콘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올려줬다. 폭스콘의 생산직 여성 노동자의 초임은 1800위안이지만 초과 근무 등에 따라 종종 3600위안까지 치솟는다. 3개월의 수습 기간이 지나면 300위안의 격려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상당수 대졸 취업자들의 초임이 4000위안에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여성 노동자들의 빈자리만큼 남성 노동자들이 늘면서 노무관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9월 23일 노동자들과 공장 경비원들 사이에 발생한 충돌과 10월 5일 수백 명의 직원이 조업을 방해한 것도 남성 노동자들이 늘어난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어려움을 딛고 제품을 납품하고 있지만 수익은 기대보다 크지 않다. 대만의 경제일보는 폭스콘 등 애플 협력 업체들이 아이폰을 제작해 얻는 수익률이 1%에도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한 대를 팔 때마다 200달러(약 22만 원) 이상의 이윤을 남기는 애플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 때문이다.
폭스콘은 아이폰5 생산을 위한 애플의 요구 사항을 맞춰주기 위해 관련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신규 노동자들을 고용했다. 추가 노동시간에 지급하는 임금은 통상 근로시간 대비 3배에 달한다.
이 같은 투자에도 애플의 납품 단가 인상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자 폭스콘은 케이블 업체인 폭스링크 등 다른 대만 업체들과 함께 단가 인상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애플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세계 협력사들에 최소한의 납품 단가만 지불하는 것은 사망한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던 시절 확립된 방침이기 때문이다. 폭스콘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노경목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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