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정열적인 게스트에 비해 프로그램 진행자가 몸을 꼿꼿이 세운 채 자세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일정한 표정으로 도도한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카메라를 의식하면서 시종일관 자신의 우아한 모습만 유지하려는 태도가 보였는데 이에 비해 온몸으로 연기를 해가며 자신의 지나온 길을 열심히 설명하는 게스트가 서로 대비돼 누가 진행자이고 누가 게스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리더는 자신의 토크쇼에 부하를 초대하는 진행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두 사람 사이의 대화도 이른바 말 궁합이 맞아야 짧은 시간 안에 서로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할 수 있다. 우선 환영의 멘트로 긴장을 풀어주고 부하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려라.
나는 단지 촉진자일 뿐 오늘은 “자네가 주인공이야”라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부하가 자신의 내면을 보일 수 있도록 비슷한 동질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시선(eye contact)을 맞추고 관심을 표현하는 표정이 나와야 한다. 그러고 나면 부하와 비슷한 보디 랭귀지 (mirroring body langage)를 연출하라. 부하 스스로 “우린 같은 과(科)에 속하네”라는 느낌을 받을수록 좋다.
자신의 반응이 상대의 에너지와 균형을 이룰수록 파트너십은 더욱 강해지게 마련이다. 부하가 처절한 표정으로 “정말이지 이젠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라고 말하면 더불어 심각하게 “내가 생각해도 아찔하네요”라고 말하라.
그러나 덤덤하게 “그때는 좀 힘든 시간이었어요”라고 말하면 당신 또한 쿨하게 “잘 이겨낸 것 같군요”라고 해결된 듯 말하라. 이때의 포인트는 항상 에너지를 같게 하기보다 비슷하게 유지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대화의 흐름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하의 열정에 비해 리더가 너무 무덤덤한 것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부하의 무반응에 비해 리더 혼자 너무 오버액션을 취하는 것도 궁합이 맞지 않는다. 상대가 아직 던져진 주제에 대해 이렇다 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데 리더 혼자 침을 튀겨가며 몸을 앞으로 기울여 반복해 강조하다 보면 에너지만 떨어지고 부하 직원은 끌려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든 설득하려고 들이대기보다 일단 한 발자국 떨어져 자극을 제시하고 그다음 기회를 잡는 것도 현명한 조절 방법이 된다. 궁합을 맞추지 못하는 리더는 자꾸 자신의 말만 하려고 하고 상대가 말을 꺼내는 타이밍과 겹쳐 말이 어긋나게 된다. 이 상황을 무시하고 계속 말하면 상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염두에 둔 상태라 리더의 말에 몰입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에너지의 균형을 만드는 일에 성공하고 나면 이때부터는 서로가 표정으로 상대에게 키를 넘겨주는 타이밍을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단계가 온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반응을 보일 때이고 또 잠시 후에는 부하가 반응을 보일 때라는 것을 서로가 아는 것이다.
마치 테니스를 치듯이 공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둘 사이에 리듬이 붙고 박자가 맞고 그리고 흥에 겨워지면 이때야말로 최고의 열매를 얻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이제 당신은 능숙한 토크쇼 진행자가 되어 부하가 자신의 가능성을 발산하도록 궁합을 맞춰라. 잠시 후 누군가가 뜨거운 박수를 보낼 것이다.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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