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점포 탐구…‘옐로우펍’

요즈음 어지간한 대형 주점은 체인이 아닌 곳이 없다. 메뉴판이 거의 요리점 수준으로 종류가 많아 아시아 음식과 일식을 넘나드는 퓨전으로 100가지는 된다고 자랑하는 곳도 있고 자리마다 스크린 화면을 두고 게임이나 화상 채팅을 하는 미팅 기능을 갖춘 주점도 있다. 각각 대형 주점마다 무언가 색다른 특색을 갖춰야 브랜드 차별화가 가능하기에 더욱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드시 이런 것들이 좋은 결과로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때로는 너무 많은 요리 가짓수 때문에 주방 인력과 본사의 물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매출이 하락했을 때에도 물류비나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안고 가야 하기에 고정비를 줄이지 못하는 곳도 있다.

이러한 장단점을 가지고도 대형 주점은 반드시 유행에 맞는 브랜드의 가맹점으로 창업해야 할까. 화곡동의 ‘옐로우펍’은 개인 주점이지만 대형 주점의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창업] 고객 니즈 ‘바로바로’…메뉴 수시로 바꿔
공격적인 위치 선정

강서구 화곡동의 옐로우펍은 위치만으로도 지역 주민 누구나 알 수 있는 중심에 있다. 번화가인 강서구청과 다소 떨어져 있지만 화곡역 사거리에 들어서 오가는 지역민들이나 유동층의 눈에 띄기 좋다. 무언가 이국적인, 뜻이 담긴 이름은 아니지만 가게 이름과 일치하는 노란 간판이 연상 작용과 가시성을 높여준다. 보여주기보다 기억하기 쉽고 찾기 쉬운 실속형이다.

체인 점포가 아니다 보니 주류의 구성이 눈에 띄게 자유롭다. 괜히 세계 맥주 전문점이니 퓨전 막걸리 주점이니 하고 스스로를 규정지을 필요가 없다 보니 주류는 없는 게 없는 만물 바가 됐다. 호가든·아사히·기네스 등 알려진 생맥주 외에도 산미구엘 등 10여 가지의 생맥주를 갖추고 있고 병맥주 역시 다양하다. 게다가 어지간한 종류의 위스키까지 갖추고 있으니 ‘술’이라면 거의 모든 주종이 있는 셈이다.

대형 매장 내부를 둘러보면 생맥주를 마시러 온 젊은 고객과 양주를 마시고 있는 인근 직장인 넥타이 부대가 혼재해 있는 모습이다. 메뉴는 다양한 주류에 맞게 다양한 구성을 갖췄다. 종류가 많지만 구색 맞추기 메뉴는 없다. 고객이 즐겨 찾는 메뉴가 아니면 즉시 빼거나 새로 구성해 내놓기 때문에 지금 메뉴판에 있는 것은 모두 인기 메뉴라는 것. 눈치 볼 본사가 없으니 운영 자체가 명목이 아니라 현장을 바로바로 100% 반영한 결과물이다.

고객에 맞게, 현실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개인 주점은 고객이 아니라 운영하는 사람의 현실에 초점을 맞춰 변하면 그때부터 망하는 길이다. 원가가 비싸다고 메뉴를 바꾸고 주방 인력이나 홀 서빙이 힘들다고 시스템을 바꾼다면 프랜차이즈 체인 주점에 밀릴 수밖에 없다.

‘옐로우펍’은 현재 메뉴를 개선하고 치킨과 피자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에게 의뢰한 상태다. 사장이 현장에서 고객들의 반응과 매출 패턴을 직접 분석하되 객관성이나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은 아집을 버리고 과감히 외부 전문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일부 전문 요식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 업종이 프랜차이즈화가 대다수인 상황이다. 이런 때에 장기 소비 불황에 자영업자들이 고전을 겪게 되다 보니 프랜차이즈의 장점뿐만 아니라 그 단점들도 대두되고 있다. 창업자 스스로 살펴야 하는 부분이 큰 개인 창업이지만, 가맹이 아니라 스스로 해당 업종에 대한 지식을 키우고 하나하나 일궈낸 성공 사례도 이렇게 곳곳에 있다. 어려울수록 부지런해지고 현명해지는 것, 허례 대신 실속을 찾는 창업 본연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이재영 김앤리컨설팅 소장 jy.lee200@gmail.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