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폭스바겐은 대중 차를 잘 만드는 회사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차도 곧잘 만든다. 골프 TDI의 성능도 흠잡을 데 없지만 골프 GTD라는 업그레이드 모델을 만든 것도 모자라 시로코 R라는 걸출한 물건을 만들었다. 하나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이용해 대중 차에서 마니아적인 차까지 만들어 내는 것이다.

CC는 컴포트 쿠페(Comfort Coupe)의 이니셜을 차명(車名)으로 사용했다. CC가 해외에 첫선을 보인 것은 2008년이었는데, 공교롭게도 YF 쏘나타가 나오기 전이다. 쏘나타를 언급하는 이유는 측면의 비율과 실루엣이 CC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전륜구동 모델로서 후드 길이가 최소화되고 탑승 공간을 최대화한 데다 창문 면적이 작도록 지붕을 반달 모양으로 납작하게 붙인 면이 그렇다. 다만 쏘나타는 극단적으로 높은 하이벨트라인을 사용해 시야가 좁지만 CC는 스포츠 쿠페를 지향해 시트 포지션이 낮아 벨트라인이 높을 필요가 없다. 다만 타고 내리는 데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실용성 겸비한 4도어 쿠페의 질주, 폭스바겐 뉴 CC 2.0 TDI 4모션
쿠페의 감성에 실용성을 더했다

쿠페형 차는 대개 2도어가 많은데 국내에서도 ‘포르테 쿱’이나 ‘제네시스 쿠페’가 그렇다. 수입 차에서도 아우디 A4의 쿠페형인 A5가 2도어다. 뒷좌석에 승객을 태울 일이 거의 없는 20대에서 30대 초의 젊은 운전자에게 걸맞다. 그렇지만 CC는 4도어다. 쿠페를 지향하지만 40대의 패밀리 카 수요까지도 흡수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쿠페는 쿠페다. 딱딱하고 거친 승차감에도 불구하고 운전의 재미를 위해 타는 차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딱 떨어지지는 않는다. 소수의 마니아를 위한 차다.
실용성 겸비한 4도어 쿠페의 질주, 폭스바겐 뉴 CC 2.0 TDI 4모션
시승 차는 ‘CC 2.0 TDI 4모션’이다. 제원상으로 보면 파워트레인은 골프 2.0 TDI의 고성능 모델인 골프 2.0 GTD와 같다.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과 6단 DSG(듀얼 클러치)를 달았다. 골프 GTD의 매끄러운 변속감과 강력한 추진력을 발끝으로 느낄 수 있다. 대신 무게는 1700kg(공차 중량)으로 골프GTD (1495kg)에 비해 205kg 무거워 순발력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구형 CC에 비해서는 헤드램프와 리어램프가 아날로그적인 느낌에서 디지털적인 느낌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발광다이오드(LED)를 대폭 적용한 것 때문이다. 복잡하던 전면 디테일은 가로로 길게 쭉 펴졌다. 최근 폭스바겐의 패밀리 룩을 따랐다.

실내는 폭스바겐 특유의 간결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폭스바겐에도 스마트키가?’라고 잠시 착각했지만, 버튼 시동은 없다. 키 전체를 홀더에 밀어 넣어 시동을 거는 방식이다. 엔진 자동 꺼짐 후 시동이 걸릴 때 거부감은 꽤 크다. 원하지 않으면 끌 수 있게 되어 있다. 가격은 5090만 원. 4모션이 아닌 2륜구동(2.0 TDI)은 200만 원 싸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