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제도 변화
지난 1월 발표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주로 서민과 중산층, 자영업자의 세 부담을 덜어주고 기업 및 공익 단체, 개인의 편법적인 조세 회피 행태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부동산 관련 주요 변화를 보면 주택 임차 차입금 원리금 상환액과 주택 저당 차입금 이자 상환액 공제 한도가 각각 확대된다. 주택 임차 차입금 원리금 상환액 소득공제는 그 적용 대상 근로자를 현행 총급여 3000만 원 이하에서 5000만 원 이하로 확대하고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있어야 한다’는 요건을 삭제한다.
만기 15년 이상인 장기 주택 저당 차입금 70% 이상을 고정금리 이자 또는 비거치식 분할 원금 상환 방식으로 갚아 나간다면 이자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는 기존 연 1000만 원에서 연 1500만 원으로 늘어난다. 혼인에 따른 주택 과세 기준도 달라졌다. 1주택을 소유한 직계존속(60세 이상)과 거주 중인 무주택자가 1주택자와 혼인해 1가구 2주택이 됐다면 1가구 1주택 특례를 적용하고 또 결혼을 통해 1가구 3주택 이상자가 됐다면 혼인일로부터 5년 이내에 양도한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일 현재 배우자의 주택 수를 차감해 양도세율을 적용한다. 실수요 목적의 주택 보유에 따른 과세 특례도 보완됐다. 그동안은 취학, 근무상 형편, 질병 요양 등 실수요 목적으로 취득한 수도권 밖 주택과 일반 주택을 1개씩 소유 시 일반 주택을 양도하면 양도 시기에 제한 없이 1가구 1주택 비과세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비과세가 적용되는 일반 주택 양도 시기를 실수요 목적의 주택 취득 사유가 소멸한 날부터 3년 이내로 제한된다.
해외 교육비에 대한 소득공제 기준도 대폭 완화돼 ‘기러기 아빠’의 부담이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중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자녀들은 예체능 특기생으로 인정받은 때에만 교육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 해외 유학 간 자녀에게 보내는 교육비 소득공제가 초·중학생까지 확대된다.
중소기업 취업 대학생 ‘근로소득세 면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는 근로소득세 면세 혜택이 주어진다. 향후 2013년 말까지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의 근로소득세를 취직 후 3년간 100% 면제하되 만 15세 이상~29세 이하로 정한 청년의 범위를 군 복무 기간을 가산해 최고 35세까지 확대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어민의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농가 부업 소득 비과세 범위와 금액도 확대된다. 농가 부업의 비과세 소득 금액은 현행 18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인상된다. 어업 비과세 대상에 연근해·내수면 어업을 추가하고 농가 부업 가축 규모도 소는 30마리에서 50마리로, 돼지는 500마리에서 700마리로 확대된다.
영세 사업자의 세 부담도 완화됐다. 음식·숙박·소매업 등 영세 사업을 영위하는 간이과세자에 대한 부가가치율 우대 적용 기한을 작년 말에서 2014년 말로 3년 연장한 것. 음식·숙박업 사업자 13만 명은 40% 대신 30%를, 소매업 사업자 9만 명은 20% 대신 15%를 적용받는다. 종전에는 병원 부설 산후조리원에게만 해당되던 부가가치세 면세가 일반 산후조리원으로도 확대된다.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가업 상속재산 공제 범위도 합리화됐다. 지난해까지는 가업 상속재산가액의 40%를 100억 원 한도로 공제했지만 올해부터는 가업 상속재산가액의 70%와 2억 원(미달 시는 미달 금액) 중 큰 금액(최대 300억 원 한도)을 상속세 과세가액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다만 사업용 자산에 한한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안도 확정돼 올해부터 일감을 받는 수혜 법인의 지분을 3%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수혜 법인의 매출 중 일감을 몰아준 비율이 30%를 넘으면 거래 이익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된다. 다만 과세 대상이 되는 특수관계법인 범위에서 수혜 법인이 50% 이상 출자한 자회사, 공정거래법상 다른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지주회사인 수혜 법인의 자회사·손자회사 등은 제외된다.
한편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1년여에 걸쳐 추진해 온 이익 공유제가 ‘협력 이익 배분제’로 이름을 바꿔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름이 바뀐 것과 함께 내용도 원안에서 크게 후퇴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의 이익 공유제는 대기업의 이익을 생산 단계의 모든 협력업체와 나누자는 큰 틀에서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했지만 협력 이익 배분제는 대기업이 거둔 이익을 사전 약정에 따라 일부 우수 협력사와 나누는 것으로 수혜 범위가 줄어들었다.
탈세 감시를 강화하고 납세 편의를 돕기 위한 차원의 제도 개선도 이뤄졌다. 먼저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와 미발급의 신고 기한을 거래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서 5년 이내로 연장한다. 사업자의 현금영수증 자진 발급 기한도 거래 당일에서 거래일로부터 5년 이내로 연장한다. 다만 현금영수증 의무 발급 사업자는 소비자가 미발급으로 신고하기 전날까지만 자진 발급이 가능하다.
임원들은 소득을 줄이는 대신 퇴직 소득을 부풀려 세금을 적게 내려는 경우가 있어 퇴직 소득 한도 규정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한도 규정(퇴직 전 3년간 평균급여×0.1×근속연수×3)을 초과하는 금액은 근로소득으로 본다. 개인 정보제 및 인감증명제도 변화
공익법인과 기부금 단체의 투명성을 위한 조치도 이뤄졌다. 공익 법인 인건비를 1인당 8000만 원까지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주무 관청의 승인이 필요하도록 했고, 기부금 단체 지정 취소 사유에 비수익 사업의 연간 총지출액의 80% 이상을 고유 목적 사업에 지출하지 않는 경우와 법인의 대표자·종업원 등이 기부금품모집법을 위반해 그 법인 또는 개인이 징역이나 벌금형이 확정된 경우를 추가하는 등 기부금 단체의 공익성을 강화했다.
조세 회피에 대한 과태료도 상향된다. 해외 금융 계좌 보유 사실을 숨기거나 축소해 신고하는 경우 과태료가 금액에 따라 1%씩 상향 조정된다. 미신고 또는 과소 신고금액이 20억 원 이하면 현행 3%에서 4%로, 20억 초과 50억 원 이하면 6%에서 7%로, 50억 원 초과는 9%에서 10%로 각각 상향 조정된다. 한편 국세청은 탈세 감시 체계 확립을 위해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시행 중인 리니언시(Leniency)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탈세 거래에 공조한 한쪽이 상대방을 알리면 가산세 감면, 처벌 경감 등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개인 정보제가 확 바뀌고 인감증명제도가 변화하는 등 생활 편의를 위한 제도 개선도 앞두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온라인에서는 회원 가입 때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없다. 운전면허 처분 이의 신청서, 식약청 정보 공개 신청서 등 1558종의 공공 기관 민원 신청서에도 주민번호 대신 생년월일을 기재하도록 순차적으로 바뀐다. 법령에서 허용하거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주민번호를 수집 또는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주민번호 유출에 대한 제재도 강화돼 고객의 주민번호를 유출한 기업에는 매출액의 1%까지 과징금이 부과되고 불법 행위 책임이 있는 최고경영자(CEO)에 대해서는 직무 정지와 해임 권고를 내릴 수 있다.
1914년 도입 이후 공·사적 거래 관계에서 본인 의사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널리 사용된 인감증명제도도 근 100년 만에 바뀐다. 새로 도입되는 제도는 도장을 만들거나 등록할 필요 없이 가까운 읍·면·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전자 패드에 서명하고 일정한 서식을 작성하면 ‘본인 서명 사실 확인서’를 발급받아 인감증명서 대신 사용하면 된다. 본격적인 발급은 시행령 제정과 시스템 구축 등 사전 준비 및 안내 기간 등을 거쳐 12월부터 가능해질 전망이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