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은 무엇일까. 지속적으로 5분 이상 공급 받지 못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공기를 제외하곤 단연 ‘물’일 것이다. 인체 성분의 70%가 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생수를 포함한 직접적인 물을 제외하고 21세기 현재 인류가 매일 마시는 청량음료의 시장 규모는 1조 원 수준이다. 한국도 연간 3조5000억 원, 하루에 100억 원 정도의 음료가 소비된다. 가정이나 테이크아웃점에서 마시는 핸드메이드 분말 타입이나 티백 타입 등을 제외한 수치다. 이 모두를 합치면 국내시장 청량음료의 3배 이상인 연간 10조 원에 이른다.
인류가 마시는 음료의 시작은 핸드 메이드나 홈 메이드로 만들어진 차 타입의 인도어용 음료에서 시작됐다. 대량생산 등 산업화가 가속화하면서 아웃도어 제품이랄 수 있는 액상 타입 음료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액상 음료의 역사는 용기의 역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음료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보존성과 편리성을 갖춘 용기 개발이 되지 않았다면 음료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음료 시장은 인도어용 음료에서 아웃도어용 음료로 세분화되고 확산됐다.
필자는 아웃도어용 액상 음료를 다수 개발하고 시장에서 히트시켰지만 액상 음료의 한계성을 지적하고 인도어용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웃도어에서 편리하게 마실 수 있는 액상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간 유통시킬 수 있는 보존의 편리함이다. 쉽게 변질되는 액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열처리를 통한 멸균 공법을 도입했다. 방부제와 열처리 멸균법으로 보존성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고온 처리로 인해 원료 특유의 향과 색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향과 색소 등의 인공첨가물 산업이 함께 발전하게 된 것이다.
또 과일 같은 내용물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병과 페트 제품은 장기간 진열돼 있으면 가라앉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화제 등의 첨가물도 필요하게 됐다. 결과론적으로 편리성과 기호성은 충족시켰으나 영양성과 경제성은 퇴보한 셈이다.
필자는 인도어용 우리 음료 개발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주장한다. 현재 인도어용 음료는 여전히 서양 식문화에 맞는 커피나 코코아 분말 제품과 홍차·녹차 일색이다. 일부 뜻있는 기업들이 국산 차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지만 글로벌 수준을 따라가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선진국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분말 커피와 식물성 크림을 믹스한 저가 커피믹스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매출 1조 원을 넘는 식음료 회사들이 10개가 넘는 한국 식음료 시장에서 대기업들의 우리 브랜드 만들기 의욕이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네 식당에서 제공하는 후식이 콜라·사이다·커피에서 식혜·매실차·오미자차 등의 우리 전통 차들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 또한 뜻있는 음료 업계에서 우리 음료를 대중화한 이후 찾아온 결과로 ‘우리 마실거리 문화 만들기 운동’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1962년 전남 해남 출생. 연세대 경영대학원 졸업. 1999년 웅진식품 사장. 2006년 세라젬 부회장. 2009년 (주)얼쑤 사장(현).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