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들의 투자법 읽기
로버트 위더머의 ‘애프터 쇼크’에 따르면 우리는 ‘멀티 버블’ 시대에 살고 있다. 멀티 버블은 1980년대 초 미국 정부가 엄청난 적자 예산을 편성하면서 시작됐고 각각의 버블은 상호작용하며 서로 팽창하는 것을 도왔다. 또한 부동산, 주식, 민간 부채, 재량 지출의 버블은 2008년 말에서 2009년 사이에 터지기 시작했고 달러와 정부 부채 버블은 모든 사람이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다고 안심하는 ‘애프터 쇼크’ 상태에서 터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달러의 가치는 미국 정부의 다양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하락 추세에 있다. 이와 함께 2006년 8조5000억 달러 규모였던 미국 정부 부채는 2011년 말 15조 달러를 넘어섰다. 최근 금융 불안 현상이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의 과다 부채와 미국 신용 등급 하향에서 촉발, 심화됐던 것을 상기해 보면 미국의 채무 증가는 예의 주시해야 하는 이슈다.
또한 경제적 충격이 연이어 발생했던 1, 2차 오일쇼크 등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첫 번째 경제 쇼크가 발생하면 버블이 일부 줄어든다. 경제 주체들이 대비하는 과정을 갖게 되기 때문에 두 번째 경제 쇼크에는 규모가 더 크더라도 주식시장 등이 받게 되는 하락 충격은 덜 해 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은 수급이 내용에 우선하는 속성을 보여 왔고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양적 팽창을 위한 준비를 갖춰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에서 제로 금리로 확보된 유럽 은행의 통화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면 시장에 공급돼 유통 속도를 높여가며 실물시장과 금융시장에 군불을 지펴낼 것으로 보인다. 7%를 넘나들던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11년 1월 말 6% 이하로 내려온 것, 2012년 연초 이후 폭발적인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 미국의 카드 사용액 증가 등은 통화의 유통 속도 증가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재테크 스쿨] ‘멀티 버블’ 시대…중위험 자산 찾아라](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8486.1.jpg)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걱정스러워 보이는 미국 부채와 달러의 버블 가능성, 유럽의 계속되는 부진과 쏟아지는 대책들은 시장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 투자자로 하여금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없게끔 만드는 요소다. 이에 비해 통화의 공급량을 늘리고 적정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각 국가가 짊어지고 있는 부채의 실제 규모를 줄이는 것이 현시점에 생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 시장의 예금·주식·보험 등 금융자산 구성 비율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금리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로 내려오며 시작되며 금리의 한 자릿수 초·중반으로의 하락이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다. 한국의 가계 자산은 금리 하락과 펀드 투자 열풍에 힘입어 투자자산 비율 확대 등 과도기를 거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인내의 범위를 벗어난 시장의 하락과 급변동성은 소위 물타기한 자산마저 손실에 이르게 했고 투자자들의 주식시장에 대한 피로감은 정점 수준에 달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버블 붕괴 시대 속에서 금융 자산가들의 투자는 어떠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고 혜안을 발굴해 보자. 2011년 하반기 이후 20억~30억 원 이상 금융 자산가들의 움직임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첫째는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간 위험 자산에 대한 주목과 사모 펀드 투자다. 신경 써가며 투자한 주식 등 고위험 자산에서 원하는 수익 대신 스트레스를 얻게 된 투자자들이 2011년에도 꾸준한 성과를 얻게 해 준 중위험 자산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기대 수익률은 7~8%에서 높게는 15%에 이르며 브라질 채권,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메자닌(금융시장에서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일컫는 용어로 CB, BW 등을 일컬음), 사모 공모주 상품(공모형과 달리 동일 종목 10% 이상 편입이 가능) 등이 해당된다.
브라질 채권 투자는 매년 높은 이자를 지급하고 비과세 효과가 VVIP 투자자로 하여금 헤알화 가치 하락 리스크를 상쇄하며 꾸준한 투자처로 선택되고 있다. 또한 2011년 하반기 이후 헤알화 가치 하락은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 메자닌 투자는 개인들이 직접 투자하기에는 선택의 폭이 많지 않아 주로 사모 펀드의 형태로 투자가 이뤄지는데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상품은 부도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면 10~20%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공모주· CB·BW·기업공개(IPO) 직전의 장외 주식 투자 등을 포함해 다양한 투자 기법을 시도하는 사모 펀드들이 발 빠른 PB와 VVIP 투자자들에게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위험 자산은 ‘원칙’가지고 접근할 것
둘째는 고위험 자산의 리밸런싱이다. 운용사와 자문사의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달성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지거나 시장 수익률을 밑돌며 펀드와 랩어카운트 투자 기간도 함께 단기화되고 있다. 포트폴리오 노출과 당분간 자금 유출이 유입보다 많을 것으로 판단되는 랩어카운트 비중 축소와 성과 하위 펀드의 상위 펀드로의 교체 등이 이뤄지고 있다. 고위험 자산의 리밸런싱은 이원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높은 불안감에도 다소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높아진 변동성 속에 제공되는 연 30% 수준의 개별 종목 ELS, 사모 주식형 기업 지배 구조 개선 펀드, 직접 주식 투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개별 종목 ELS는 높은 쿠폰 수익률로 인해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감내하는 투자자들이 기초자산 가격이 급락 혹은 낮아진 시기를 이용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투자자들의 변화하는 기대치에 부응하는 다양한 조건의 ELS 상품이 시장에 꾸준히 제공되고 있다. 대주주와 우호적인 관계를 사전적으로 형성하고 의미 있는 (예를 들어 5% 이상) 지분을 취득해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거버넌스 사모 펀드도 높은 성과를 통해 주목 받고 있다. 대주주·경영진·투자자의 이해가 상충하지 않는다는 점과 명확한 투자 콘셉트 등이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는 이번 금융시장의 위기는 1차로 버블이 제거된 상태에서 발생했고 2012년 영업수익 기대치가 110조 원에 이르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추정치가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면 시장의 하단은 밸류에이션이 떠받쳐 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이번의 변동성 확대는 결국 글로벌 주요 메이저들이 야기했고 그 메이저들이 파산 및 파국으로 가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유동성 효과와 실적 등을 기반으로 금융시장의 정상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투자 트렌드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지속적인 포트폴리오와 투자 환경 변화 점검, 유연함과 원칙의 조화, 한 걸음 앞서 실행하는 것이 VVIP 금융 자산가들의 투자 모습이다.
김영빈 미래에셋증권 압구정지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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