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현 키위플 대표
위치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오브제(Ovjet)’는 요즘 가장 빨리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스마트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 중 하나다. 최근엔 다운로드 건수가 1200만 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오브제는 국내에서 벤처기업이 만든 스마트폰용 앱 중 카카오톡에 이어 두 번째로 1000만 명을 넘겼다. 2010년 3월 출시된 지 1년 8개월여 만인 지난해 11월 이용자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오브제는 연말께 1100만 명에 도달했고 최근 1200만 명을 가볍게 넘어섰다. 매달 100만 명씩 늘어나는 현 추세로 볼 때 올 하반기에는 2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강현실이나 위치 기반 서비스 수준을 뛰어넘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오브제 개발사 키위플의 신의현 대표를 만났다.

팬택 시절 그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른바 ‘슬라이드폰’이라는 걸 만들었다. 지금은 터치스크린의 스마트폰이 대세고 주위에 모두가 그런 폰을 쓰는 사람들만 보이는 것 같지만 2000년대 중반에 나온 슬라이드폰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가볍게 밀어 올리면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게 하는 그런 방법을 그는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기술보다 사람의 마음에 더 관심을 가졌다는 게 그가 말한 답이었다.
좋은 제품에 대한 오랫동안의 고찰은 특히 그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이 됐다. ‘좋은 제품은 부품의 조합이나 스치는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사람에 대한 인문학적인 고찰이 중요하더라고요. 결국 사람의 기호와 선택을 따라가게 돼 있습니다. 기술을 보기 전에 인간 욕망의 본질을 봐야죠.”

그는 상품을 기획하면서 계속해 2~3년 후의 미래를 보는 훈련을 했다. 그리고 그 훈련 속에서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다. 그건 휴대전화 제조가 아닌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장실에서 근무하면서 이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그래서 SK텔레시스에서 일하던 마지막 1년 6개월여 동안 계속해 아이디어를 정리했다고 한다.
“정리해 보니 550가지나 되더라고요. 잊을까 싶어 노트에 빼곡하게 적어 놓았죠.” 피아 식별이 가능한 무기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 집 안 내부 전체를 디스플레이화하는 시스템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 체중 연동 보험이나 은행 이자 상품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오브제는 55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였다. 그는 이것을 구체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혼자서는 불가능했다. 그와 뜻을 같이한 사람은 SK텔레텍 시절부터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서울대 후배인 최현정 이사. 신 대표가 SK텔레텍 2년 차 때 서울대에 채용하러 갔다가 두 사람은 알게 됐다. “그때 신 대표님은 일반 사원이었는데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아 저 사람과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95학번인 최 이사는 신 대표의 창업에 대한 뜻을 알고 2008년 말부터 함께 오피스텔을 얻어 사업을 구상했다. 그리고 5명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더 모아 왔다. 이들 7명은 2009년 8월 키위플을 창업했다.
키위플 창업자들은 모두가 웬만큼 직장 생활을 한 사람들이다. 각자 돈을 내 2억 원의 자본금을 만들었다. 그런데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회사를 차린 지 두달 만에 3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그게 꼭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너무 빨리, 너무 쉽게 투자를 받아 ‘아, 우리가 열심히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오브제 아이폰 버전을 개발하던 중 SK텔레콤에서 연락이 왔다.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먼저 만듭시다.” SK텔레콤은 국내에서 KT와 대항할 대표 앱이 필요했다. 오브제는 증강현실에 위치 기반까지 더해 첨단 느낌을 주기에 좋았다. “SK텔레콤에 3가지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사용자에게 돈을 받지 말 것, 일정 기간만 지원해 주고 이후엔 다른 통신사에도 개방할 것, 해외에 나갈 때 도와줄 것. 양해가 되면서 안드로이드용으로 먼저 나왔죠. 그 덕에 마케팅에 큰 도움도 받았고요.”
오브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사물 또는 장소를 ‘팔로우(Follow)’한다는 독특한 개념 때문이다. 트위터에서 사람을 팔로우하면 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다 볼 수 있듯이 오브제에서는 장소나 사물을 팔로우하면 관련 정보나 이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 반응 등을 모두 알 수 있다. 밤하늘의 별자리를 팔로우하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해당 별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일종의 소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증강현실을 이용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것도 오브제의 장점이다. 앱을 실행한 뒤 하늘에 비춰보면 대낮에도 하늘에 어떤 별자리가 있는지 증강현실로 보여준다. 키위플은 왜 이런 앱을 만들었을까. 신 대표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지만 모든 사물과 공간에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호감도가 담겨 있게 마련”이라며 “같은 사물을 좋아하는 사람들 간의 공통점을 연결하면 새로운 SNS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물을 통한 SNS라는 개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대한 그의 인식에서 나온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면 빨간 알약, 파란 알약 둘 중에 고르게 하잖아요. 파란 알약을 고르면 편하지만 가상 세계에 살게 되고 빨간 약을 고르면 진짜 현실을 마주하게 되죠. 저는 사람들에게 빨간 약을 권하고 싶었습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거치면서 더욱더 가상화된 삶에 익숙해지는 사람들을 현실 세계로 끄집어내고 싶었어요.”
2011년 여름 퀄컴벤처스에서 15억 원을 투자받으며 사업 역량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는 등 수익성 면에서도 자리를 잡고 있다. 신 대표는 “올해 가장 중요한 경영 목표는 미국과 유럽 등에 진출하는 것”이라며 “앱에 붙이는 간단한 광고 모델로도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만큼 단기 수익성보다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내실을 다져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임원기 한국경제 IT모바일부 기자 wonkis@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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