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유로 지역이다. 유로 지역 성장률 예측치는 0.1%로 제시됐는데, 이는 사실상 제로 수준이다.
수출을 통해 먹고사는 우리 경제가 2012년에 힘든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부분이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함께 전 세계 금융시장이 일시에 경색 국면으로 빠져들면서 위기의 진원지가 된 미국 경제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이때부터 실물경기가 본격적으로 침체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경기가 풀리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에서는 통상 소비·고용·주택 관련 지표를 3대 지표로 보는데, 이 세 지표가 모두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소비에서는 소위 블랙 프라이데이, 즉 11월 네 번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 쇼핑 규모가 엄청난 규모로 증가했다. 전미소매연맹(NRF)에 따르면 블랙 프라이데이를 포함해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의 쇼핑 금액이 524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6% 정도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케팅 조사 기관인 컴스코어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연휴 직후 첫 월요일인 사이버 먼데이의 소매 업체 매출이 12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22%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 부문도 호조세다. 11월 실업률은 8.6%로, 10월의 9%보다 개선됐는데 일자리가 12만 개 증가, 실업률이 3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주택 부문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 미국 주택 거래 추이를 보여주는 잠정 주택매매지수는 최근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은 이렇게 나아지는데 우리의 모습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2012년도 성장률을 3.7%로 예측한 바 있다. 5개월 전에는 4.6%로 예측했는데 무려 1% 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물가는 3.3%, 실업률은 3.4% 정도로, 인플레 압력이 무뎌질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 증가세는 급격히 둔화돼 경상수지가 130억 달러로 감소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러한 예측의 근간에는 세계 경제성장률 3.6%, 미국 2.3%, 일본 2.2%, 중국 8.6% 정도의 예측이 전제가 되어 있다.

결국 2012년 우리 경제의 화두는 유로 위기라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 볼 수 있고 유럽 재정 위기의 전개 과정에 따라 우리 경제가 상당한 후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사실 유로존의 앞날은 일단 상당 부분 불투명하다. 유로본드 같은 이슈도 아직 논란이 많고 유로중앙은행의 화끈한(?) 화폐 발행도 독일에 의해 일단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정리가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사이에 우리 경제는 유럽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2012년 미국과 중국의 선전이 이어지고 유럽 상황이 호전되면서 우리 경제 상황도 상당 부분 개선되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한 컨틴전시 플랜도 세심하게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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