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남은 화상 흉터…‘핀홀법’ 관심
30세 직장 여성 김모 씨. 20년 전 팔에 화상을 당한 이후 외출할 때는 물론 집에서조차 한 번도 짧은 옷을 입은 적이 없다. 사고 당시 응급조치로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이후 남은 깊은 화상 흉터는 성장기 내내 그녀를 괴롭혔고 언제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대인기피증과 우울증마저 겪기도 했다.뜨거운 국물, 뜨거운 난로, 뜨거운 전기장판…. 뜨거운 것들이 끌리는 겨울이다. 하지만 따뜻한 것을 찾기 전에 주의가 필요한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겨울엔 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화상을 입게 되는 일이 많다.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더욱 그렇다. 김 씨처럼 어렸을 때 화상을 입는다면 어른보다 피부 두께가 얇아 같은 온도에서도 더 깊게 손상을 입고 후유증도 심하다.

응급처치에도 불구하고 화상 흉터가 남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화상은 통증의 고통도 크지만 상처가 아물고 난 후 남은 흉터는 심리적 위축감을 가져올 수 있고 자신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생활 속에서 입은 크고 작은 화상 흉터를 레이저를 이용해 치료하는 ‘핀홀법’이 도입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핀홀(Pinhole)법은 ‘바늘구멍’이란 뜻 그대로 탄산가스 레이저, 울트라 펄스 앙코르 레이저를 이용해 흉터 부위에 모공 크기의 미세한 구멍을 매우 촘촘히 뚫어 피부의 재생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화상 흉터는 대부분이 피부 진피까지 손상됐을 뿐만 아니라 피부가 딱딱하고 굳어져 그 두께가 매우 두껍다. 이때 일반적인 레이저는 딱딱해진 피부를 뚫고 진피까지 도달하기 힘들지만 핀홀법은 진피층까지 레이저 조사가 가능하다.
이 치료법은 치료 부위에 새살이 빨리 돋아나기 때문에 회복이 빨라 일상생활에 큰 지장 없이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부작용이 적고 안전하므로 어린이도 치료가 가능하다. 기존의 레이저 치료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했던 두꺼운 화상 흉터부터 얕은 흉터까지 치료 범위가 넓은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연세스타피부과가 미국과 유럽피부과학회에 각각 발표한 바에 따르면 16세부터 51세의 화상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평균 3~4회씩 핀홀법을 시행한 결과 22명의 환자 중 86.4%의 화상 흉터가 ‘환자 스스로 만족하는 수준’으로 개선됐으며 이 중 40.9%의 환자는 50% 이상 흉터가 개선돼 크게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 이상의 흉터 개선은 흉터 성형술, 피부 이식 등의 다른 치료 방법들의 피부 개선 만족도가 10% 미만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뛰어난 결과다. 특히 얼굴이나 목 부위 같이 치료가 어려운 노출 부위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강진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