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2011 올해의 CEO’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선정된 것은 올 한 해 국내 기업의 동향을 관심 있게 주시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만한 결과다. 2011년 산업계의 이슈로 쉽게 떠오르는 것이 애플의 공세와 이에 맞선 삼성전자의 반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조용히 해외 시장점유율을 올린 현대자동차의 저력이다. 최고경영자(CEO)의 무게감을 봤을 때 전문 경영인인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보다 정몽구 회장에게 눈길이 쏠리게 마련이다.

지난 5월 현대·기아자동차는 사상 최초로 미국 시장점유율 10.1%로 사상 처음 월간 판매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쏘나타와 K5가 총 3만185대가 판매되면서 1986년 미국 시장 진출 이후 사상 처음으로 중형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19%)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의 CEO] 실적 좋은 최고경영자에 표 몰려
현대차·삼성전자에 이목이 집중된 2011년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는 신형 그랜저·제네시스 페이스리프트·벨로스터·쏘나타 하이브리드·i40·신형i30·제네시스 쿠페 등 신차들을 대거 쏟아 부으며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상반기까지 현대자동차가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면, 하반기의 빅 이슈는 단연 삼성전자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뒤지던 삼성전자는 갤럭시S라는 야심작을 내놓은 지 불과 1년여 만에 애플의 점유율을 따라잡았다. 잡스의 건강 악화와 함께 위기감을 느낀 애플은 특허 소송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곧 삼성의 반격도 시작돼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삼성전자 또한 갤럭시S2에 이어 갤럭시탭, 갤럭시 노트 등 신모델을 꾸준히 내놓으며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듯 현대차와 삼성전자 외의 기업들은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 지난해 ‘올해의 CEO’ 종합 대상을 받았던 LG화학은 올해 3월 일본 대지진 이후 주가가 50만 원대 후반까지 급등하면서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업종)의 대표 주자로 각광을 받았지만 8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주가가 30만 원 초반대로 내려앉으며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은 상황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현대중공업·LG디스플레이·현대제철도 올해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제조업 부문 14위였던 LG전자는 올해 실적 부진으로 피투표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비제조업 분야에서 KT는 지난해와 극과 극의 반응을 보였다. 2009년 11월 애플 아이폰을 전격 도입해 2010년 국내에 스마트폰 열풍을 주도하면서 이석채 회장은 지난해 비제조업 부문 대상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안드로이드 진영의 공세가 본격화된 데다 SK텔레콤마저 아이폰을 판매하면서 ‘애플 특수’가 빛을 보지 못했다. KT는 최근 2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를 3G로 전환하는 과정이 지체되면서 차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SK텔레콤은 LTE 가입자 50만 명, LG유플러스는 42만 가입자를 확보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분위기다.
[올해의 CEO] 실적 좋은 최고경영자에 표 몰려
금융업, 상위권 증권사들 모습 사라져

금융업 분야에서도 지난해 대상을 차지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외환은행 인수를 두고 잡음이 불거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외환은행의 전격 인수 결정으로 지난해 ‘승부사’의 기질을 인정받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한편 올해 금융 업종은 피투표 대상자가 코스피 상장사 120개 기업 CEO 중 7명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제조업·비제조업 부문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 상장사에서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대우증권·코리안리재보험·부산은행·미래에셋증권·삼성생명·KB금융지주·삼성증권·대신증권·우리투자증권의 이름을 볼 수 없었다. 증권사는 4월까지 국내 주식시장이 뜨거울 때였지만 이후 유럽 재정 위기로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실적이 저조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의 CEO] 실적 좋은 최고경영자에 표 몰려
이렇게 선정했다

스펙보다 열정·도덕성·리더십을 평가

‘2011 올해의 CEO’는 ‘2010년 하반기+ 2011년 상반기’의 매출액·시가총액· 순이익을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사 상위 120개 업체, 코스닥 상장사 상위 40개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를 피투표자 명단에 올렸다. 전년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의 실적을 합하는 과정에서의 수치 조정은 국내 최대 기업 신용 평가사인 NICE신용평가정보에서 맡았다.

각 기업 공시에 대표이사가 공동으로 다수 등재됐다면 실질적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을 해당 기업에 문의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는 양승석 사장이 대표이사로 올랐으나 올해는 정몽구 회장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항공도 지창훈 사장 대신 조양호 회장이 리스트에 올랐다.

경영 실적을 통해 1차로 160명을 추려낸 것은 설문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일단 스펙상으로 성과가 어느 정도 검증된 인물을 대상으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부 평가자는

“왜 LG전자는 없는가?”라고 문의하기도 했지만 실적이 아쉽게도 순위 내에 들지 못했다.

실적만으로 올해의 CEO를 정한다면 규모가 큰 기업이 늘 독차지하겠지만 CEO의 리더십·소통 능력·도덕성이라는 주관적 요소를 간과하기 쉽다. 예를 들어 주가의 움직임은 재무 지표에 의해서도 움직이지만 CEO의 근면성실함과 열정에 의해서도 움직이기 때문에 주관적 요소는 중요하다. 다만 평가 지표는 주관적이라고 하더라도 결과의 객관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이런 부분을 평가할 수 있는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경제연구소 연구원, 경제·산업 분야 기자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