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이 왜 ‘프로테스터’일까


2011년 올해의 인물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세계적으로 누가 가장 주목할 만했던 사람이라고 보십니까. 스티브 잡스? 세상을 발칵 뒤집어 엎어놓고 췌장암과 싸우다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애플 창업자. 저라면 잡스를 꼽겠습니다. 그러나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잡스를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2011년 올해의 인물은 ‘프로테스터(Protester)’라고 합니다.

프로테스터? 이게 뭘까요. 영어로 ‘프로테스트(protest)’는 ‘시위하다’라는 뜻이고 ‘프로테스터’는 ‘시위자’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누군가에게 불만을 품고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을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는 얘기죠. 저는 처음에는 ‘에엥?’했다가 ‘그럴 수도 있겠구나’로 바뀌었다가, 이젠 ‘프로테스터’야말로 2011년을 가장 잘 함축한 단어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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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아랍권에서 번진 반정부 시위를 ‘재스민 혁명’이라고도 하고 ‘트위터 혁명‘이라고도 합니다. 전자는 국화가 재스민인 튀니지에서 시작됐다는 뜻이고, 후자는 트위터가 큰 역할을 했다는 뜻이겠죠.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 월스트리트도 예외가 아닙니다. 금융 자본가들이 돈놀이로 부당 이익을 챙긴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가 펼쳐졌습니다. 경찰이 시위대 얼굴에 페퍼 스프레이를 뿌려 비난을 받기도 했죠. 이런 시위는 프랑크푸르트에서도 벌어졌고 여의도에서도 벌어졌습니다.

아랍권의 재스민 혁명이든, 금융가 점령 시위든 공통점이 있습니다. 불과 1, 2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점입니다. 아랍 국가에서는 30년, 40년 독재 정권에 맞서는 것은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월스트리트 시위도 금융자본주의를 당연하게 여겼다면 터지지 않았겠죠. 그런데 이젠 당연하지 않았던 게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시사 주간지 타임은 ‘프로테스터’를 선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민주주의(democracy)의 어원인 ‘데모(demo)’는 ‘사람’을 뜻하고 민주주의는 ‘사람이 지배한다(the people rule)’는 뜻을 담고 있다. 투표로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한 곳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는 어떤 면에서는 민주주의의 소스코드다. 시위는 새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타임은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합니다. 소셜 네트워크 때문에 혁명이 일어나고 시위가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소셜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사람들은 전에 볼 수 없었던 것을 볼 수 있었고 퍼뜨릴 수 있었다는 것이죠.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최근 수년 새 인터넷이 널리 보급됐고 아이폰 등장 후 스마트폰도 널리 보급됐습니다. 여기에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까지 결합되면서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소수가 독점했던 정보를 누구든지 볼 수 있고 퍼뜨릴 수 있게 된 것이죠. 그 바람에 정보 독점을 무기로 수십 년 동안 통치했던 독재자들은 설 땅을 잃었습니다.

시위가 끊이지 않는 세상이 바람직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특히 경제에는 나쁜 영향을 미치죠. 시위 없는 세상이 바람직한데 지금은 세상이 바뀌는 과도기인 것 같습니다. 정보 독점 기반의 전통적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 새 세상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2012년 새해에는 이런 변화를 인정하고 새 질서에 적응하는 자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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