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양이춤’ 원작자 이용한

‘길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세계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홍보사가 아니라 영화를 본 관객들이 먼저 나서 관람을 적극 추천하는 영화, 톱스타 이효리가 자비를 털어 관람 이벤트를 펼쳐 화제를 모았던 영화, 그리고 개봉 한 달도 안 돼 인디 영화의 흥행 기준점이랄 수 있는 ‘관객 1만 명’을 돌파한 영화가 있다.

바로 이용한 작가의 베스트셀러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고양이춤’이다. 길고양이들에게 마음을 열게 된 두 남자와 길고양이들의 일상을 담아내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다큐멘터리 ‘고양이춤’의 각본과 내레이션을 맡은 이용한 작가는 최근 국어사전에 ‘길고양이’가 등재되기를 청원하며 또 한 번 세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흔히 도둑고양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고양이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거든요. 다만 살기 위해 쓰레기를 뒤지거나 누군가가 선의로 베푸는 사료들을 먹고 살아갈 뿐이죠.” 고양이에 대한 그릇된 편견과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고양이 관련 서적을 연달아 베스트셀러로 등극시키고 고양이 영화까지 만드는 바람에 ‘고양이 작가’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지만 이용한 작가가 처음부터 애묘인(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 밤 집 앞에서 달빛 아래 무심히 새끼 고양이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어미 길고양이를 보면서부터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인데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내내 떠나지 않더라고요.” 이후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주기 시작했고, 거듭된 만남 끝에 혼자만의 이름도 붙였다.



길고양이와의 인연, 책과 영화로 이어져

물론 동네에서는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그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심지어 그가 먹이를 주는 고양이들에게 대놓고 해코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취미처럼 블로그에 길고양이들의 일상, 저와 길고양이들과의 인연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점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방문자 수도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죠.” 길고양이와의 인연을 담은 블로그는 누적 방문자 수 1000만에 달할 정도였고 애묘인들 사이에서는 꼭 가 봐야 할 인터넷 성지(聖地) 중의 한 곳이 되었다.

그 인기에 힘입어 출판 제의가 줄을 이었고 이후 출판된 길고양이와의 인연을 담은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와 ‘명랑하라 고양이’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 후 책을 본 윤기형 감독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제의해 선뜻 그러자고 했죠.” 아직,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길고양이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나온 적이 없었던 만큼 거의 모험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자에 그치지 않고 내레이션까지 하며 직접 영화 작업에 참여한 것은 길고양이에 대한 그의 진정성 때문이었다. 영화가 완성된 것만으로도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감동스러웠다는 그는, 인디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전국 상영이 결정되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도 좋지만 아직도 여전히 홀대당하는 길고양이의 길 위의 생활이 조금은 더 따뜻한 시선을 받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길고양이도 충분히 사랑스러워요”
약력: 1969년생. 시인이자 여행가. 1995년 실천문학 신인상 수상 후 문단 데뷔. 시집 ‘안녕, 후두둑 씨’, 국내 오지마을 여행 책 ‘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 고양이 에세이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명랑하라 고양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 등 집필 출간.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