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무역 전쟁 ‘암운’


세계 1, 2위 경제 대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 전쟁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이번엔 중국이 미국을 향해 펀치를 날렸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2~21.5%에 이르는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 배기량 2.5리터 이상의 대형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대상으로 12월 15일부터 2013년 12월 14일까지 2년간 부과된다.

외신은 물론 중국 언론들도 미국의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평가를 내렸다. 미 공화당의 데이비드 캠프와 샌더스 레빈 의원 등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즉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국이 서로 무역 보복성 조치를 취하며 무역 전쟁 가능성을 높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내년에 양국 모두 새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YONHAP PHOTO-0991> (110402) -- BEIJING, April 2, 2011 (Xinhua) -- File photo taken on January 31, 2011, shows cars moving on Chang'an Avenue, a major thoroughfare in Beijing, capital of China. The Beijing Finance Bureau said Saturday in a statement on its website that Beijing has 62,026 government cars as of the end of 2010. This is the first time in Beijing and the whole country at large to publicize the number of government cars. (Xinhua/Gong Lei) (llp)/2011-04-02 17:07:16/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10402) -- BEIJING, April 2, 2011 (Xinhua) -- File photo taken on January 31, 2011, shows cars moving on Chang'an Avenue, a major thoroughfare in Beijing, capital of China. The Beijing Finance Bureau said Saturday in a statement on its website that Beijing has 62,026 government cars as of the end of 2010. This is the first time in Beijing and the whole country at large to publicize the number of government cars. (Xinhua/Gong Lei) (llp)/2011-04-02 17:07:16/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내년에 양국 모두 새 지도자 선출

자동차는 미국의 상징이다. 미국은 2009년 중국에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라는 자리를 내줬지만 판매 대수 기준일 뿐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여전이 미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이번 조치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회사는 미 자동차 업계의 간판인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다. 반덤핑관세는 GM이 8.9%, 크라이슬러가 8.8%, 기타 미국 회사는 21.5%로 결정됐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독일의 다임러벤츠(2.7%)와 BMW(2%), 일본의 혼다(4.1%) 차종에 비해 관세율이 높다. 반보조금 조치로 징수하는 상계관세도 미국 업체(6.2~12.9%)에만 부과된다. 중국의 승용차 수입관세율은 25%로 이번 조치는 관세를 추가로 물리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GM은 해당 차량의 중국 내 판매 가격이 22%, 크라이슬러는 15% 각각 오르게 된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실제 영향을 받는 GM과 크라이슬러의 자동차는 각각 1만1000대와 4만 대에 그친다. GM은 중국 내에서 생산 판매하는 대수의 0.5%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미국에 상징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관영 언론들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적절하고 합리적인 정당방위 무역 보복 조치”라고 평가했다.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3년간 최고 35%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조치에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미국의 고관세 부과로 대미 타이어 수출이 절반 이상 감소하고 10만여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WTO에 제소까지 했지만 지난 9월 WTO가 이를 기각하자 자체적인 무역 보복 조치를 취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와 타이어 외에도 미국과 중국 간에는 무역 분쟁이 끊이지 않아 왔다. 12월에만 미국은 중국이 미국산 가금류에 과도한 반덤핑관세를 물리고 있다며 WTO에 제소했고, 중국산 철강 실린더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11월엔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결정한 지 2주 뒤 중국이 미국의 태양광을 비롯해 풍력 업체 등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 때리기가 정치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도 내년 가을 공산당 대회에서 10년 만에 최고 지도부가 대거 교체될 예정이다.

양국의 무역 전쟁은 두 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 기업에 득(得)이 될 수도 있지만 실(失)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벤츠가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해 중국으로 내보내는 M클래스에 불똥이 튄 게 대표적이다. 새해 가열될 미중 간 무역 분쟁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 없는 이유다.


베이징=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