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안전자산 ‘주목’


금융 소비자들은 프라이빗 뱅커(PB)나 자산 관리자가 “내 자산을 알아서 잘해 주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살펴보면 고액 자산가일수록 자신의 자산과 세무 등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 또는 PB 이상으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고객이나 일선 PB들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가 부자가 되고 싶거나 적어도 안정된 노후를 위한 적극적인 자산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자산에 대한 애정이 최우선이다. 그리고 그다음이 PB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며 이것이 필자가 제시하는 재테크의 첩경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경제는 잘 모르더라도 ‘내 자산’에 대해서는 잘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금융 환경은 선진 금융시장에서 50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 이뤄져 왔던 것에 비해 일천할 뿐만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10여 년 만에 급속하게 변화해 왔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주식형 펀드에서 랩어카운트를 지나 헤지 펀드라는 새로운 자산 관리 상품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출시되고 있으며 올해 연말에는 헤지 펀드 출시와 함께 금융 환경의 변화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발맞춰 주식형 펀드와 랩 등 최근 금융 상품에서 수익을 낸 고객은 신규 상품에 먼저 뛰어들고 적절한 수익률을 실현한 후 환매했다는 것은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하는 대목이다.
[재테크 스쿨] 급변하는 경제 환경 어떻게 대처할까
물가 대비 1~2% 높은 수준이면 ‘OK’

하지만 복잡해지는 금융 환경은 금융 소비자들에게 기회와 함께 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기예금 등 전통적인 투자 상품만 고집한다면 결국 자산 가치가 점점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내 자산’을 위해 금융 상품에 대한 바로 알기를 시작해야 한다. 향후 전개되는 금융 환경에서 소비자의 노력 역시 금융회사의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강조할 이유는 없다. 자산은 소비자 자신의 것이고 앞으로 평생 재테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 자산’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포트폴리오의 종목을 줄이기 바란다. 예를 들어 ‘9시 뉴스’를 보고 자기 자산의 변동에 감을 잡을 수 없다면 효과적인 자산 관리를 위한 유효한 전략이 아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

현재의 세계 금융시장을 이해하는 큰 흐름은 미·소 냉전 종식 후 미국과 유럽 중심 체제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중심의 시장으로 변해가는 중이라는 것에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다. 힘이라는 것은 원래 내놓는 사람과 가져가려는 사람 간에 마찰이 생기고 분란을 가져오는 것이다. 현재의 세계 금융시장이 분란의 한가운데 있다고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의 메인스트림(main stream)은 미국과 중국을 정점으로 하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는 현재 힘의 이동에 따라 금융시장의 힘을 빼앗기는 자와 힘을 얻으려는 자 모두가 기회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안전 자산’과 ‘소비재’, 바로 이 두 단어이며 기회에 대응되는 투자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현재의 세계 재정 위기는 앞으로 해결이 어떻게 될지, 또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쉬는 것도 투자다”라는 격언의 의미만 생각한다면 투자를 쉬게 되면 자산의 가치가 계속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십수 년 동안 10% 내외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렸던 유명한 헤지 펀드 운용사들의 기본 목표는 ‘고객 자산의 보호’라고 한다. 자산 관리의 최고 고수인 그들의 자산 보호는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위험 요소로부터 고객 자산의 가치를 보호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정확할 것이다.

위 논리를 근거로 고객 자산의 가치를 보호할 수 없는 금융 상품, 즉 물가 상승률을 초과하지 못하는 금융 상품의 선택은 ‘내 자산’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객 개개인이 감내할 수 있는 최소 위험으로 물가 상승률 대비 1~2%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현 세계 재정 위기에 적절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대 수익률을 가지고 있는 상품은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펀드, 헤지 펀드, 주가지수연계펀드(ELF) 등 많은 상품이 있다. 이 중 지수형 ELS는 요즘과 같이 변동성이 있을 때 더 좋은 조건의 상품이 출시되므로 변동성이 더 커질수록 ELS의 수익 구조는 더 매력적이다. ELS는 만기가 있는 상품이라 손실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관련 부서에서 기대 수익률 10% 정도의 ELS를 과거 10년간의 시뮬레이션한 결과 원금 손실 가능성이 거의 0에 가깝다고 실증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LS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주가 조정 때마다 ELS를 적절히 분산 투자하면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서도 투자 시점 분산 효과로 위험을 더 완화할 수 있으며 안정적인 수익도 가능하다. 채권 펀드도 이러한 전략이 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사이클 자체가 길기 때문에 능동형 투자가 조금 더 어려운 편이다.



‘안정형 단기 특판 상품’ 눈여겨봐야

세계경제에서 앞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될 신흥국 자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흥국 채권도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상품이다, 또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컨슈머 섹터(소비재)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가 발전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경제 발전을 이루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그 소비의 형태를 자세히 살펴보면 주변의 다른 이들과 차별되게 보이려고 이전의 생존 소비에서 일정 수준의 소비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이후의 핸드백 소비 형태의 예를 보아도 유명 상품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에 해당 기업이 어떤 수익률을 낼 수 있을지는 경험상으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최근과 같은 불안정한 금융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정기예금보다 ELS 등을 비롯한 안정형 단기 특판 상품으로 운용할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형 상품에 할애하면 현명한 투자가 될 것이다. 투자에서 리스크 관리는 너무나 소중한 것이지만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높은 비중으로 운용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변동 폭이 크게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는 손절매 등 리스크 관리의 판단에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자산의 상당 부분을 안정형 상품으로 운용하되 안정형 상품에도 그 스프레드가 다양하므로 항상 금융 상품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학습하고 비교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험에 대한 생각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물론 상품이 투자자에게 얼마나 적합한지는 재무 상황과 경험, 세금, 위험의 감내도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특정 상품이 안정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이 있겠지만 개인 각자가 처한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내 자산’을 알고 리스크 관리가 수반된 적극적인 자산 관리가 안정 자산의 운용보다 안정적인 투자가 될 것이며 우리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할 사실이다.


>>일러스트 신성희
오용찬 미래에셋증권 분당지점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