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순위 - 정치·사회


올해 100대 싱크탱크 조사 중 정치·사회 분야 설문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큰 폭의 순위 변동’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지난 10월 서울시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의 재·보궐 선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란, 대통령 사저 이전 문제, 최근의 야권 통합 논의와 여당의 쇄신안 등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굵직한 정치·사회 이슈들이 반영된 결과다.

순위 변동은 1위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작년 조사에서 5위에 머무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4계단 상승하며 1위에 오른 것.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971년 ‘가족계획연구원’으로 발족돼 1976년 한국보건개발연구원으로, 다시 1989년 지금의 이름으로 개칭됐다.

국무조정실 산하의 국책 연구 기관으로 국민 보건의료·국민연금·건강보험·사회복지 및 사회정책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부문의 정책 과제를 연구 분석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또 주요 정책 과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전파하는 활동을 통해 국가의 장·단기 보건의료·사회복지 정책 수립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밝히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약진은 최근 국가적 화두가 된 ‘복지’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내년에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고령화, 저출산, 복지예산, 빈곤층과 양극화 문제 등 산적한 복지 과제가 사회적 화두로 대두되면서 연구원의 각종 활동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10위권 안의 순위 변동을 살펴보면 복지국가소사이어티(3위),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5위)의 순위가 눈에 띈다. 이들은 지난해 조사에 비해 각각 6단계, 4단계 뛰어올랐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작년에도 8계단이나 상승했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도 지난해 처음 10위권에 올라섰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보건사회연구원 1위…진보 ‘약진’
‘복지’ 아젠다 중요성 반영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2007년에 창립된 싱크탱크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인 최병모 공동대표가 이끌고 있다. 복지 없는 성장, 양극화, 성장 만능주의 등에 반대하며 복지를 통한 성장을 주장하는 대표적 진보 성향의 단체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역시 대표적인 진보 싱크탱크다. 2006년에 설립된 이후 2차 경제 위기, 한미 FTA, 재벌 개혁, 고용 상황, 의료 민영화 같은 대표 아젠다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연구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손석춘 원장은 대표적인 언론인 출신 학자다. 1984년 한국경제신문을 시작으로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동아일보를 거쳐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실에서 일했다.

야당에 뿌리를 둔 싱크탱크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 조사에서 24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조사에서는 10계단이나 뛰어오르며 14위에 올랐다.

지난해 40위권에 처음 이름을 올린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은 올해 무려 19계단이나 상승하며 21위를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도 지난해와 순위 변동 없이 18위에 올랐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보건사회연구원 1위…진보 ‘약진’
지난해의 싱크탱크 조사 결과는 ‘보수 단체의 약진’으로 분석됐다. MB 정부 출범 이후 보수적인 사회 색이 강화된 결과였다. 하지만 올해는 정반대다. 큰 폭의 상승세로 10위권에 진입한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야당의 싱크탱크 외에도 참여연대 참여사회연구소(2위), 희망제작소(6위) 등 진보적 시민단체와 싱크탱크들이 대거 10위권에 포진하며 세를 과시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는 올해 조사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4계단 뛰어오르며 6위에 오른 한반도선진화대단은 올해 조사에서 3계단 미끄러지며 9위에 오르는데 그쳤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역시 8계단이 밀려 12위에 머물렀다.

또 지난해 10계단이나 순위가 올라 12위를 차지했던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올해 조사에서 23계단이나 미끄러지며 35위에 그치고 말았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라고 자부하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역시 지난해 11위로 약진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올해는 조사 대상 싱크탱크 중 가장 큰 하락 폭인 26계단이나 추락하며 37위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은 작년 조사에서 처음 40위에 오른 데 이어 올해는 19계단 상승해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한편 올해 조사에서는 40위권 안에 새로 등장한 신규 단체가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처음 1위에 오른 희망제작소가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올해 5계단 처지며 6위에 그친 것도 눈에 띈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보건사회연구원 1위…진보 ‘약진’
[한국 100대 싱크탱크] 보건사회연구원 1위…진보 ‘약진’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