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만 공습 70주년


12월 초는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습 70주년이었다. 피해 현장인 하와이 등지에선 대대적인 기념식이 열리는 등 관련 행사가 이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12월 7일 제국주의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당시 진주만에 주둔해 있던 무방비 상태의 미군과 민간인 2400명이 희생됐다.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미군 함정 20여 척이 침몰하거나 부서졌고 164대의 항공기가 파괴됐다. 이 사건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세계사의 방향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12월 7일 미 전역에선 공습 70주년을 맞아 이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일본군의 공습을 받았던 진주만에서는 당시 공습 시간이었던 오전 7시 55분에 맞춰 기념식이 대대적으로 마련됐다. 레이 메이버스 해군장관을 비롯한 군 지도부와 진주만 공습을 몸소 겪었던 120명의 생존 장병이 참석하는 등 공습 70주년에 어울리는 화려한 행사가 이어진 것. 일본의 공격을 받아 침몰한 미 전함 USS 애리조나호 인근에서 열린 이날 기념식에는 3000여 명이 참석했다. 공습 당시 USS샌프란시스코호에 승선했던 해군 맬 미들스워드 참전 용사가 기조연설을 했다.

이날 행사에선 진주만을 모항으로 두고 있는 미사일 구축함 USS-정훈함이 애리조나호가 수장돼 있는 해역 인근에서 고동을 울리며 희생자들을 추모했고 하늘에선 F-22 전투기가 소위 ‘실종자 대형(missing man formation)’의 저공 비행을 하며 희생자들을 기렸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제2차 세계대전 기념관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렸다. 미 전역 연방 청사마다 조기가 게양됐다. 때마침 미국은 하와이 출신 대통령 재임 중에 진주만 피격 70주년을 맞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포고문을 발표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들의 용기를 기렸다.
<YONHAP PHOTO-1091> U.S. Navy divers carry the urn of USS Arizona survivor Vernon J. Olsen during his internment ceremony aboard the USS Arizona Memorial, during the 70th anniversary of the attack on Pearl Harbor at the World War II Valor in the Pacific National Monument in Honolulu, Hawaii December 7, 2011. REUTERS/Hugh Gentry (UNITED STATES - Tags: ANNIVERSARY CONFLICT)/2011-12-08 14:13:42/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U.S. Navy divers carry the urn of USS Arizona survivor Vernon J. Olsen during his internment ceremony aboard the USS Arizona Memorial, during the 70th anniversary of the attack on Pearl Harbor at the World War II Valor in the Pacific National Monument in Honolulu, Hawaii December 7, 2011. REUTERS/Hugh Gentry (UNITED STATES - Tags: ANNIVERSARY CONFLICT)/2011-12-08 14:13:42/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생존 장병 유해, 진주만에 안치하기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민들은 조국을 지킨 애국자들의 행동으로부터 힘을 얻고 자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우리의 항만을 폭격하고 태평양 함대를 손상시킨 후 미국이 3류 국가로 전락했다고 선언한 자들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그 공격은 우리의 정신을 무너뜨리기보다 미국인을 뭉치게 했고 결의를 다지게 했다”고 강조했다.

공습 70주년 기념의 하이라이트는 진주만 공습에서 살아남았던 미 해군 수병들의 유해가 진주만 공습 70주년을 맞아 전우들의 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공습 당시 USS 유타호에서 근무하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리 소우시는 지난해 90세로 숨졌다. 그는 5년 전 자신이 죽은 뒤에 진주만에 수장돼 있는 유타호에 묻히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런 그의 소원이 이뤄져 진주만 공습 70주년을 하루 앞둔 6일 미 해군 잠수부가 소우시의 화장된 유해가 담긴 조그만 항아리를 진주만 앞바다에 침몰해 있는 유타호에 안치했다.

12월 7일 오후에는 USS 애리조나호에서 복무했던 버넌 올센의 화장된 유해가 애리조나호로 돌아갔다. 이 밖에 다른 3명의 진주만 생존 장병들의 화장된 유해가 이번 주 진주만 앞바다에 뿌려진다.

한편 미 CNN은 “고령의 진주만 생존자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뜨면서 역사의 증언자들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진주만이 있던 하와이 오하우섬에는 8만4000명의 미군이 있었는데 그중 8000여 명 정도만 남아 있다는 것. 이들 대부분이 80대 후반 이상의 고령자여서 갈수록 숫자가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진주만 공습 생존자 협회’ 등에서는 이들의 육성 증언을 비디오로 녹화해 교육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