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사 정미순 갈리마드 퍼퓸&플래버 스쿨 대표
시간·장소·상황(TPO: Time·Place· Opportunity)에 맞는 옷차림이 따로 있듯이 TPO에 맞는 향수도 따로 있다. 낮에 뿌릴 것인지, 밤에 뿌릴 것인지, 혹은 파티 장소에 갈 것인지, 중요한 회의 장소에 갈 것인지에 따라 각각의 느낌을 잘 파악해 TPO에 맞게끔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죠. 일할 때는 가벼운 시트러스 계열의 향수가 좋아요. 오렌지나 레몬 등 감귤류 향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거든요. 신선한 허브 계열의 라벤더 향이나 그린 티 향도 업무에 도움이 되고요.”
핸드메이드 맞춤 향수를 제작하는 퍼퓸 디자이너이자 국내 최초 조향 전문 학원인 갈리마드 퍼퓸& 플래버 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정미순 대표는 향에 있어서는 국내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이다. 그러기에 정치인·연예인·기업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향수를 찾으려는 이들은 앞다퉈 그녀를 찾아간다.
“청량감 넘치고 깔끔한 이미지로 자신의 호감도를 높이고 싶다면 비누향이 나는 알데하이드 계열의 향수를 선택하세요. 차분하고 안정된 분위기로 신뢰도를 높이고 싶다면 그윽한 숲의 느낌이 물씬한 시프레 계열의 향수를 선택하면 좋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향수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하는 건 역시 ‘자신의 느낌’이란다. “향기를 맡았을 때의 기분과 느낌에 충실하면 돼요. 자신의 마음에 드는 향기가 바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향기일 테니까요.”
![[프로의 세계] “가장 잘 어울리는 향수 찾아줘요”](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9815.1.jpg)
정미순 대표가 향기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20여 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고교 시절 우연히 읽게 된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에스티 로더 여사의 전기였어요. 조향사에서 시작해 화장품에 향을 입히고 또 그 화장품들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읽으면서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 전공도 화학을 선택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의학식품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모두 국내에 체계적인 조향 관련 교육기관이 없었기에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만족스러운 조향 교육을 받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조향에 대한 배움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몇 년간 일본 조향 학원에서 공부도 하고 2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프랑스 그라스 향수 회사인 갈리마드에서 조향 교육을 받기도 했다.
귀국한 직후 퍼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프리랜서 조향사로서 활동하면서 조향 교육기관을 설립하게 된 것은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그러기에 조향사로서 향수 제작, 컨설턴트, 향수 기획, 향 관련 소품 개발 등 향과 관련된 다양한 비즈니스를 담당하면서도 동시에 조향사를 육성하는 일과 세상에 조향사를 알리는 일에 매진해 왔다.
“우리나라는 향료나 향수 산업이 아직 취약한 편이에요. 하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아직 발전할 가능성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죠. 더 많은, 더 훌륭한 조향사를 배출해 언젠가 우리나라 향수가, 향수 브랜드가 세계를 매혹시킬 그날을 꿈꿔 봅니다.”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