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순위 - 경제·산업


이변은 없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이번에도 경제·산업 분야의 선두 자리를 지켰다. 2008년 첫 조사가 시작된 이후 4년 연속 1위다. 올해 조사부터 평가 항목이 세분돼 국책 연구소의 대표 주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결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소는 ‘영향력’은 물론 ‘연구의 질’과 ‘연구 역량’ 등 3개 항목에서 모두 KDI를 2위로 밀어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철저하게 시장 지향적인 연구가 가장 큰 강점이다. 정보 서비스 수요자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인다.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 성장했지만 이 연구소의 일차 고객은 지금도 삼성그룹이다. 류한호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산업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나 핵심이 모호한 보고서를 내면 당장 그룹 내부에서부터 불만이 터져 나온다”고 말했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그룹의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정기적으로 경제 동향과 전망을 브리핑한다. 연구소에서 내놓은 거시 지표 전망은 각 계열사들이 매년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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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제연구소 깜짝 상승

삼성경제연구소 홈페이지는 국내 최대의 지식 플랫폼으로 꼽힌다. 회원 수만 180만 명이 넘는다. 지난해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트위터 팔로워도 5만 명을 돌파했다. 각종 연구회를 통해 외부 전문가의 의견도 적극 반영한다. 현재 150개가 넘는 연구회가 가동 중이다.이 연구소가 최근 관심을 쏟는 분야는 융·복합 연구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제는 통합적 접근 없이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상위 10위권을 보면 전체적으로 삼성경제연구소와 KDI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가운데 정부 출연 연구소와 민간 기업 연구소들이 나란히 포진해 있는 모양새다. KDI(2위)·대외경제정책연구원(4위)·산업연구원(5위)이 정부 출연 연구소 ‘삼총사’라면 민간 기업 연구소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LG경제연구원(2위)·포스코경영연구소(8위)가 새로운 핵심 축이다. 여기에 1991년 은행들이 기금을 출연해 설립한 한국금융연구원(6위)과 한국은행의 금융경제연구원(7위)이 금융권의 대표 격으로 들어가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민간 기업 연구소의 순위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LG경제연구원의 작년 5위에서 올해 3위로, 포스코경영연구소가 12위에서 8위로 각각 순위가 뛰었다.

10위권 밖에서는 서울대 경제연구소가 가장 눈길을 끈다. 이 연구소는 작년 52위에서 올해 24위로 순위가 무려 28계단 상승했다. 경제·산업 분야에서 상승률 1위다. 이 연구소의 역사는 1961년 설립된 서울대 상과대 부설 한국경제연구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렇게 따지면 국내 최초의 경제 전문 연구소인 셈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유명한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다. 현재 기관지인 ‘경제논집’과 영문 저널 ‘서울 저널 오브 이코노믹스’를 발간한다. 2001년부터 정책 담당자와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세계경제최고전략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난 11월 ‘2011 대한민국, 복지국가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의 대규모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대신경제연구소도 57위에서 32위로 순위가 25계단 뛰었다. 서울대 경제연구소에 이어 상승률 2위다. 대신경제연구소도 만만치 않은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연구소는 증권업계 최초의 경제 연구소로 1984년 설립됐다. 1976년 창설된 대신증권 조사부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30년 가까이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력과 예측력에서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 100대 싱크탱크’에 포함되는 상위 40위까지에서 올해 새롭게 이름을 올린 곳은 STX미래연구원(38위)과 미디어미래연구소(40위)다. STX미래연구원은 STX그룹의 싱크탱크로 지난 5월 출범했다. 설립 첫해 곧바로 100대 싱크탱크에 진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철식 STX그룹 부회장 겸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이 원장을 맡고 있다. 신 원장은 신현확 전 국무총리의 아들로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등을 두루 거친 고위 관료 출신이다.

STX미래연구원은 대외 활동보다 그룹 내 연구 수요를 따라잡는데 집중하고 있다. 맥킨지와 AT커니 등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 출신들을 중심으로 연구원을 구성해 학구적인 경제 연구소보다 비즈니스와 직접 맞닿아 있는 그룹 내 변화를 주도하는 ‘체인지 에이전트’ 조직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그룹 내 전략적 난제 검토와 주요 프로젝트, 신규 사업 타당성 분석 및 추진 방향 설정, 최적의 경영관리 시스템 도출 등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0여 명의 전문가 집단으로 시작해 조만간 50명까지 인원을 확충할 예정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미디어 전문 민간 연구소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17년간 일해 온 김국진 소장이 2005년 연구원을 사직하고 문을 열었다. 이 연구소는 방송과 통신 융합에 따른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정책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방송·통신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이해 집단 간 대립을 조정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한국 100대 싱크탱크] SERI 4년 연속 ‘1위’…포스코 ‘쑥쑥’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