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대해 분석하고 이에 따라 주가의 추이를 전망하는 직업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중에서도 증권 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은 반드시 자신이 소속된 회사가 아닌 다른 증권사를 분석하고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추천해야 하기에 더욱 민감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증권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입을 모아 ‘좋은 증권사’로 추천하는 회사가 있다. ‘전통의 명가’ 대우증권? ‘자산 관리의 강자’ 삼성증권? 아니다. 바로 ‘개미들의 성지’ 키움증권이다.

반면 키움증권은 무리한 신사업 진출보다 증권사의 전통적 수익원인 브로커리지 수익을 늘리는데 힘을 기울여 왔다. 특히 개인 투자자와 온라인 거래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다. 대표적인 게 수수료 인하 전략이다. 수수료를 낮춰 거래 문턱을 낮추고 이를 통해 거래량을 늘리는 ‘롱테일 전략’을 일찌감치 도입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증권사들의 거래 수수료 인하 물결의 효시가 바로 키움증권이었다. 키움증권은 설립 당시인 2000년 0.025%라는 파격적인 주식 매매 수수료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당시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주식 매매는 0.5%, 온라인은 0.1~0.2% 정도의 수수료를 받던 시절이었다. 상당수의 업계 관계자들이 ‘자살 행위’라고까지 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점유율은 지난 11월 기준 16.4%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별 기준으로는 최대 17%를 넘기도 했다. 그간 일부 증권사들도 수수료 인하로 ‘키움증권 잡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미 ‘키움증권=제일 싸다’는 인식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수수료는 아직도 업계 최저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가 12월 1일부터 시작한 증권사 주식거래 수수료 비교 사이트를 보면 온라인 거래 시 수수료(0.015%)가 KTB투자증권(0.01038%)에 이어 가장 낮다.
키움증권의 탄탄한 온라인 점유율은 모바일 거래 점유율로 이어졌다.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모바일 거래 부문은 여러 증권사들이 점유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격전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증권사들은 수수료 무료는 물론 단말기 무료 증정 등의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이 부문에서 27%가량의 높은 시장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기존 키움증권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에 익숙한 고객들이 모바일 부문에서도 그대로 키움증권의 모바일 거래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 증권사들이 금융 불안으로 좌불안석임에도 불구하고 키움증권은 ‘뒤돌아서 웃고 있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증권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가져온 유럽 재정 위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에 따라 높아진 증시 변동성으로 개인 고객들의 매매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 비중은 지난 6월 말 58.3%에서 11월 현재 69.3%로, 온라인 비중 역시 6월 말 50.7%에서 11월 61.4%로 급증했다.
모두 키움증권이 가장 강세를 보이는 부문이다. 실제로 이 회사의 상반기(2011년 3월~2011년 9월) 순이익은 556억 원에 달한다. 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하나대투증권보다 많은 수치이며 키움증권 자본금(7361억 원)의 네 배(2조7295억 원) 수준의 대형사인 우리투자증권(639억 원)과도 불과 83억 원 차이다.
키움증권이 보이는 높은 수익성의 비결은 또 있다. 바로 신용공여 서비스다.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서비스는 크게 신용 융자와 증권 담보대출로 구분된다. 신용 융자는 별다른 담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지만 대출 용도가 주식 투자로 한정돼 있는 반면 증권 담보대출은 보유한 유가증권을 담보로 제공하는 대신 용도 제한이 없다.
최근과 같은 폭락장에서는 신용공여 서비스를 통한 레버리지를 활용해 손실을 만회하려는 투자 수요가 집중된다. 실제로 키움증권의 지난 2분기 신용 공여를 포함한 이자 수익은 283억 원에 달한다. 즉 낮은 수수료를 통해 투자자를 모으고 거래량을 늘리는 것은 물론 신용공여 서비스 등 금융 서비스로 이자 수익을 늘리는 ‘꿩 먹고 알 먹는’ 수익 구조가 잘 잡혀 있는 게 바로 키움증권이다.
물론 이 같은 신용공여 서비스는 현재 금감원 등 정부쪽에서 제한을 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증시 변동성을 더 키우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을 좋게 보는 애널리스트들이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가 바로 이 같은 ‘정책 변수’다.
하지만 키움증권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저축은행 인수가 성사되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증권사들은 신용공여 한도를 자율 규제하고 있다. 자기자본의 60%, 온라인 증권사는 100% 선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자기자본을 초과하는 신용 융자 수요에 대해서도 저축은행 스탁론이나 주식 담보대출 형태로 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 키움증권 수익의 또 다른 축인 이자 수익이 한층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본시장 개정에 따라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대체 거래소인 다자간 매매 체결 회사(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 제도 역시 키움증권이 가장 수혜를 볼 수 있는 제도다. ATS는 정규 거래소의 일부 기능을 대체하는 다양한 형태의 증권 거래 시스템을 통칭하는 말이다. 한국거래소(KRX)를 통해서만 주식거래가 이뤄지던 독점 체제가 깨지게 되는 것으로 ATS를 통해 증권사들은 수수료 절감 등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브로커리지 점유율이 가장 큰 키움증권이 이 제도의 도입 시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약정 거래 대금이 가장 많은 키움증권이 ATS 설립 후 매매 비용 측면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키움증권이 ATS 시장에 직접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키움증권이 단순하고도 합리적인 수익 구조를 통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고객을 잘 지켜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키움증권은 정보기술(IT) 부문에 장점을 가지고 있고 색다른 서비스를 통해 이슈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키움증권의 HTS인 ‘영웅문’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해 수시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왔다. 또 HTS를 통한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장점이다. 투자 자문과 증권 교육을 병행하는 ‘키워드림’ 서비스와 무료 증권 방송인 ‘채널K’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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