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대 트윗으로 본 트위터
연말입니다. 여기저기서 ‘10대 뉴스’를 선정해 발표하겠죠. 저는 이런 것엔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위터가 선정한 ‘2011년 10대 트윗’은 살펴보려고 합니다. 어떤 트윗이 10대 트윗으로 꼽혔는지 궁금해서가 아닙니다. 트위터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소셜 미디어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고 있는지 궁금해서입니다.
올해 가장 인상적인 트윗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저로서는 10대 트윗 가운데 오사마 빈 라덴 사살 현장 생중계가 가장 인상적입니다. 5월 2일 파키스탄 사내가 한밤중에 요란한 헬리콥터 소리를 듣습니다. 촌구석에 웬일일까? 밖에 뛰어나가 하늘을 보니 헬리콥터가 떼 지어 몰려옵니다. 방에 들어와 ‘드문 일(rare event)’이라며 트윗을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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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 10 중 첫 번째로 꼽힌 트윗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집트에 돌아와 기쁘다.’ 1월 25일 구글 마케팅 직원 고님이 억류에서 풀려난 뒤 날린 트윗입니다. 고님은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이 된 페이스북 사이트를 개설했고 이집트 정부는 그를 12일 동안 억류했죠. 무바라크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통제하려고 했지만 결국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고님은 자신이 억류에서 풀려난 뒤 ‘영웅’으로 불리는 게 부담스러웠던지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진짜 영웅은 혁명을 이끈 젊은이들입니다. 우리는 이 나라에서 부패를 척결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이집트뿐이 아닙니다. 소셜 미디어는 닫힌 사회를 활짝 열고 있습니다. 총이나 펜으로도 열지 못한 사회를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열고 있습니다.
7위에 꼽힌 ‘지진(地震)’이란 트윗의 의미도 새겨볼 만합니다.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역에서 지진이 터지고 쓰나미가 덮쳤을 때 누군가 맨 처음 날린 트윗인가 봅니다. 이때부터 일본인들이 날린 지진과 쓰나미에 관한 트윗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트위터는 속보에 관한 한 최고였습니다. 신문은 물론 NHK도 CNN도 트위터를 당하지 못했습니다.
일본 지진 쓰나미 트윗은 ‘시티즌 저널리즘’의 위력을 보여준 대표적 초기 사례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누구든지 보도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 빈 라덴 사살 생중계에서 봤듯이 누구든지 특종을 할 수 있는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보를 독점하고 그 정보를 활용해 실속을 챙겼던 집단은 위협을 느낄 겁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통제하고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트위터가 루머의 진원지라며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셜 공간의 루머를 정부가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고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이 달라졌다는 사실이겠죠. 좋든 싫든 ‘꼼수’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 열리고 있습니다.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 세상, 진실은 꼭 밝혀지는 세상, 정직하고 실력 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세상. ‘2011년 10대 트윗’을 보면 이런 세상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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