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 펀드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헤지 펀드는 비교적 그 규모가 작은 사적 펀드이기 때문에 사실 잘못돼도 정부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해야 할 필요가 없다.
이달 말이면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헤지 펀드가 출현할 모양이다. 헤지 펀드는 한마디로 전망이 좋은 주식(또는 기타 자산)을 사고 전망이 나쁜 주식(또는 기타 자산)을 빌려 파는 등 시장의 전반적인 흐름과 관계없이 수익을 창출하려는 사적(私的) 펀드다. 때때로 헤지 펀드는 투자자들의 자금에 차입금까지 얹어 투자함으로써 포트폴리오의 수익을 증폭시키는 레버리지 전략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헤지 펀드는 이론적으로 효율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왜냐하면 효율 시장에서는 전망이 좋은 주식도 없고 전망이 나쁜 주식도 없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전망이 좋은 주식은 그만큼 비쌀 것이고 전망이 나쁜 주식은 그만큼 쌀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형성된 값을 주고 사든가 팔든가 이익을 보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주식시장이 대체로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내려진 지 이미 오래됐는데도 헤지 펀드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구미 선진국에서 헤지 펀드의 인기는 2008년 금융 위기를 정점으로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최근 다시 치솟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효율적이라고 할지라도 시장의 모든 자산은 항상 그 어느 때나 제값을 갖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특정 주식이 어떤 시점에서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다면 가격이 그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헤지 펀드는 이런 빈틈을 파고들어가 이익을 창출하려고 하는 펀드다.
헤지 펀드는 이렇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활약으로 인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는 순기능을 한다.
이런 헤지 펀드를 우리나라에서 드디어 도입하는데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헤지 펀드에 대한 우려는 헤지 펀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실제로 헤지 펀드가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또 헤지 펀드는 레버리지 때문에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반면 시장이 불리하게 움직이면 자기자본이 급격히 소진돼 버리기 때문에 포지션을 급격히 청산하려는 경향이 있어 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속화할 수 있다.
그러나 헤지 펀드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헤지 펀드는 비교적 그 규모가 작은 사적 펀드이기 때문에 사실 잘못돼도 정부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해야 할 필요가 없다. 헤지 펀드는 투자 판단에 금융회사와 달리 증권 인수나 자문 수수료 등 상충되는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없으므로 독립적이다.
따라서 헤지 펀드는 적절히 규제돼 잘만 운용된다면 우리 금융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바꿔 주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투자 수익과 품위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데 공헌할 것이다.
박상수 경희대 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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