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통화정책 어디로

2008년의 데자뷔인가. 당시 중국에선 연초부터 기업들의 자금난이 이어지자 원자바오 총리 등 지도부의 현장 시찰이 뒤따랐다. 이어 2005년부터 3년간 줄곧 절상되던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그해 여름부터 2년간 사실상 동결됐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에서 물가 억제를 위한 긴축 수단으로도 사용돼 왔다. 그해 가을부터는 2003년 3월 이후 올리기만 하던 은행 지급준비율을 5년여 만에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엔 원 총리가 지난 10월 높은 사채를 썼다가 자금난으로 야반도주하는 기업인들이 늘어나던 원저우를 찾아가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을 막을 것을 주문했고, 이어 수출 기업이 밀집한 광저우를 시찰하면서 “세계경제의 혼란으로부터 수출 업체를 보호해야 한다.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무원 상무위원회의에서는 거시 정책의 미세 조정을 언급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차례나 금리를 올리고 12차례나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긴축 조치와 작년 여름부터 다시 시작된 위안화 절상 행보가 조정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실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11월에는 절하로 반전됐다. 이어 11월 마지막 날 오후 인민은행은 “12월 5일부터 은행의 지준율을 0.5% 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은행 지준율 인하는 작년 1월부터 12차례 연속 총 6% 포인트 올린데 이은 조치로 2008년 12월 이후 3년여 만에 단행됐다. 대형 은행의 지준율은 21%, 중소 은행은 17.5%로 떨어지게 됐다. 이번 조치로만 적게는 4000억 위안(롄핑 교통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에서 많게는 7000억 위안(농업은행 허즈청 고급연구원)의 유동성이 새로 풀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 ‘긴축 시기 지났다’…지준율 ‘뚝뚝’
통화정책 정상으로 되돌릴 가능성 커져

우샤오치우 런민대 금융 증권연구소장은 “통화정책의 긴축 시기는 지나갔다”며 “미세 조정기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우 소장은 “물가 상승이 둔화되고 실물경제의 자금난이 커지고 외자 유출 조짐이 나타나면서 통화정책을 정상으로 되돌릴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물가 상승률은 10월까지 3개월 연속 둔화된데 이어 11월에는 4.5%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준율 인하 조치가 단행된 지 하루 뒤 중국 정부가 발표한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보다 1.4% 포인트 하락한 49.0으로 2009년 3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관심은 중국 당국의 향후 행보다. 우샤오치우 소장은 내년 1분기에 추가로 지준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지준율이 20%는 돼야 정상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한두 차례 추가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연 6.56%(1년 만기 대출 기준)에서 6.06%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내년 경제 운용 방향을 정하기 위해 12월 중 열릴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베이징=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