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성공했다고 일컬어지는 전문가들은 그들이 지닌 재주와 지능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발돋움할 수 있었다. 관계는 때로 전혀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하고 인생을 뒤바꾸는 원리로 작동한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소셜 애니멀’을 통해 관계와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본성을 밝히며 경험과 학습, 가풍, 주변 사람과 문화, 제도의 중요성을 다룬다. 의미 있는 삶을 살거나 성공에 다가가고 싶다면 명문 대학, 일류 직장보다 좋은 관계를 가질 것을 이 책은 주문한다.
2000년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을 결합한 ‘보보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전 세계에 지적 돌풍을 일으켰던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보보스’ 이후 10년 만에 집필한 신작이 바로 ‘소셜 애니멀’이다. 이 책은 출간하자마자 뉴스위크· CNN·NBC 등 미국 유수의 언론에 반향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인간은 합리적 동물’이라는 인간 본성관에 반론을 든 그는 인간의 행복과 성취를 수량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판에 찍은 듯 똑같은 성공을 조장해 왔다고 말한다. 그는 이 피상적인 인간관 그리고 그에 입각한 겉핥기식 교육과 제도들이 오히려 한 개인과 사회를 획일적이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며 피부에 와 닿는 생생한 사례를 보여준다. 우리 인간이 어떻게 기능하고 또 어떻게 삶을 이끌어 나가는지 심리학·사회과학·신경과학 등 광범위한 학문을 넘나들며 생생하게 포착해 낸다.
저자는 헤럴드와 에리카라는 두 주인공을 등장시켜 독자로 하여금 두 사람의 탄생부터 죽음까지를 따라가 보게 한다. 두 인물을 통해 사람이 태어나 부모와 교감하고 학습하며 우정을 쌓고 사랑에 빠지고 일하며 지혜를 쌓고 늙어가는 한평생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있다. 마치 루소가 ‘에밀’에서 주인공 에밀을 통해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처럼, 브룩스는 헤럴드와 에리카의 한평생을 통해 만남과 관계가 어떻게 한 사람의 성취와 행복을 결정짓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두 주인공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지도, 대단한 지능을 갖고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경이로울 만큼 멋지고 충실하게 인생을 살았다.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이경식 옮김┃568쪽┃흐름 출판┃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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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독서 노트
준비된 황제의 메시지
자금성 건천궁에 가면 ‘정대광명(正大光明)’이라는 현판이 있다. 청은 중국식 왕위 계승 제도와 달리 황제가 살아 있을 때 가장 될성부른 아들의 이름을 적어 현판 뒤에 감춰 놓는 방법을 썼다. 황제가 죽으면 이름이 적혀 있는 이가 차기 황제가 되는데 지존의 자리를 놓고 왕자들이 스스로를 갈고닦도록 독려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사람이 옹정제다.
청은 강희제·옹정제·건륭제가 통치하던 80년간 최전성기를 맞는다. 아버지와 아들이 30년 넘게 통치한 반면 옹정제는 15년밖에 중국을 다스리지 않았지만 중국 역사의 마지막 전제군주로, 만주족이 100배가 넘는 인구를 가지고 있는 한족을 다스릴 수 있는 틀을 만들었다.
옹정제는 열심히 일했다. 아침 4시에 일어나 저녁 12시에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죽을 때까지 계속했고 이전 황제가 많이 했던 지방 순례도 거의 하지 않았다. 휴가는 가까운 별궁에 잠시 나들이하는 정도였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옹정제는 준비된 황제다. 다른 이유보다 아버지 강희제가 너무 오래 살았기 때문인데 옹정제가 즉위했을 때 이미 나이가 40대 중반이어서 백성의 삶은 물론 통치 제도와 대신들의 개인적인 성품까지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었다.
주접(奏摺)이라는 제도가 있다. 지방관들이 황제만 볼 수 있도록 비밀 보고를 하는 방식인데 도착한 내용을 꼼꼼히 검토한 후 붉은 글씨로 첨삭해 다시 내려 보냈다. 작년에 정조가 노론의 영수 심환지와 주고받은 편지가 공개돼 화제가 됐던 편지도 일종의 주접인데, 비밀 서찰을 제도화한 이가 강희제라면 옹정제는 이를 통치 수단으로 확립했다.
주접은 황제에게 엄청난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었다. 매일 쌓이는 보고서를 읽고 평가해야 하는 건 물론 보고가 거짓인지 아닌지도 가려내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어떤 왕조든 나라의 성패는 창업한 이와 기틀을 잡는 이에 의해 결정된다. 조선이 태조 이성계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세종을 거치면서 기틀이 잡힌 것처럼, 고려도 왕건이 창업했지만 3, 4대 왕인 경종과 광종을 통해 확립됐다.
청조의 지배자는 만주에서 일어난 이민족으로 한인(漢人)이 아니다. 태조와 태종 2대 황제는 만주에서 살았고 3대째인 순치제가 명왕조를 멸망시키면서 북경에 입성해 중국 전체를 통치했다. 순치제의 아들이 4대 강희제이고 강희제의 아들이 옹정제이므로 옹정제는 북경에 입성한 후부터 헤아려 3대째가 된다. 왕조가 흥할지 쇠할지는 3대째에서 결판이 나는 점을 감안하면 옹정제는 청조에서 가장 중요한 갈림길에 있었던 황제였다. >>옹정제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차혜원 옮김┃232쪽,┃이산┃1만 원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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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의 ABCD 성공법
고승덕 지음┃455쪽┃개미들출판사┃1만8000원 대학 시절 3대 고시인 사법시험·행정고시·외무고시를 최연소·수석·차석으로 합격하고 판사를 거쳐 미국 예일대·하버드대·컬럼비아대에서 석·박사를 받은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말하는 성공 인생을 위한 지침서.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500회 이상 ‘ABCD 성공법’을 강연하면서 내용을 토대로 틈틈이 집필해 6년 만에 책을 펴냈다. 2003년에 펴낸 수기 책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가 자서전이라면 이 책은 고 의원의 경험을 일반화한 성공 철학서다.
>>슈퍼스타
문화 예술인 14인 지음┃264쪽┃가톨릭출판사┃1만 원 이 책은 우리나라 문화계의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문화 예술인 14명이 어떠한 어려움에도 자신을 버티게 해준 신앙과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 책이다. 강인봉·김지영·노영심·류시현·바다·바비킴·양영은·이동우·이상용·이인·최유라·최정원·황정민·김동욱이 자신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그들은 이 책에서 고해성사하듯, 가장 허물없는 벗에게 속마음을 터놓듯 투박하게 고백한다. 다른 종교 서적과 달리 누구에게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앨빈 토플러와 작별하라
댄 가드너 지음┃이경식 옮김┃480쪽┃생각연구소┃1만7000원 ‘역사의 연구’의 아놀드 토인비, ‘미래의 충격’의 앨빈 토플러 등 과거 노벨상 수상자, 세계적인 미래 학자 등 석학들이 예상했던 미래는 실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우스꽝스럽게 들린다. 왜 전문가들은 이처럼 틀린 예측을 늘어놓고 사람들은 틀린 예측에 열광하는 것일까.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댄 가드너는 인지심리학·정치학·행동경제학을 동원해 이런 현상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3억으로 돈 걱정없는 노후 30년
홍사황 지음┃336쪽┃위즈덤하우스┃1만4000원 자녀 교육, 부모 부양, 대출금에 허덕이며 저축할 여력도 없는 사람들에게 금융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노후 자금 10억 원은 그저 부자들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은 집 자산 2억 원과 연금 자산 1억 원을 합쳐 3억 원이라는 현실 가능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미래의 노후 걱정을 떨쳐낼 것 제안한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조장된 면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은퇴를 앞둔 40~50대도 노후 준비가 결코 늦지 않았으며 3억 원으로도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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