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항공사 지각변동 오나


2012년이면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저가 항공사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 업계에서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매각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싸고 많은 추측과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어 저가 항공사의 M&A가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일단 매각설에 대해 일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매각 대금이 언급되고 있고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는 기업들이 있어 M&A가 임박했다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저가 항공사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때부터 너무 많은 사업자가 난립해 수년 내 도태와 합병을 통해 몇 개의 사업자만 남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었다. 2008년 당시 건설교통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고 우후죽순처럼 8개의 항공사가 생겨났다. 기존 사업자인 제주항공과 한성항공까지 합치면 10개의 저가 항공사가 몇 개 안되는 국내선을 놓고 경쟁했다.

결국 같은 해 과당경쟁과 금융 위기 이후 고환율·고유가 때문에 코스타항공·퍼플젯·에어코리아·인천타이거항공 등은 날개도 제대로 펴보지 못한 채 줄줄이 사업을 접었고 현재의 5개로 압축됐다. 그 후 남은 저가 항공사들은 안정을 꾀하며 최근까지 꾸준히 점유율을 늘려왔지만 3년이 지난 현재 다시 경영 실적 부진을 보인 일부가 매물로 나와 국내 저가 항공사는 3~4곳으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저가 항공사 도입 초기 팽창했다가 수년이 지나면 경쟁력 있는 2~3곳만 시장에 자리를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티웨이·이스타 항공 매각설 ‘솔솔’
매각 대금 두고 줄다리기

티웨이항공의 매각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실질적인 대주주인 토마토저축은행이 저축은행 부실 사태로 영업중지되면서다. 토마토저축은행이 보유했던 티웨이항공 지분 7.14%를 도서출판 예림당에 15억 원을 받고 팔자 항공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던 기업들의 관심이 증폭됐다.

티웨이항공의 지분 72.4%를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 신보종합투자도 전신인 한성항공을 인수하면서 토마토저축은행에서 150억 원을 대출받았기 때문에 재무구조를 개편하고 있는 토마토저축은행에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신보종합투자는 창업 투자회사로 누적 손실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부실 회사이기 때문에 결국 티웨이항공을 매각할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신보종합투자의 72.4%의 지분 매각 대금은 약 300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매각설에 신보종합투자는 강력히 반발하며 매각보다 외국계 사모 펀드와 해외 프랜차이즈 항공사 등과의 제휴를 통한 투자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08년 한성항공이 파산하고 신보종합투자가 인수 후 2010년 9월 사명을 바꿔 재취항한 티웨이항공은 지난 1년 동안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취항 11개월 만에 탑승객 100만 명을 돌파했고 1년 만에 매출액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신보종합투자 관계자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앞으로도 공격 경영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티웨이항공의 책임 경영을 위해 유상증자 추진, 조직 구성, 경비 절감 등 운영 전반을 점검해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 역시 재무 사정이 악화되고 있어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이 결국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공항 사용료나 이·착륙 시 내야 하는 조업료마저 관련 업체에 완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의 경영 공시에 따르면 2010년 영업이익이 55억3800만 원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이 회장이 내년 총선에 나설 것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어 매각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정치 입문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2008년 총선 때 전북 전주 완산을 지역에서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좌천됐던 이력이 있다. 이스타항공의 매각 대금은 최대 1200억 원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사내에서도 이 회장의 정치 진출과 매각설이 공공연히 유포되고 있어 뒤숭숭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티웨이·이스타 항공 매각설 ‘솔솔’
대명 ‘내년 1월’ 구체적 계획 발표

이 두 항공사를 두고 인수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기업은 대명그룹과 제주항공이다. 대명그룹은 국내에서 저가 항공 도입이 논의되던 2000년대 중반부터 항공 사업 진출의 꿈을 키워 왔다. 올해 초 경영에 나선 2세 경영인 서준혁 대명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가 지난 11월 23일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더욱 구체화됐다.

인수전에 나선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시가총액 1000억 원을 밑도는 코스닥 상장사다. 기존 건설·레저 부문에 집중했던 대명그룹은 최근 항공과 상조 쪽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서 대표는 항공사 설립을 위해 현금 자산을 500억~600억 원 정도 동원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비치기도 했다. 대명 측은 항공사 매입을 위해 꾸준히 이스타항공과 접촉해 왔고 최근에 티웨이항공 측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명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현재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하며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고 검토하고 있다”며 “인수 대상 항공사와의 접촉은 현재 잠시 중단하고 있지만 내년 1월이면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이스타항공보다 현재 티웨이항공 인수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대명그룹이 자체적으로 신규 항공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이미 저가 항공사 시장이 포화 상태고 기존 항공사를 인수하는 것이 항공 실적 등을 그대로 넘겨받아 노선 확보에 더 효율적이므로 이는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제주항공도 마찬가지로 언론을 통해 강하게 티웨이항공의 인수 의지를 밝혀 왔다. 제주항공은 사모 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나설지 검토하고 있다. 제주항공 측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기존 주주들이 티웨이항공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제안해 M&A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제주항공은 현재 자본금 1100억 원으로 저가 항공사 중 가장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이와 함께 애경그룹이라는 대기업 주주가 든든히 버티고 있어 지난 몇 년간 손실에도 6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인수 대상에 대해 현재 기업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가 항공사의 M&A를 둘러싸고 가격 협상에서 아직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여러 번 인수 기업과 매각 기업 간 논의가 진행된 데 따라 이르면 내년 초 M&A발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최근 국제선 노선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이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항공 자유화 방침에 따라 최근 티웨이·이스타항공은 기존 태국·일본 노선에서 확대해 중국·러시아 노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해외 저가 항공사의 국내시장 진출이 내년에 예상돼 업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년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가 ‘피치’라는 저가 항공사를 설립해 운항에 들어가고 세계 최대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도 내년 한국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티웨이·이스타 항공 매각설 ‘솔솔’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