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에 속지 않는 9가지 방법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기획부동산’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고객 상담을 하다 보면 의외로 교수나 의사 등 사회 지도층들이 기획부동산의 꼬임에 넘어가 뜻하지 않게 장기 투자하는 것을 많이 본다. 이들은 부동산 전문가조차 속일 만큼 ‘개발’을 사칭해 교묘히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유명 백화점뿐만 아니라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등을 개설해 쓸모없는 땅을 비싸게 팔기 위해 부동산 전문가 행세를 하면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얼마 전 국토해양부는 기획부동산의 무분별한 토지 분할과 분양을 예방하기 위해 ‘측량·수로 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법원으로부터 화해·조정 조서 등의 확정 판결을 받았더라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토지 분할 허가를 받은 때에만 토지 분할이 가능해진다.

토지에 투자하기 전에 지적 정보의 디지털화 등 정보기술(IT)과 접목한 스마트 국토 정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반인들도 쉽게 기획부동산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토지 관련 각종 정보를 일반인에 공개하는 서비스는 온나라 부동산 정보 통합 포털과 토지 이용 규제 정보 서비스 등이 있다. 우선 ‘온나라 부동산 정보 통합 포털(www.onnara. go.kr)’의 스마트폰용 모바일 홈페이지에서는 위성항법장치(GPS)로 사용자의 현 위치를 파악해 임야 등의 현장 지도 및 토지 정보, 건물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지역의 주소지와 공시지가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어 만약 기획부동산이 임야를 택지인 것처럼 속여 팔려고 한다면 현장에서 바로 사기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인터넷 검색창에 ‘스마트 국토정보’를 치거나 주소창에 ‘www.nsdis.go.kr’를 입력해 실행하면 접속할 수 있다.

요즘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계약하지 않으면 계약금을 다시 돌려준다는 약속과 함께 현지 실사와 가계약금 명목으로 100만 원 정도를 미리 받아 놓는다. 가계약금 100만 원 때문에 돌려달라는 얘기를 하기가 껄끄러워 계약하고 나서 나중에 후회하는 이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기획부동산의 꼬임에 넘어가지 않을 방법을 정리해 본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한 부동산 컨설팅회사 간부가  무료 부동산투자상담을 해 준다는 피켓을 목에 건 채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강은구기자 egkang@  2005.07.22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한 부동산 컨설팅회사 간부가 무료 부동산투자상담을 해 준다는 피켓을 목에 건 채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강은구기자 egkang@ 2005.07.22
1. 연락이 뜸한 친인척이나 지인이 투자를 권유하면 일단 의심하라

텔레마케팅 부동산 사기는 쓸모없는 임야 등을 헐값에 구입한 뒤 부유층 고객들에게 개발 예정지라며 전화로 판촉 공세를 벌여 고가에 팔아넘기는 수법이다. 텔레마케팅 부동산 사기는 최근에 많이 줄었지만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인척이나 지인들에게서 투자 권유가 오면 일단 의심해 보는 게 좋다. 상담해 보면 친인척 소개로 투자한 땅이 기획부동산이 팔고 있는 땅인 것이 많기 때문이다.



2. 현지를 실사할 때 등기를 서둘러 강요할 때는 의심하라

현지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가격과 개발 계획의 사실 여부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지적도·토지이용계획확인원·토지대장·공시지가확인원·등기부등본 등 관련 서류를 열람하고 관계 법규 및 법적 규제 등을 확인해야 한다. 소유권 이전 등기가 되는지 여부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현장 답사는 기본이다. 해당 토지를 둘러보고 해당 토지에 대한 규제도 같이 점검해 봐야 한다. 서둘러 등기를 강요한다면 의심해 봐야 하고 그래도 미심쩍다면 우선 가등기를 먼저 하면 된다.



3. 금요일 오후에 설명하는 행위

금요일 오후에는 사실을 판명할 관공서 등이 문을 닫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이날을 피해 반드시 해당 서류와 담당자의 확인과 등기부등본을 확인하고 개발 계획도 직접 알아보는 게 좋다. 또한 개별로 방문해 토지 소유주와 부동산 업체와의 관계를 인근의 부동산 업체를 통해 수소문해 봐야 한다.



4. 정확한 지번을 알려주지 않는 행위

기획부동산 업계에서는 토지 지번을 알려주면 토지대장을 통해 들통 날 수도 있어 회사 직원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지금은 번지수만 알고 있으면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현지 모습을 실제로 보면서 투자 가치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번은 필지에 부여하는 지적공부(토지대장·임야대장·공유지연명부 등)에 등록한 번호이지만 번지는 행정 편의상에 의해 구획된 리나 동에 부여한 번호다.



5. 사업자등록증 업종이 개발업이 아닐 때

개발업 외 사업자 등록이라면 일단 의심해 봐야 한다. 또한 거래에 문제가 있을 때에도 책임을 부담할 만한 신용이나 능력이 기획부동산에는 없는 경우가 많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 조직을 만들고 소위 ‘바지사장’을 내세우는 등 실제 책임자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6. 회사 설립이 1~2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회사일 때

단기로 한탕 해먹고 폐업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사무실이 지나치게 고급스럽거나 화려한 곳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 중 주로 30~50대 주부 사원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면 일단 의심해 보는 게 좋다.



7. 지분 등기를 강요할 때

기획부동산의 주요 대상인 토지의 경우 공동 지분 형태가 아닌 개인의 소비자들 앞으로 단독으로 분할돼야만 제대로 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단독 명의로 분할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토지 분할을 위해서는 지차제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투기와 난개발 우려로 지자체가 엄격하게 심사하기 때문이다. 운 좋게 단독으로 분할되더라도 분할된 부분들 중에서 도로와 접할 수 없는 소위 ‘맹지’는 향후 토지 이용에 큰 제한을 받게 될 수밖에 없어 재산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8. 허위·과장 광고 등으로 유인할 때

전원주택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지역인데도 건축이 가능한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하는 사례가 많다며 얼마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원주택 토지 분양 광고에 대한 소비자 피해 주의보를 발령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주)여주도시개발은 여주군 임야에 전원주택지를 분양하면서 분양 대상 토지의 대부분이 농림지역이어서 일반인은 전원주택 건축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건축이 가능한 것처럼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중앙 일간지에 허위·과장 광고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여주도시개발에 대해 시정 명령과 함께 법위반 사실을 공표하도록 했다.



9. 영농조합 법인 내세운 곳은 일단 경계

단속으로 설 자리를 잃자 간판만 바꿔 달고 영업하는 곳도 주의해야 한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농업법인은 농지 구입에 제한이 없고 취득세 면제 등 각종 세금 혜택까지 받는다. 또한 지분을 쪼개 매매할 때도 허가가 필요 없는 점을 악용해 최근의 기획부동산은 영농조합 형태를 띠는 일이 많다. 지자체 관리도 허술한 편이다. 영농조합 설립 시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했던 의무 규정이 삭제돼서다. 정부 단속으로 전화를 통한 땅 분양이 어렵게 돼 영농법인을 따로 내는 식인데, 현지 농민 5명만 내세우면 법인 설립이 가능해 합법적으로 땅을 팔 수 있다. 주로 일간지나 경제지 광고 지면 하단에 ○○산림영농조합, ○○영농조합 같은 명의의 토지 분양 광고가 나온다. 이들이 분양하는 땅은 주변에 비해 매우 저렴한 것이 특징이지만 알고 보면 쓸 만한 땅이 별로 없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ceo@youand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