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조사 결과

절대 강자의 수성, 2인자 자리를 둘러싼 치열한 중위권 다툼. 몇 년째 로펌(법무법인) 업계는 이런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앤장이 절대 우위를 누리는 사이 다른 로펌들은 특화된 전문 영역으로 업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한경비즈니스가 국내 200대 기업의 법무 부서 의견을 모은 이번 조사에서 김앤장은 총 9개 영역 중 8개 영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9개 부문 중 8개를 싹쓸이한 바 있다. 그러면 김앤장이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영역은 무엇일까. 올해 ‘인사 및 노무’ 분야에서는 광장이 김앤장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 분야는 지난해 김앤장(33회)이 광장(32회)을 1표 차로 앞서면서 가까스로 1위를 지킨 곳이다.
[2011 베스트 로펌] 광장은 ‘노무’, 율촌은 ‘세무’서 두각
광장의 주완 변호사, 노무 분야 ‘최고’

올해 ‘인사 및 노무’ 분야에서 광장이 1위를 한 것은 노동 분야의 국내 최고 변호사로 통하는 주완(53) 변호사 덕분이다. 2008년 5월 지평과 지성의 합병은 로펌 업계의 큰 화제였다. 당시 주 변호사가 설립한 지성은 노동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었고 지평은 기업 인수·합병(M&A) 경험이 많아 이 둘을 합한 지평지성은 공기업 민영화나 대형 M&A에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됐다.
[2011 베스트 로펌] 광장은 ‘노무’, 율촌은 ‘세무’서 두각
그러나 그해 9월 주 변호사는 노동팀 변호사 10여 명과 함께 광장으로 이직하면서 지평지성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법조계에서는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노사담당 임원 출신으로 노사 화합을 추구하는 주 변호사가 운동권 출신이 많은 지평 변호사들과 의견이 맞지 않았을 것’을 이유로 꼽고 있다. 지평지성은 2006년 지평 출신의 강금실 전 장관과 지성 출신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동시 출마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주완 변호사는 현재 노사정위원회 멤버인 한국노총·경총·노동부의 3개 단체를 동시에 자문하고 있는 유일한 변호사일 정도로 노무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국내에서 20년 이상 노동 분야에서 활동한 변호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흔하지 않은데, 노사 양측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중재 역할이 만만치 않은 데다 기업들도 세무사·회계사 등을 고용하지만 노무사나 노동 전문 변호사를 따로 고용하지 않는 등 위상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2011 베스트 로펌] 광장은 ‘노무’, 율촌은 ‘세무’서 두각
한편 김앤장은 지난해 율촌에 1위를 빼앗긴 ‘조세 및 공정거래’ 분야에서 올해는 1위에 올랐지만 2위 율촌과는 2표의 근소한 차이다. 율촌에는 국내 조세법의 1인자로 통하는 소순무 변호사가 포진하고 있다. 소 변호사는 20년 전 판사로 재직할 때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의 조세전담연구관부터 시작해 팀장까지 맡으며 조세전담연구관실을 정착시키는데 기여한 바 있다.
법복을 벗은 뒤 중복 세무조사라는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부과 처분을 취소한 첫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000년 1월 그가 펴낸 ‘조세소송’은 현재 개정 5판까지 거듭되며 조세 쟁송 분야의 바이블로 통하고 있다. 율촌 조세그룹은 한국 및 외국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관세사 등 다섯 직종의 전문가가 모여 국내 최강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2011 베스트 로펌] 광장은 ‘노무’, 율촌은 ‘세무’서 두각
바른, 형사소송서 두각 나타내

‘형사’ 부문 3위, ‘송무(소송업무) 및 중재 부문’ 4위인 바른을 국내 형사소송의 대가로 칭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종합 순위는 7위지만 형사소송에서 특히 강세를 나타낸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10대 로펌 중 형사 공판 수임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이 바른이다.
[2011 베스트 로펌] 광장은 ‘노무’, 율촌은 ‘세무’서 두각
바른은 2007년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고 김재정 씨를 변호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2009년 미디어법 강행 처리와 관련해 야당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소송에서도 국회 측 변론을 맡았다. 최근에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으로부터 후보 단일화 대가로 2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명기 교수의 변론을 맡으며 다시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바른은 이명박 정부 들어 ‘가장 잘나가는’ 법무법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바른의 김동건 대표변호사는 서울고법원장 출신으로 1970년대 이명박 대통령과 테니스를 치면서 친분을 쌓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영남대 재단이사장을 지내면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진다. 김황식 총리와 양승태 신임 대법원장과는 법원행정처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다.

그러나 바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운 강금원 전 창신섬유 대표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 사건도 맡았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부탁한 양천구청장 사건과 수원시장과 화성시장 변론도 바른이 맡았다.

국제 분쟁 부문 2위인 태평양에는 세계상사중재위원회(ICCA) 사무총장을 겸하고 있는 김갑유 변호사가 유명하다. 국제 분쟁이라는 것은 국내 법원에서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중재기구에서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국내 변호사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해당 국제중재기구 인근에 있는 유명 해외 로펌에 일을 의뢰하는 대리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갑유 변호사는 국제중재에 직접 뛰어든 경험으로 직접 해외 송무를 담당하며 항공 마일리지가 200만 마일이 넘을 정도로 세계를 누비고 있다. 김 변호사는 세계 3대 국제중재기구로는 런던중재법원(LCIA), 국제상업회의소 중재법원(ICC), 미국중재인협회(AA A)의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올해 4월 아시아인 최초로 유엔 산하 ICCA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사법연수원 입소를 미루고 대학원에 진학, 로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변호사가 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보험 해상 업무를 오랜 기간 담당했고 하버드 로스쿨로 유학을 떠나 뉴욕 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뉴욕·런던의 로펌에서 1년간 근무하고 1995년 귀국, 태평양에 합류했다. 당시 그의 전공이던 보험 해상 분야는 일거리가 많지 않아 국제중재 일도 함께 맡게 됐다. 그때만 해도 대규모 국제중재는 초대형 외국 로펌들이 하는 것이라고 믿던 때였지만 그는 태평양 경영진을 설득해 2002년 국내 최초의 국제중재팀을 만들었다. 그는 1년에 평균 15회 이상 해외 출장을 다녔고 지난해에는 20번도 넘었다. 행선지는 주로 파리·런던·싱가포르·홍콩·제네바·헤이그·뉴욕 등 국제기구가 있는 곳이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계에서는 법률 시장이 개방돼 해외 로펌이 국내에 진출하면 그간 국제중재·특허소송과 관련해 해외 로펌의 단순 대리인 역할을 하던 국내 로펌은 일거리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형사 사건 등에 쏠리게 되면서 경쟁이 치열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KCL, 밀착형 기업 자문으로 유명

종합 순위 9위인 KCL는 특허와 상표 및 지식재산권 분야와 기업 일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CL의 기업 자문은 기업 법무팀을 넘어설 정도의 밀착형 자문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 고객 상당수가 10년 이상 거래하고 있고 이들 기업들은 대형 프로젝트가 발생해 대형 로펌에 일을 맡기더라도 KCL과 함께 변호인단을 구성하도록 한다. OCI·아모레퍼시픽·농심· KCC·삼표 등이 주요 고객이다.

KCL은 1991년 설립된 법무법인 삼정이 전신으로 2000년 국내 로펌 중 최초로 영문 이니셜 이름으로 변경했다. 사명은 파트너인 김영철·최원현·임희택 변호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김영철 변호사가 이끄는 지식재산권팀은 변호사와 변리사만 23명인데, 전자팀·기계팀·화학팀·디자인팀으로 특화된 것이 특징이다. 상표 업무도 상표1팀·2팀으로 나눠져 웬만한 특허 법무법인을 능가하는 규모다. 특허 분쟁 사건에서는 승소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