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업계 뉴 트렌드


지난 11월 말 미국의 로펌 클리어리 고틀립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 발효되는 대로 서울에 한국 사무소를 개설하고 국내 법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는 공식적인 코멘트를 내놨다. 뉴욕에 본사가 있는 클리어리 고틀립은 전 세계 14개 사무소에 11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소속돼 있는 로펌이다.

또한 다른 미국계 로펌인 폴 해스팅스도 최근 한미 FTA가 발효되는 대로 법무부에 한국 사무소 개설 신청서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셰퍼드 멀린 역시 클리어리 고틀립과 함께 ‘외국계 로펌 한국 1호 사무소’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변호사 4000명의 세계 최대 로펌 중 하나인 클리퍼드찬스 또한 한국 진출을 공언하고 있으며 클리퍼드찬스와 함께 영국계 로펌인 링크레이터스, DLA파이퍼 등도 한국에 사무소를 내는 것을 검토 중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최근 몇 년 새 국내 로펌 업계의 화두는 ‘시장 개방’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한국의 로펌들이 글로벌 로펌들의 진출로 곧 고사할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도 내놓는다.

하지만 로펌 업계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첫째는 단계적 개방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계 로펌은 FTA 발효일부터 2년 뒤까지 미국법 자문만 할 수 있다. 한국 변호사 고용은 금지된다. 하지만 2단계 개방부터 미국 로펌은 국내 로펌과 국내법·미국법이 섞인 사건을 공동 처리한 뒤 수익을 나눌 수 있고 발효 5년 후엔 두 국가 간 로펌의 합작 사업체가 만들어져 국내 변호사도 고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로펌이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역할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5년 뒤 완전 개방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국내법과 관련한 자문과 한국 변호사를 섭외하는 데도 제한이 걸리는 것. 손발이 묶인 글로벌 로펌이 한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크로스보더 M&A(Cross borer M&A 다른 국가 기업들 간의 인수·합병) 외엔 일단 별로 없다.
[2011 베스트 로펌] 대규모 투자 진행…‘외국계 두렵지 않아’
한국 시장 틈새 엿보는 외국계 로펌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로펌들이 오히려 시장 개방을 통해 오히려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 로펌들은 국내 법률 시장에서 일종의 ‘나눠 먹기’를 해 왔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반면 로펌들은 ‘안방’에서 ‘관계’에 의한 업무 처리를 해 온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장 개방을 계기로 무한 경쟁이 시작되면서 전문화되고 실력 있는 로펌들이 오히려 더욱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논리다. 김재훈 광장 변호사(운영위원)는 “법률 시장 개방은 세계무역기구(WTO)에 편입된 1990년대 초반부터 예정된 일”이라며 “이미 대형 로펌들은 10년 전부터 외국계 로펌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 쌓기에 많은 투자를 해 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광장은 최근 5년간 조세 및 공정거래 부문 한 곳에만 50억 원이 넘는 돈을 경쟁력 강화에 투자했다. 이 같은 투자는 로펌으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유는 로펌은 지배 구조가 일반 기업과 다른 ‘파트너십’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로펌에서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면 선배 변호사들(파트너 변호사)이 직접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결과 최근 광장의 조세 및 공정거래 부문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핵심은 인재 확보다. 공정거래 부문은 박정원 변호사의 합류로 주목받고 있다. 박 변호사는 전직 공정거래위원회 사무관 출신으로 1994년부터 2006년까지 공정위에서 일하며 관련 분야에서 독보적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박변호사와 함께 공정거래 부문에서 ‘스타 변호사’로 평가 받는 정환·이민호·이정환 변호사 역시 광장에 몸담게 됐다.

정환 변호사는 2009~2010년 연속 챔버스 아시아 리걸 500 선정 공정거래 부문 올해의 변호사로 선정된 인물이다. 이민호 변호사는 공정위 출신으로 2004년부터 4년간 정보통신 산업 경쟁 정책 자문위원 및 송무팀장을 역임했다. 또 조세 무문에선 국내 관세 부문 전문 변호사인 박영기 변호사가 영입됐다. 국세청 출신인 그는 국내에서 관세 실무를 경험한 유일한 변호사다. 또 국제 조세 부문에서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인 정병춘 전 국세청 차장을 스카우트했다.
[2011 베스트 로펌] 대규모 투자 진행…‘외국계 두렵지 않아’
광장의 과감한 투자는 실적과 평가로 나타나는 중이다. 광장이 로펌 업계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문은 M&A다. M&A는 기업의 모든 부문이 연관된 ‘종합 예술’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말 톰슨 로이터의 발표에 따르면 광장은 올해 1~9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총액 기준 205억9700만 달러(76건)의 M&A 거래를 자문해 실적 1위를 기록했다. 또 세계적 법률 시장 정보 제공 업체 리걸이즈가 발표한 ‘리걸 500’에서 광장은 전체 14개 평가 부문 중 13개 부문에서 최고 등급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이와 함께 한경비즈니스의 ‘한국의 베스트 로펌’ 조사에서 역시 작년 보다 득표율을 높이며 한 단계 오른 순위를 기록했다.
[2011 베스트 로펌] 대규모 투자 진행…‘외국계 두렵지 않아’
국제중재·지재권…로펌서 ‘뜨는 분야’

로펌들은 시장 개방을 계기로 더 많은 수익원이 탄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대표적인 영역이 지식재산권과 국제분쟁 등이다. 최근 애플의 스마트폰 특허 소송, LG와 오스람 사이의 발광다이오드(LED) 특허 소송 등 기업 간 다툼이 전 세계 법원을 망라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역시 국제분쟁과 관련해 로펌들의 큰 관심거리다. 일각에서는 이 제도에 따른 국내 산업의 피해를 우려하며 도입 반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국내 기업들은 투자 자산 보호 수단으로 ISD를 국내 로펌들을 통해 적극 이용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로펌들이 현재까지 기업들로부터 ISD와 관련해 법률 자문을 한 건수는 이미 40~50건으로 추정되고 있는 수준이다. 임성우 광장 변호사(국제중재팀장)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어 국제중재 사건은 앞으로 더욱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펌들도 주목하는 ‘한류 열풍’ 소녀시대도 2PM도 모두 ‘우리 고객’

11월 말 열린 세종의 설립 30주년 기념식에는 이례적인 동영상이 상영됐다. 바로 인기 가수 JYJ 멤버들의 축하 인사 영상이었다. 이들은 “너무 힘들었을 때 세종 덕분에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됐다”며 “다음에는 사건·사고가 아닌 동생과 형·누나 사이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이 말한 사건·사고란 이들이 과거에 몸담았던 SM엔터테인먼트의 소속 그룹 동방신기를 2009년 탈퇴하면서 법적 분쟁에 휘말린 것을 말한다.

최근 로펌들이 크게 주목하는 부문은 바로 ‘문화 콘텐츠’다. ‘한류 열풍’ 등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태 율촌 전무는 “국제 통상 등 시장 개방과 관련한 부문과 함께 ‘한류’와 관련한 문화 콘텐츠 및 스포츠 영역이 로펌들의 새로운 관심 영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율촌은 이미 ‘문화산업팀’을 꾸려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음반·공연, 영화 관련 기업에 대한 자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핵심은 대한상사중재원의 엔터테인먼트법 분야 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정열 변호사와 김도형 변호사다.

세종 역시 2009년부터 임상혁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 미디어콘텐츠팀을 운영 중이다. 세종의 미디어콘텐츠팀은 JYJ는 물론 비·2PM 등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화우와 지평지성도 이 분야의 강자다. 화우는 10여 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문화산업팀’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산업팀은 최근 연예인은 물론 해외 활동이 활발한 야구 선수와 골프 선수들의 해외 법률 자문도 담당하고 있다. 지평지성은 국내 엔터테인먼트사들의 해외 진출에 주목하고 있다. 보아 주연 할리우드 영화의 투자 계약을 자문했으며 ‘추노’ 등 드라마의 법률 자문을 맡았다.





이홍표 기자 haw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