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연말이다.
수많은 기업이 신규 및 경력 채용을 위한 ‘인사’로 바쁜 시기가 요즘이다.

입학과 졸업을 앞둔 청년층에게도 직업과 관련해 여러모로 고민되는 때이기도 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평생직장, 평생직업의 개념도 사라졌다지만 여전히 직업 선택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누구나 ‘유망 직업’에 종사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세상이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유망 직업도 달라지고 있다.

지금은 어떤 직업이 ‘지고’ 어떤 직업이 ‘뜨고’ 있을까. 향후에는 어떤 직업의 미래가 밝을까. 한경비즈니스가 직업과 관련한 현재 트렌드를 진단하고 미래의 유망 직업을 전망해 봤다.

[대반전 유망직업]‘소용돌이’ 시대 대반전 유망 직업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유망 직업’이라고 쳐보았다. ‘미래에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요’라고 묻는 질문이 무려 9310건. 희망하는 직업이 없다는 초등학생부터 문과와 이과 중 진로를 놓고 고민 중이라는 중학생, 당장 취직을 앞둔 대학생, 두 번째 직업을 꿈꾸는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질문자’도 다양하다.

9310건을 일일이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답변자들의 내용은 비슷했다. 현재의 트렌드를 통해 미래 사회를 예측함으로써 어떤 직업이 유망할지를 전망하기 때문이다. 직업 전문가들도 현재를 통해 미래를 ‘읽는’ 눈을 키우라며 비슷한 조언을 한다. 물론 누군가는 요즘처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어떤 직업이 ‘뜰지’를 예상하는 일은 어쩌면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사’자 직업의 하향세 시작

아닌 게 아니라 우리는 지금 내일 당장 어떤 놀라운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뉴 밀레니엄이 열렸을 때도 ‘21세기에 있을 변화’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고작 11년 후인 지금은 당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변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봐도 그렇다. 불과 몇 년 전 등장한 스마트폰은 세상을 바꿔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숱한 변화들을 가져왔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등 관련 신종 직업들도 탄생했다.

이러한 기술적 변화와 함께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이라는 커다란 변수도 있다. 그동안은 졸업 후 선택한 직장(또는 직업)이 평생직장이었지만 지금은 인생의 두 번째 직업, 세 번째 직업을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김병숙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적어도 한 사람이 7~8개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며 ‘직업의 소용돌이’ 시대가 열렸다고 말할 정도다.

또 다른 의미에서 직업의 소용돌이는 이미 시작됐다. 오랜 세월 부동의 ‘희망 직업’이었던 직업들이 서서히 ‘지고’ 새로운 직업이 ‘뜨는’ 반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의사·검사·변호사 등 소위 ‘사’자 직업이 하향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것은 사실 엄청난 변화다.

수많은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사’자 직업을 희망한 탓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검사·변호사 등 법조인은 아예 사법고시가 폐지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등장하면서 당장 내년 초 로스쿨 졸업 후 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안정된 직업의 대명사인 교사의 수요도 인구고령화와 초등학교 통폐합 등으로 향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직업은 세상 트렌드의 바로미터다. 그렇다면 현재의 트렌드로 예측했을 때 ‘미래가 밝은’ 직업은 무엇일까. 유망 직업에 관해 발표되는 수많은 자료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분야는 친환경 및 웰빙 관련 직업, 고령화사회 도래에 따른 실버 및 건강 관련 직업, 첨단 과학·콘텐츠 소프트웨어 등 국가가 신성장 동력으로 강력히 추진하는 사업 관련 직업, 정보화 및 세계화의 빠른 진행과 관련한 직업 등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변화는 직업이 끊임없이 세분화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새로운 직업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을 펴낸 박원순 서울시장이 저서에서 “직업의 창시자가 되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릴 때부터의 직업교육이 갈수록 강조돼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의 변화 때문이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조사를 보면 놀랍게도 연예인이 몇 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를 검사·판사·변호사·법률가·의사·교수 등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직업은 너무나 다양한데 정작 직업(장래 희망)에 대한 꿈을 키워야 하는 시기에는 관련 정보를 너무 몰라 고민이고 막상 직업을 결정해야 할 시기에는 알아도 너무 늦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직업교육을 활발히 하는 추세다.
[대반전 유망직업]‘소용돌이’ 시대 대반전 유망 직업
취재=박진영bluepjy@hankyung.com·장승규·우종국·이홍표 기자

전문가 기고=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김한준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장

사진=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