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시장 대세는

직장인 A 씨는 내년 4월 결혼을 앞두고 집을 알아보던 차에 주변의 권유로 경매를 통해 신혼집을 마련하기로 했다. 직장인 서울역과 가까우면서도 집값이 저렴한 인천 계양구의 소형 아파트를 알아봤다. 마침 인천 지하철 임학역 근처 S아파트 8층 79㎡형(24평형)이 감정가 2억 원에서 한 번 유찰돼 1억4000만 원에 나와 있었다.

주말을 이용해 남편과 함께 현장 답사를 다녀오기로 했다. 전기계량기가 돌아가는 걸 보니 집 안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 같아 용기를 내 초인종을 눌러봤지만 아무런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 우편함을 열어 보니 채무자 명의로 된 우편물이 잔뜩 쌓여 있었다. 거기엔 관리비 독촉 우편물도 함께 들어 있었다.

미납 관리비를 확인하러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음료수도 준비했다. 경매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직원은 쉽게 체납 관리비가 70만 원가량이라고 답해 줬다. 그리고 현재 소유자 겸 채무자인 B 씨와 부인, 자녀 둘이 살고 있으며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낮엔 사람이 거의 없고 사업 실패로 경매에 나왔다는 정보도 알려줬다.

마지막으로 급매물과 비교해 보기 위해 중개업소에 들렀다. 같은 단지 다른 동의 3층 물건을 볼 수 있었다. 가격은 1억7000만 원. 3층이지만 맨 끝에 있어 조망이 꽤 좋았고 분양 받았을 때부터 주인이 살던 집이라 관리 상태도 양호했다. 로열층이 1억8000만~1억95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고 했으니 가격도 매력적이었다.

현장을 다녀온 A 씨는 적정 낙찰가를 산정해 봤다. 중개 수수료를 포함한 급매 가격은 1억7080만 원. 여기에 체납된 관리비 70만 원(공용 부문만 납부하면 되지만 원활한 이사를 위해 일단 전부 납부 가정)과 혹시 모를 강제집행 비용 100만 원을 제외하니 1억6910만 원이 나왔다. 적어도 1억6910만 원 밑으로 낙찰 받아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제반 비용 모두 비용으로 산정해야
[경매]전세금 ‘부담’…소형 아파트 인기
입찰 당일 법원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A 씨는 해당 물건의 층수가 더 좋다는 점과 경쟁률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1억6980만 원을 적어 제출했다. 집행관이 결과를 부르자 앞에 나온 응찰자는 무려 21명. 예상보다 높은 경쟁에 A 씨는 마음을 비웠지만 집행관이 불러주는 최고가 매수인의 가격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예상 가격에서 무려 500만 원가량 더 높은 1억7451만 원이었다.

최근 경매시장의 대세는 소형 아파트다. 경기 불안 심리로 향후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줄면서 투자 부담이 적은 소규모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또한 치솟는 전세금 때문에 경매로 싼값에 집을 사려는 수요자도 크게 늘었다. 11월 들어 수도권 아파트의 면적별 낙찰가율을 비교해 봐도 대형 아파트(전용면적 85㎡ 초과)의 평균 경쟁률은 4.7 대 1에 그치고 있지만 소형(85㎡ 이하)은 6 대 1을 넘겼다.

이런 가운데 경매의 장점을 외면한 어이없는 고가 낙찰 사례들도 종종 나타난다. 경매는 일반 매매에 비해 인도·인수 절차와 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에 이를 비용으로 고려한 가격에 낙찰 받는 것이 정석이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의 급매물과 비교하는 것은 빠질 수 없다. 거래 사례가 드물거나 호가 위주의 시세만 있을 때 동·호수·층·방향 등에 따라 들쭉날쭉하는 시세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우므로 반드시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

최근에는 부동산 거래 금액이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므로 중개업소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최근 거래된 아파트 사례를 확인, 등기부등본을 직접 조회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국토해양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실거래가 조회나 공동주택 가격 열람을 참고하는 것도 빼놓지 말자.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