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조세정책의 가변성
베트남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느끼는 어려움 중에는 법 제도가 다르다는 것 못지않게 정책의 집행이 투명하지 않고 일관되지 않은 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정책 가변성의 단적인 예로 최근 혼다자동차의 현지 합작법인(혼다 베트남)에 대한 자동차 수입관세가 논란이 되고 있다.베트남 관세청은 지난 8월 혼다 베트남에 2005년부터 수입한 시빅 및 CRV 모델용 바퀴와 좌석 부품에 대한 수입관세로 약 3조3400억 동(1억6000만 달러)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포드 베트남에 대해서도 약 325억 동의 수입관세 부과 결정을 발표했는데, 이들 결정의 근거는 재무부가 2010년 11월 15일 제정해 2011년 1월 1일 발효된 회람(Circular) 184다.
2002년 베트남 정부는 산업의 전후방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 부품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베트남 내에서 생산된 자동차 부품을 이용하면 낮은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2005년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수입되는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해체 비율(breakdown level)이 높은 부품에 대해서는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당초 베트남 정부의 기대와 달리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해체 비율이 낮은 부품들을 들여와 베트남 내에서는 단순 조립만 함으로써 국내 부품 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는 미미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재무부는 회람 184를 제정해 수입된 부품 세트 중 어느 하나의 부품이라도 결정문(Decision) 28에서 정한 것보다 해체 비율이 낮으면 수입 부품 세트 전부에 대해 완성차 수입 시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높은 세율(77~82%)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혼다 베트남은 회람 184 제정 이전에 수입된 부품에 대해서는 기존 결정문 28에 따라 관세 신고를 한 것이 적법하다는 주장이지만 베트남 관세청은 회람 184를 근거로 그 이전(2005~2010년)에 수입이 완료된 부품에 대해서도 높은 세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한편 관세청의 부과 결정에 대해 혼다 그룹이 베트남에서 철수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일본 대사관도 이에 동조해 항의 서한을 보내자 베트남 총리와 재무부(MOF)는 혼다 베트남이 관세를 내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 내용은 결정문 28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수입 부품의 가액 합계가 그 해 완성차 모델에 사용되는 전체 부품 가액 합계의 10%를 초과하지 않을 때에는 회람 184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세 부과 결정의 근거가 된 회람 184를 제정한 재무부가 스스로 예외를 인정하자고 제안했다는 점에서 자국민들로부터 힘 있는 외국 기업에만 특혜를 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베트남에 이미 투자했거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혼다 베트남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이 계속 유지될 것인지 그 추이를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
정정태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지성 베트남 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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