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도 원칙 바꾸게 만든 ‘그것’
지난번에 기업들의 사업 모델을 분석하고 형태를 분류했다. 사업군의 다변화, 혹은 유사 업종에서의 다변화와 집중화를 통한 사업 역량 강화 이후에 시장 확대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권했다. 3가지 사업 모델 분석 방식의 단순화는 필자가 단순화한 작업이다. 물론 이 밖에도 사업 모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있을 수 있다. 시장 내에서 차별적인 접근, 기존 시장의 창조적 파괴 등과 같은 사례도 있다.
이처럼 주식 투자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정보를 취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전문 투자자들의 투자 형태를 따라가는 추종 매매를 하는 경향이 있다. 위험한 일이다. 일례로 기관투자가들 중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자산 동향은 3개월 이후에 고객들에게 운용 보고서의 형식으로 전달된다.
반면 자문형 랩은 개인별 계좌로 노출돼 있기 때문에 일부 대형 투자자문사의 운용 스타일, 보유 종목, 매도, 매수의 정보가 그대로 노출된다. 이러한 노출은 대형 투자 자문사의 포트폴리오 변화에 대한 추종 매매가 이뤄지게 만들어 쏠림 현상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물론 투자자들은 전문가의 투자 형태를 쫓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 종목에 대한 투자자의 원칙이나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이런 투자 패턴은 극히 단기적인 이익만 목표로 하는 패턴이다. 또 이 같은 투자 습관은 결코 성공적일 수 없다. 기업의 내재적인 가치, 사업 모델, 성장성 등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기업에 투자하는 자세에서 주식 투자 형태를 가지지 않으면 시장 리스크에 적나라하게 노출되기만 하는 투자법일 뿐이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있는 IBM
필자도 다양한 투자 관련 서적을 읽기도 했고 지금도 유명 투자자들의 투자 특징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모든 투자자들이 즐겨 읽고 추종하는 투자자를 투자 세계의 구루(Guru: 권위자)라고 일컫는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가장 최근 투자에 대한 뉴스는 좋은 연구 대상이다. 물론 어떤 종목에 투자했는지, 투자해서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그가 왜 그 기업에 투자했는지가 중요하다.
과거 워런 버핏은 정보기술(IT)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평소 “IT 업체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알 수 없어 이들 업체에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주로 소비재주나 금융주 등에 투자했다. 그런데 버핏은 그간의 투자 방식을 단번에 바꿨다. 그는 지난 2, 3분기에 걸쳐 IBM 주식 총 650만 주를 107억 달러에 매입했으며 현재 IBM 지분의 5.5%를 확보하게 됐다고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버핏의 회사인 벅셔해서웨이가 보유 중인 코카콜라 136억 달러 규모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그의 투자 방식을 바꾼 이유는 단 한 가지, 사업보고서 때문이다. 버핏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BM의 향후 2015년까지의 중·장기 계획을 인상 깊게 봤으며 IBM의 연간 사업보고서를 계속 눈여겨봤다고 밝혔다(IBM 2010년 영업보고서는 www.ibm.com/investor/?lnk=ftif에 가면 볼 수가 있다). 실제로 이 보고서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전략 시장 및 미래 사업 모델 발전 전략을 담고 있다.

즉 버핏 같은 현인도 투자의 첫걸음은 기업의 사업보고서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대투자가는 지속적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보고 투자한다. 종목을 선택할 때 해당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읽고 해당 기업의 사업 모델에 대해 이해한 뒤 해당 기업의 미래 성장 전략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충분히 신뢰할만한 믿음에서 투자를 시작하고 있는 것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버핏이 신념을 바꾼 이유를 길게 설명한 까닭은 향후 투자 전략을 만들 때 유사한 투자 아이디어로 사용하면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IBM 2010년 사업(영업)보고서를 보면 ‘2015년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또 ▷영업 레버리지 ▷자사주 매입 ▷성장 전략 등을 일목요연하게 구분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사업 모델에서의 이익 창출 능력을 제시하고 현금 흐름을 늘려 지속적인 주주 우선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 규모 계획, 중·장기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IBM의 사업 모델은 정보기술(IT)의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 사업으로 국가·기업들의 새로운 변화 요구에 변화 계획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성장하는 사업 및 지역에 초점을 두고 있다. 즉 독자들도 향후 중·장기 투자 전략에서도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들을 찾는데 도움을 얻고자 한다면 IBM의 사업보고서를 읽을 필요가 있다.
좋은 기업은 ‘바보가 운영해도 되는 기업’
이와 함께 버핏의 투자 원칙 중 또 다른 하나는 경영진의 능력과 정직이다. 좋은 사업 모델을 확인하고 주식을 매입했다면 경영진의 능력과 정직이 보장돼야 그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애플은 스티븐 잡스 이후 새 경영진에 대한 우려감이 표출되며 주식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아무리 사업 모델이 뛰어나고 영업 실적이 뛰어나더라도 경영진의 도덕성 및 자질에 대한 검증은 필요 사항이다. 경영진의 자질을 판단하는 것은 다양한 언론 매체, 기업 설명회(IR) 자료, 사업보고서의 내용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한 종목에 대해서는 경영진의 변화, 언론 인터뷰, 뉴스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오히려 단순한 사업 모델을 영위하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말하고 싶다. 즉 바보가 운영하더라도 운영될 수 있는 단순한 사업 모델의 기업에 투자하는 게 좋다. 경영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의 사업 모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버핏처럼 사업 모델이 적정하고 성장하는 전략을 가진 기업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오래된 사업 역량과 기업의 사업전략에 대한 이해를 가지면 복잡한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사업 모델을 이해하려 한다면 투자 대상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읽자.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이사 hoosik_min@pineinv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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