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협조적인 상사’ 가 걸림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일과 삶의 균형’ 등을 아무리 미디어에서 외쳐도 정작 직장인들은 정해진 휴가조차 눈치 보며 못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직장인들은 유급휴가일 수도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가장 적고 그마저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 stressed out businessman with crumpled paper all over table
A stressed out businessman with crumpled paper all over table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최근 미국·일본·영국·호주·브라질 등 20개국의 16세 이상 남녀 직장인 7803명(각국 3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유급휴가와 관련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한국의 유급휴가 일수는 1년 10일로 조사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일본(11일)·미국(14일)·멕시코(15일) 등이 하위권에 속했고 반면 유급휴가 일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브라질로 연중 30일, 즉 1년 중 한 달이 휴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한국의 유급휴가 이용률도 70%로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에서 2번째였다. 즉, 할당된 휴가 10일 중 단 7일만 이용하고 3일은 제대로 찾아 쓰지 못하고 있는 것. 유급휴가 이용률 최하위는 일본으로 할당받은 휴가 11일 중 약 45%만 이용해 1년에 단 5일만 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부문 최상위 역시 브라질로 30일 유급휴가를 모두 이용해 100%의 이용률을 보였다.
[뭐든지 랭킹]직장인, 휴가 쓰지 못하는 이유
한국, 유급휴가 일수 가장 적어

주어진 유급휴가를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 직장인들은 ‘비협조적인 상사’를 가장 우선순위(52%)로 꼽았다. 그리고 ‘휴가를 계획할 시간 부족’이 2위(29%), ‘유급휴가가 제대로 없어서’와 ‘휴가 비용이 넉넉지 않아서’가 3위(25%)로 조사됐다. 한국인들의 숨이 턱턱 막히는 직장 생활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 조사 결과다.

이 밖에 ‘휴가 대신 금전적 수당을 받으려고’가 23%로 5위였다. ‘유급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 태도에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 같다’는 의견이 6위(17%)로 주목할 만하다. 유급휴가를 90% 이상 사용하는 브라질·아일랜드·캐나다 직장인들은 같은 항목에서 3~6%로 나타난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휴가 자체가 필요 없다는 ‘일이 곧 내 삶이다’라는 답변(15%)이 7위를 차지했다.

한편 다른 조사 항목에서는 ‘일 때문에 휴가를 중지 혹은 연기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의 직장인들은 66%가 ‘그렇다’고 답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휴가 계획을 제출했다가도 갑작스러운 업무 때문에 휴가를 미룬 경험이 한국 직장인이 제일 많아 자신의 개인 생활보다 업무를 더 중요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인도가 62%, 스페인 54%, 브라질 53%, 일본 50%, 스웨덴 49%, 프랑스 44%순으로 뒤를 이었다.

또한 한국의 직장인들은 ‘휴가 중에 일을 떠올리는 횟수’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14%가 ‘절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일본(20%)·인도(13%)·미국(11%)·영국(10%) 외에 나머지 국가들은 모두 한 자릿수 응답률을 보였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는 도심과 야외 등보다 ‘로맨틱’한 곳을 가장 많이(45%) 꼽았다.
[뭐든지 랭킹]직장인, 휴가 쓰지 못하는 이유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