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다국적기업들은 국제화 발전 단계의 전형을 거쳐 왔다. 초기에는 제품 수출 드라이브를 통해 성장하고 2000년 이후에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운영 체계를 구축해 왔다. 인사 관점에서 본다면 해외 인력 숫자가 국내 임직원 수를 뛰어넘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국내 대형 기업들의 진정한 글로벌화가 진행됐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여러 가지 문제들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인재 관리 분야였다. 이 부문은 기존 서구권의 여러 글로벌 기업들이 해결해 온 방식들을 한국 기업들에 도입하기에는 여러모로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일례로 서구권의 유명 기업 B사를 인수·합병(M&A)한 국내 기업 A사는 최소한의 관리를 위해 주재원과 회계 시스템 통합을 추진하려고 했다. 하지만 피인수 기업인 B사는 이 점에 대해 크게 반발했고 B사의 핵심 인재들은 이직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A사는 이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지만 B사의 직원들과 소통의 장을 만드는 것조차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B사의 반발과 직원들의 이직 고려는 A사가 제안했던 관리 체계나 시스템 통합 부문에 있지 않았다. 주요 문제는 많은 수의 직원들이 자신들의 회사가 알 수 없는 나라의 알 수 없는 회사에 인수 당했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있었다.
이를 알게 된 A사의 경영진은 A사의 기업 문화나 관리 체계의 설명에 앞서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해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동서양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했고 한국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현지 교민들의 도움을 받아 ‘코리아 페어(Korea Fair)’를 개최하고 한국의 음식·의복·역사에 대해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다. B사 임직원들의 반응은 생각 이상이었다. 많은 직원들이 ‘처음부터 이런 교육이 있었으면…’하는 아쉬움을 나타냈고 한국의 위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을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발전된 나라의 회사의 일원이 됐다는 인식의 전환을 이룰 수 있었다.
![[경제 산책]글로벌 인재 유지의 걸림돌](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19986.1.jpg)
하지만 한국의 기업들이 글로벌화를 진행할 때 이러한 점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의 위상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외의 일반 인재들이 체감하는 ‘한국’의 이미지는 전혀 다르거나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글로벌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 기업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하는 ‘한국’이라는 전제 조건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최태원 액센츄어 코리아 경영컨설팅 이사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