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증세 논란
일본 정국이 떠들썩하다. 증세 파문 때문이다. 정국 이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증세 문제로 옮겨졌다. 총리가 “세제 일제 개혁은 피해서도 미뤄서도 안 될 테마”라며 일본 부활의 우선 카드로 증세를 공론화한 뒤부터다. 5%의 소비세율을 2015년까지 10%로 올리겠다는 게 요지다.
충격 완화를 위해 2013년 7~8%로의 단계적 방안도 제시됐다. 목표는 연내 확정이다. 반발은 거세다. ‘증세의 저주’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세는 지속 가능한 국가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해법은 국민 설득과 공감 확보다. 이때 정치권은 확연히 갈린다. 야권은 국민 의견을 묻자며 내각 해산, 총선 실시를 요구한다.

당내 반대다. 복구 증세로 가뜩이나 세금 부담이 늘어난 판에 소비세까지 올리면 여론 악화로 선거에서 질 것을 우려한다. 여당의 최대 파벌(오자와그룹)은 정권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아예 논의를 미루자는 유보론도 힘을 얻는다. 이 와중에 최근 예산 감사 결과 혈세 낭비(4200조 엔)가 적발돼 공분을 샀다. 2010년 예산 중 방만한 사업 운영과 부적절한 처리로 세금 낭비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 거둘 게 아니라 잘 쓰라는 비난 여론은 증세 의지를 희석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다고 물러설 곳은 없다.
당장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어선 1024조 엔대다. 국가 예산(92조 엔) 중 세수는 37조 엔에 불과하다. 44조 엔은 순전히 나랏빚(국채 발행)이다. 지진 복구 비용은 25조 엔 이상으로 거론된다. 엔화 강세로 세수 기반이 더 열악해졌다. 버텨내던 수출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증세의 불가피성이다.
2008년 집권 자민당은 재정 핍박을 이유로 증세 논의에 불을 지폈다. 결과는 저주였다.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 실마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은 ‘증세 유보(4년)’를 공약으로 내걸어 정권을 획득했다. 잠잠하던 증세 이슈는 2010년 ‘10% 증세’를 언급한 민주당에 역으로 대패를 안겨줬다. 2011년엔 재해 복구가 증세 이슈로 자연스레 연결됐다. 누적 국채가 엄청난 가운데 추가 재원까지 생겨난 결과다. 단계적인 증세 필요다.
반대파도 신중하다. 무조건적인 반대는 아니다. 증세 유보와 규모 축소가 가능할 것이란 계산에서다. 증세 이후 내수 침체가 있었던 과거 사례를 토대로 경기 부양이 먼저라고 본다. 경기 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세수 확보를 주장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되레 감세 우선을 요구한다.
소비세 증세 문제는 2012년 최대 이슈가 될 확률이 높다. 쉽게 마무리될 테마도 확률도 없기 때문이다.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증세의 저주를 피할 묘책 도출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높다. 이번의 증세 문제가 경기 침체기와 맞물렸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불똥은 인접 세제로 옮겨졌다. 부유세가 대표적이다. 일률 증세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기 위해 부자 증세 카드가 제시됐다. 역진성 방어 차원이다. 부유층 대상의 소득·상속세 인상이다. 최고 세율 40% 적용의 부자(1800만 엔 이상)를 세분화해 세금을 더 걷겠다는 안이다. 최고 세율을 55%로 올리고 기초공제액은 40%까지 낮추는 게 요지다. 한때 75%의 최고 세율은 경기 침체, 선심 정책 등으로 낮아졌는데 이것의 원상 복구 시도 차원이다. 향후엔 소득세까지 전이될 확률이 높다. 연금생활자(고령자) 부담이 큰 소비세보다 근로생활자의 세율이 높은 소득세 증세가 채택될 공산이 크다. 염려는 노소 갈등이다. 증세 충격의 차별적 확산 공포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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