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잡 4가지 유형
65세 이상 고령자의 취업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 취업자 비율은 1994년 28.5%, 1998년 29%, 2004년 30.8%, 2008년 34.5% 등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다. 이처럼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일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을 통해 경제적인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역할에 대한 만족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같은 조사에서 취업하지 않은 사람들의 미취업 사유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23.5%로 나타났다.
은퇴 이후 일자리를 노후 자금 준비 정도와 자아 성취도를 기준으로 총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노후 준비도와 자아 성취도가 모두 낮은 일자리로 소득 추구형 일자리다. 소득 추구형은 직업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일제 또는 파트타임으로 취업해야 하는 절박한 경우에 해당한다.
두 번째, 노후 준비도는 낮지만 자아 성취도가 높은 일자리로 일을 통한 가치 추구형이다. 이는 나이가 많아도 평생 현역형으로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스타일이다. 개인적인 꿈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창업도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 노후 준비도는 높지만 자아 성취도가 낮은 일자리로 여가 추구형이다. 즉 노후 자금이 충분하므로 약간의 소일거리 정도의 일자리다. 매일 1~2시간 정도의 가벼운 자원봉사, 컨설팅이나 자문 활동 등이 있다.
네 번째, 노후 준비도와 자아성취도가 모두 높은 사회 공헌형의 일자리다. 비록 많은 자금은 아니지만 노후 소득을 꼼꼼하게 준비해 소득을 위한 근로를 하지 않고 오로지 자아 성취를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사회 봉사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선택한다. 삶의 의미와 보람을 중시하며 취미 활동도 일부분 가미하는 유형으로 모든 은퇴자들이 꿈꾸는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개인들의 행복 추구에 초점을 두고 충분한 연금을 확보한 다음 일자리 창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미국에서는 노인들이 젊은이들과 경쟁하기보다 장점을 충분하게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 즉 시니어 잡(senior job)이 잘 발굴돼 보급되고 있다.
은퇴자들이 차지할 수 있는 시니어 잡은 주로 발전 가능성이 많지 않은 협소한 분야면 좋고 6개월에서 2년 안에 집중적인 교육으로 가볍게 자격증을 취득, 젊은이들이 선호하지 않는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육 분야에서 전통적인 교사보다 교사를 지원하면서 교과서를 개발하고 계속 수정하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성인 대상 교육기관이나 단체들이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가진 시니어들을 고용해 업무를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은퇴자들에게 시니어 잡을 보급하고 알려주고 있는 시빅재단에 따르면 은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를 5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건강·환경·정부·교육·비영리단체 분야가 그것이다. 이 중에서 건강과 교육 분야의 일자리가 가장 많이 창출되고 있다고 한다. 먼저 건강 분야에서는 홈 건강 관리자(Home Health Aides), 노인 대상 헬스 트레이너, 노인 대상 물리치료사, 노인 의료 행정 보조사 등이 유망한 직업이라고 한다.
교육 분야는 초·중·고등학교의 방과 후 특별 프로그램 교사들, 교과목 개발 전문가, 코치나 멘토, 교사 보조자, 교육 컨설턴트 등이 대규모로 채용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 분야는 사회복지사, 정부의 의료 서비스 관련 일자리, 노인 대상 교육이나 체육 프로그램의 코치나 교사 등이다. 비영리단체 분야는 도서관이나 문화센터의 직원, 자선단체 종사자, 박물관이나 역사 유적지 관리인 등이다. 환경 분야는 에너지 효율성 점검자, 에너지 절약 관련 기술자, 탄소 배출 점검자, 태양광 시설 관리인 등이다.
우리나라는 시니어 잡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정부는 발상의 전환으로 젊은이들과 경쟁하지 않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은퇴 후 일자리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만족도가 높은 자아 실현형 일자리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은퇴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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