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 김병숙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느냐보다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겁니다.” 김병숙 경기대 직업학과 교수는 “이제는 한 사람의 인생 동안 적어도 7~8개의 직업을 거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면서 “수치적인 ‘스펙’보다 사회인으로서의 ‘내공’이 더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앞으로 “일반적으로 유망하다고 하는 직업은 그저 현재 유행하는 직업일 수 있다”고 꼬집으며 “사회의 융합화·복합화에 맞는 개인의 능력을 기르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수님께서는 지금을 ‘직업의 소용돌이’ 시기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이유는 뭡니까.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우리 사회는 전형적인 산업사회였습니다. 이 때문에 그 직장에서 그 직능에 맞는 일을 잘하는 게 가장 중요했죠. 의사·판사 등 전문화된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더 좋았죠.
하지만 2000년대는 다릅니다. 21세기는 지식 기반의 사회입니다. 이렇게 되면서 정보와 지식을 많이 가진 사람이 어떤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 직업이 갖는 ‘직능’이라는 개념도 모호해지고요. 이와 함께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지고 있으며 평균 수명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예전 방식의 직업에 대한 접근, 즉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업을 갖고 노년에 은퇴한다’는 개념으로는 인생을 살기는 힘듭니다. 앞으로는 적어도 한 사람이 7~8개의 직업을 갖게 될 겁니다. 제가 ‘직업의 소용돌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원하는 직업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직업을 예상하시나요.
저는 현재 유망하다고 남들이 이야기하는 직업보다 자기 스스로 그 직업의 성장 가능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성장하는 직업의 단서는 있습니다. 첫째, 정부에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강력히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된 직업입니다. 정부는 2009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17가지 산업(신·재생에너지, 탄소 저감 에너지, 고도 물처리, LED, 그린 수소 시스템, 첨단 그린 도시, 방송통신 융합 사업, IT 융합 시스템, 로봇, 신소재 나노,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고부가 식품 산업, 글로벌 헬스케어, 글로벌 교육, 녹색 금융, 콘텐츠 소프트웨어, 전시 및 관광)을 정했습니다. 이 분야에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교수님은 직업 선택에서 사회의 변화에 특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인구구조일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두껍고 튼튼한 인구구조는 지금 베이비붐에 의해 형성된 50대 후반에서 60대 초입니다. 당연히 실버산업이 발달하겠죠. 그러므로 고령화사회 진입에 따라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 전문 간호사의 등장과 같이 관련된 기존 직업에서 전문화와 세분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유망한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까요.
첫째도 창의성, 둘째도 창의성입니다. 지식 사회는 ‘다품종 소량생산’ 사회입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보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무리 단순한 직업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 ‘창의성’을 반드시 가미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와 함께 최근 우리의 생활 사이클은 많이 변했습니다. 주당 40시간 근무제로 산업사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여가를 갖게 된 거죠. 이에 따라 문화 관련 분야가 더욱 발달하고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 산업이 고부가가치인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죠. ‘한류 열풍’등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도 이미 증명돼 있고요. 이 때문에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문화 콘텐츠 관련 분야의 인력이 더 필요합니다.
단 창의성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중시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유는 정보기술(IT)의 발전 때문입니다. 지금 거의 모든 일은 IT 기기를 통해 처리가 가능합니다. 인간이 IT기기를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일 뿐이죠.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일이 창의력입니다. 실제로 ‘스마트폰’에 의해 큰 변화가 이뤄질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인간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IT 기기입니다. 물론 IT 기기의 발전으로 장비에 대한 애프터서비스 관련 직종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및 컴퓨터 자원 전문가, 유지 보수 기술자, 정보 처리 장비 수리사 등이죠. 또 앞으로 로봇 사용도 늘어나면 이를 제작하는 전기전자 기계공학 기술자, 수리 및 정비를 담당하는 정비 및 수리원 분야의 인력도 수요가 증가할 겁니다.
창의성과 함께 필요한 능력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정보를 다루는 능력이 중요해질 겁니다. 미래 세계는 사이버 네트워크로 사람들의 관계가 이뤄질 겁니다. 그 속에서 어떠한 정보를 추출하고 또 그 정보를 잇는 능력이 중요해지겠죠. 이와 함께 사이버상 밖의 ‘실제 인간’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또 그 관계를 돕는 직업도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주요 산업에 의한 직업 전망을 보면 21세기에는 ‘인간적인 치료’, 즉 인간의 신체는 물론 심리를 치료하는 직종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의사·간호사·목사·직업치료사·언어병리학자·심리상담사 등이죠.
기존의 교육에도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우리의 ‘1등 주의 문화’는 결코 폄훼할 수 없는 문화입니다. 한국의 성장을 가져 온 문화죠. 하지만 이 문화의 효율성은 유지하되 새로운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젊은 세대들이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얼마 전 삼성전자 인사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소위 말하는 ‘스펙’은 최소한만 본다고 하더군요. 스펙은 최소한의 기준으로 보고 나머지는 여러 전형을 통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보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스펙 쌓기에만 혈안입니다. 마치 스펙을 대입 수학능력 시험 준비하듯 공부하는 겁니다. 사회는 이미 많이 달라져 있는데 학생들은 ‘자기들끼리만의 취업 준비’를 하는 거죠.
부모 세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지금은 과거 부모 세대처럼 학교에서 1등 한다고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게 아닙니다. 과거에는 공부를 잘하면 ‘의사·판사’가 돼 사회적 성공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생각이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신의 인생 목표를 자식에게 두는 경향이 큽니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늘면서 부모 세대 역시 이전 부모 세대와 다르게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가야 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입니다. 결국 모든 세대가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겁니다. 시간도 매우 오래 걸릴 것으로 봅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 강조하는 ‘새로운 직업인’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입니까.
창의성과 함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입니다. 또 모든 일을 ‘글로벌’의 개념에서 봐야 합니다. 단지 영어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모든 사고를 세계인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례로 전 교수입니다. 지금까지 사회는 저를 ‘한 대학의 한 학과의 교수’라는 직업에 의해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교수라는 직함을 가지고 세계 모든 학교의 학과 교수들과 경쟁하는 게 중요합니다. 직업 선택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의 관념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요즘 제가 ‘강추’하는 곳이 유엔 등 국제기구입니다. 물론 장벽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국제기구에 취업한 사람들이 너무 적어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이런 곳에 도전해 보는 게 앞으로 유망해 보입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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