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뜨는 직업, 지는 직업


올해 자녀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나이라면 부모들은 어떤 직업을 권유하는 것이 좋을까.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부모 세대가 과거의 경험에 비춰 좋아 보이는 직업을 강요했다고 하더라도 자녀가 직업을 가질 시기인 10년 뒤에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인기를 끄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추후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지금은 인기가 별로 없더라도 나중에 각광받을 직업을 고르면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저평가 우량주를 고르는 원리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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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우량주’ 고르듯 직업 선택해야

한국고용정보원이 매년 발표하는 직업 지도를 보면 그 변화상을 실감할 수 있다. 2002년 중앙고용정보원(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월평균 수입이 높은 직업’을 보면 1위가 변호사(620만 원)였다. 이어 비행기 조종사(490만 원), 기업 고위 임원(457만 원), 치과의사(445만 원)순이다. 2004년에는 기업 고위 임원이 1위(615만 원)이고 변호사(557만 원), 치과의사(489만 원), 항공기 조종사(457만 원)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2010년 발표한 직업 지도에서는 세무사·관세사가 1위(945만 원), 정보통신 관련 관리자가 2위(885만 원), 기업 고위 임원이 3위(748만 원), 문화·예술·디자인·영상 관련 관리자가 4위(672만 원), 변호사가 5위(662만 원)다. 변호사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돈을 가장 잘 버는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직업들에 자리를 내줬다. 1위인 세무사에 비하면 변호사의 평균 수입은 3분의 2 수준이다.

의사의 위상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2004년 직업 지도에서 월평균 수입은 치과의사가 3위, 한의사가 7위, 의사가 8위였다. 2010년 치과의사는 8위, 전문의는 9위, 한의사는 10위권 내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07년부터 직업 분류 체계를 변경해 ‘의사’를 ‘전문의’와 ‘일반의’로 나눴는데 2010년 직업 지도에서 전문의의 월평균 수입은 593만 원이었지만 일반의는 386만 원으로 격차가 컸다.

한의사는 510만 원으로 그보다 많았다. 다만 한의사는 ‘전체(개인 사업자와 임금 근로자를 합한 것)’ 평균은 510만 원이지만 ‘임금 근로자’, 즉 월급쟁이 한의사의 평균 월급은 289만 원으로 차이가 컸다. 전문의·일반의·치과의사·수의사는 ‘전체’와 ‘임금 근로자’ 사이의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2010년 직업 지도에서는 ‘관리자’라는 이름이 붙은 직업이 4개나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 고위 임원’은 말 그대로 이사급 이상을 말하고 ‘관리자’는 그 아래 부장급을 뜻하는데, 직업 분류는 직급보다 실제로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중소기업 임원이라도 하는 일이 대기업의 부장급과 비슷하다면 ‘관리자’로 분류된다. 관리자가 고임금을 받는 이유는 그만큼 해당 산업에서의 경험과 전문성이 몸값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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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형 직업’ 뜨고, ‘후진국형’ 진다

한편 한국고용정보원의 ‘2011 한국 직업 전망’에서는 향후 5년 동안 증가할 직업과 감소할 직업을 제시했다. 이를 찬찬히 뜯어보면 특정 직업의 고용 추이는 사회적 트렌드와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교육·예술·의료·복지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양질의 보안 및 방재 서비스를 원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특수학교 교사, 방과 후 학교 강사, 영양사, 소방관, 응급 구조사, 간병인, 병원 코디네이터, 사회복지사, 상담 전문가, 큐레이터 및 문화재 보존원, 경호원, 장례 지도사, 스포츠 및 레크리에이션 강사, 식품공학 기술자 등의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진입 장벽이 낮고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노동 강도가 센 3D(Difficult· Dirty·Dangerous: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직업은 점차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가 대체하게 되고 설비의 기계화·자동화·해외 이전으로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