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플랫폼은 과연 누가 장악할까
요즘 지상파 재송신 갈등으로 종합유선방송 사업자(MSO)들이 KBS·MBC·SBS 등 지상파 프로그램을 제대로 송출하지 않고 있죠. 이럴 때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상파 3사가 내놓은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이하 앱)을 이용하는 겁니다. KBS의 ‘K플레이어’, MBC의 ‘푸크(pooq)’, SBS의 ‘고릴라’ 등입니다. 아이폰용도 있고 안드로이드폰용도 있습니다.
![[광파리의 IT 이야기]실시간 앱으로 앞서 가는 방송사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AD.25520025.1.jpg)
TV로 볼 때와 다른 게 있습니다.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다가 전화가 걸려오거나 화장실에 다녀와야 할 때 방송을 멈춰 놓고 나중에 이어서 볼 수 있다는 점이죠. ‘상세보기’를 누르면 프로그램 연출이 누구인지, 누가 출연하는지, 줄거리는 무엇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푸크 회원에 가입하면 의견을 남길 수 있고 프리미엄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앱이 더 낫고 못하냐가 아닙니다. 앱을 업그레이드하다 보면 상대 앱의 좋은 점을 서로 끼워 넣을 테고 어느 순간에는 비슷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방송사 앱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것입니다. 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도 동영상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플랫폼. 애플이 2008년에 앱스토어를 열면서 ‘플랫폼’이란 용어를 널리 사용하는데 상황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다릅니다. ‘동영상 플랫폼’이라고 말할 땐 ‘동영상을 사고파는 온라인 장터’를 뜻하죠. 물론 웹과 모바일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올해 시작된 4세대 이동통신에서는 동영상이 킬러 콘텐츠로 뜨고 동영상 플랫폼을 장악해야 시장을 주도할 수 있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웹에서는 네이버가 플랫폼을 장악했습니다. 네이버는 각종 콘텐츠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고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플랫폼에 모바일과 TV가 추가되면 판이 달라집니다. 웹-모바일-TV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누가 제대로 구축하느냐가 중요해집니다. 플랫폼을 장악하지 못하면 콘텐츠나 네트워크를 팔아 푼돈이나 챙기게 되겠죠.
판이 커지면서 플랫폼을 노리는 플레이어도 많아졌습니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인터넷 사업자는 물론 방송 사업자, 통신 사업자, 심지어 삼성과 LG 등 기기 메이커까지 플랫폼 싸움에 뛰어들었습니다.
방송 사업자는 동영상 콘텐츠에서, 통신 사업자는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에 강점을 갖고 있고 메이커는 기기에 자사 플랫폼을 탑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와 훌루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구글은 유튜브와 구글TV를 활용해 글로벌 플랫폼을 노리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제야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세를 과시하는 형국입니다. 독자적으로 가는 게 좋은지, 콘텐츠를 모으고 세를 규합하는 게 좋은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지만 지금은 규합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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