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석유 놓고 유럽 국가 갈등
그동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북대서양의 조그만 외딴 암초 하나가 ‘황금바위(golden rock)’로 변하고 있다. 수천 년간 버려졌던 암초 주변의 석유 등 지하자원과 수산자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영국·아일랜드·아이슬란드·덴마크가 모두 눈독을 들이고 나선 것이다. 자칫 각국 간 영토 분쟁으로 비화돼 ‘유럽판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등장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러시아 일간 프라브다는 최근 “유럽 주요 4개국이 조그만 ‘황금바위’를 소유하기 위해 격돌했다”고 보도했다. 영국과 아일랜드 등 4개국이 570㎡ 규모의 조그만 암초의 영유권을 서로 주장하고 나선 것. 이 바위가 유럽 여러 나라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암반 밑에 석유가 대규모로 매장돼 있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각국 간 영유권 분쟁이 번지면서 마침내 유엔까지 나서 조만간 ‘황금바위’의 주인을 정할 계획이다.

이후 오랫동안 이 암초는 항해의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로만 여겨졌다. 1686년 어선이 바위와 충돌해 침몰했고 1812년에는 영국의 탐사 조사선 레오니다스호도 침몰 일보 직전까지 갔다. 1824년 헬렌오브던디호와 1904년 노르웨이 여객선도 이 해역에서 물밑에 가라앉았다. 노르웨이 여객선 침몰 때는 635명이 사망했고 150명만이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19세기에 세계 최강국이었던 영국만이 당연히 이 암초가 영국령이라고 여겼을 뿐 1955년까지도 영국 정부 관계자가 바위에 올라 영국 국기를 게양한 사례도 없었다. 단지 1972년에 스코틀랜드 출신 해리스라는 사람이 영국기를 꽂고 영국령임을 선포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1975년에는 영국 해병대가 몇 시간 동안 암초에 들러 기념촬영했고 퇴역 영국 군인이 6주간 암초 위에서 생활한 적이 있을 뿐이다.
영유권 놓고 유럽 4개국 5년째 분쟁
역설적으로 ‘공식적’으로 이 암초의 영유권을 가장 먼저 주장한 것은 글로벌 환경 보전 시민 기구인 그린피스였다. 3명의 환경 운동가들이 암초에 올라 42일간 시위를 하며 북대서양에서 영국의 석유 개발에 반대했다.
그러나 최근 영국 과학자들이 암초 주변에 1000억 파운드 규모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영국은 서둘러 자국령에 이 암초를 포함하는 움직임에 나섰고 아일랜드·아이슬란드·덴마크는 즉각 영국 정부가 이 해역에서 배타적으로 지하 광물자원을 개발하고 어업하는 것에 반대하고 나섰다.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는 유엔에 영국을 제소하고 나섰고 영국의 항소와 함께 덴마크까지 소송에 가세했다.
영국은 ‘로크올’이 다른 나라보다 영국 해안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며 영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 있는 ‘섬’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아일랜드 등은 ‘로크올’이 섬이 아니라 암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섬이 아니라면 배타적 경제수역을 내세울 수 없으며 공해에서 각국이 주변 대륙붕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 덴마크는 ‘로크올’ 주변의 섬인 패로아일랜드가 덴마크령이라는 점에 기반해 패로아일랜드 인근 암초인 ‘로크올’이 덴마크령이라는 주장이다.
아이슬란드는 ‘로크올’의 직접적인 영유권에는 별 관심이 없이 주변 대륙붕의 공동 개발권에 욕심을 내고 있다.
프라브다는 “로크올의 영유권과 주변 개발을 둘러싼 분쟁이 5년 이상 계속되고 있지만 쉽사리 해결되긴 힘들 듯하다”며 “그 누구도 ‘로크올’ 밑에 있는 석유와 수산자원을 포기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동욱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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