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 시장 돋보기


지난 10월 중국의 국경절 연휴에 서울 명동에는 수많은 인파의 중국인들이 쇼핑하러 왔고, 이제 명동에는 중국말을 하는 중국 교포들을 고용하는 가계들이 많이 생겼다. 또 중국인들 때문에 서울의 호텔 객실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고 호텔 사업이 새로운 유망 사업으로 떠오를 정도로 중국인의 소비는 이제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왜 그럴까. 왜 이렇게 몇 년 사이에 중국인의 지갑이 중요해진 걸까. 또 이것이 일시적인 상황일까. 두세 가지 예를 통해 중국의 변화를 이야기해 보자.
[조용준의 중국 재테크]6억 명의 여인들이 화장을 시작했다
첫째, 중국 이선도시(二線都市)의 구매력이다. 중국이 성장하면서 과거의 베이징과 상하이 등 일부 동부 연안 도시가 성장할 때는 중국 소비시장의 거대함, 중국 소비자 지갑의 힘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바뀌었다. 소위 ‘이선도시’라는 약 30개 성의 성도(省都)들의 구매력이 한꺼번에 커지면서 엄청난 구매력 집단이 생겨버렸다.

1개 성의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 약 4000만~5000만 명이다. 또 이 성들의 성도의 인구는 대략 800만 명에서 1000만 명에 달하는데, 우리로 말하면 서울 같은 수도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인 평균 국내총생산(GDP)은 4000달러를 겨우 넘겼지만 성도들의 1인당 GDP는 6000달러에서 8000달러에 달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우한·창사와 같은 일부 도시는 1인당 평균 소득이 1만 달러에 달하는 곳도 있다.

또 이 지역들의 상위 50% 즉, 500만 명 정도는 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 상당한 구매력을 이미 갖게 됐다. 성급의 행정구역이 무려 32개라는 것을 감안하면 구매력을 갖게 된 인구가 일시에 생긴 것이다. 어림잡아 1억5000만 명이 되는 이들이 처음으로 차를 사기 시작하고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브랜드가 있는 옷을 사고 아이들에게 마트에서 파는 과자를 사 주기 시작했다.



‘한류’도 한국 기업들에 큰 도움

둘째, 중국인의 한국에 대한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한류 돌풍이다. 그래서 중국의 커진 구매력이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기회가 되고 있다. 이선도시의 늘어난 구매력은 그 발달 단계를 평가해 보면 대부분이 인생에서 첫 차의 구입이고 아직은 서툰 화장품 구입이다. 즉, 명품에 대한 구매보다 비교적 소득에 맞으면서도 브랜드가 좋은 제품들을 택하기 시작했다.

자동차로 말하면 소형차 시장이 급속히 커진 것과 같은 이치다. 거기에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한몫하고 있다. 한국 제품의 이미지는 한류와 드라마를 통해 짝퉁 천국인 중국에서 프리미엄 고급 제품으로 잘 자리 잡고 있다. 게다가 위안화 강세와 원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선호가 나타나고 있다.

결론적으로 중국의 이선도시들의 소비 시장이 성숙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10년 동안이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에는 또 한 번의 성장 기회로 생각된다.

한류 열풍의 가장 큰 수혜를 보는 한국 산업은 무엇일까.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아마 화장품이 아닐까 싶다. 중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쇼핑하는 제품이 화장품이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은 2010년 기준으로 약 1560억 위안(약 2조7000억 원) 정도로 우리 시장에 비하면 2.5배 정도이지만 미국 시장의 35% 수준에 불과하다. 즉 소비가 본격화되는 향후 10년간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또 중국의 화장품 시장에서는 저가품인 순수 중국 브랜드의 화장품 업체, 유럽의 고가의 화장품 업체, 한국과 일본 화장품들이 고르게 경쟁하고 있다. 중국 10대 브랜드에는 토종 로컬 브랜드로 상하이 자화·롱리치그룹·치에란그룹 등이 있다.
[조용준의 중국 재테크]6억 명의 여인들이 화장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로레알·랑콤·샤넬 같은 유럽의 고가 브랜드, P&G 같은 미국·한국·일본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혼재돼 있다. 한국 기업들 중에는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시장에서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다. ‘설화수’ 같은 제품은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중국의 화장품 구성을 보면 아직 비교적 고가인 스킨케어 등의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제 막 프리미엄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한국 제품의 선호가 나타나고 있다.

자체 브랜드로 중국에 진출해 중국 여인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는 한국 화장품 회사는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과 미샤 브랜드의 에이블씨엔씨·웅진화장품·LG생활건강·한아화장품 등이 진출해 성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의 중국 매출액을 무려 6000억 원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체 브랜드 없이 비비크림 등 프리미엄 부문의 화장품을 공급해 주는 제조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로는 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이 있다. 코스맥스 중국 법인의 매출액은 지난 5년간 매년 5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1년에는 중국 매출액이 35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용준의 중국 재테크]6억 명의 여인들이 화장을 시작했다
코스맥스는 중국 매출의 80%가 현지 브랜드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중국 화장품 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한국 ODM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면 메이크업 색조 제품이나 비비크림 등의 고가 제품을 출시하려면 좋은 ODM 업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의 코스맥스나 한국콜마 같은 업체들의 장기적인 성장성 또한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조용준의 중국 재테크]6억 명의 여인들이 화장을 시작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