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차이나?
중국에 유입됐던 핫머니(국제 투기 자본)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월간 외국환평형기금 증가액이 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외화보유액도 15개월 만에 감소했다. 홍콩에서 중국으로 위안화가 역류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줄곧 위안화 절상을 노리고 위안화 자산에 베팅해 온 핫머니의 행진이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안화 절상 기대감 감소가 배경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수출에 타격을 주는 위안화 절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핫머니의 점진적 이탈은 중국 통화정책의 효율성 제고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인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10월 외국환평형기금은 249억 위안 순감소했다. 인민은행은 외환이 중국으로 들어오면 적정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위안화로 매입하는데, 이때 이 기금을 동원한다. 이 기금의 감소는 외자 유입량이 줄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7년 12월 이후 처음이고 중국이 WTO에 가입한 후 두 번째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로 외화보유액이 두 달 동안 순감소할 때도 외평기금은 증가세를 멈추지 않았다. 2001년 3565억 위안이던 외평기금 연간 순증액은 2008년 4조 위안으로 불어났다. 외화보유액도 9월 말 3조2017억 달러로 전월 말 대비 608억 달러 감소했다. 외화보유액 감소는 2010년 5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무역 흑자와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핫머니 이탈 조짐은 홍콩에서도 감지된다. “2010년만 해도 중국에서 홍콩으로 나오는 위안화 자금이 홍콩에서 중국으로 들어가는 위안화 자금의 3배에 달했지만 최근 0.8배 수준으로 줄었다.” 위안화 절상 기대감 한풀 꺾여
위안화 절상 기대감이 한풀 꺾인 게 이 같은 변화의 배경이다. 위안화 가치는 작년 6월 이후 달러 대비 5.5% 오른 달러당 6.32위안 수준이다. 그러나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와 내년의 위안화 절상 폭이 4.5%와 3.3%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3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578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5% 줄었다. 핫머니가 불법으로 투자해 온 중국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도 핫머니 이탈 배경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초점이 인플레에서 수출 둔화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도 위안화 절상 기대감을 낮추고 있다. 위안화 절상은 인플레 억제에 도움이 되지만 수출에 타격을 준다. HSBC가 최근 발표한 11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상치는 48로 10월의 51보다 크게 떨어졌다. 2009년 3월 이후 3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PMI가 50 밑으로 내려가면 경기가 위축 국면이라는 것을 뜻한다. “내년에 중국이 무역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샤빈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는 전망도 나온다. 수출 감소→ 임금 삭감→ 파업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재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광둥성의 선전과 둥관에선 지난 1주일 동안 노동자 1만여 명이 파업을 벌였다.
“수출 주문 감소로 공장들이 임금을 줄인 탓에 지난해 혼다자동차 파업에 이어 파업 물결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 원자바오 총리가 지난 10월 (위안화 절상 같은 긴축 위주) 거시정책의 미세 조정을 언급하고 최근 위안화 환율의 양방향 탄력성을 높이겠다고 발언한 것도 핫머니의 베팅이 줄어드는 배경이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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